일시적인 조바심에서 벗어나기(4)

조바심 냈던 사례를 떠올려본다

by 양은우

(2) 과거 조바심을 냈던 사례와 그 결과를 떠올린다


하지만 조바심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곧 이어 다음 단계에서는 과거에 조바심을 냈던 사례와 그로 인한 결과를 떠올려 보는 것이 좋다. 이것이 인지 전환의 두 번째 방법이다.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인 셈이다. 먼 옛날 중국에서는 한족을 제외한 모든 민족들이 오랑캐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광활한 중국 땅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한족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절대적인 인구의 부족과 힘의 분산으로 인해 오랑캐 세력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랑캐를 자신들의 편으로 귀화시킨 후 그들을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다스리도록 하였다. 오랑캐로 하여금 다른 오랑캐를 다스리게 한다는 것이 이이제이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조바심을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는 긍정적인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부정적인 것이 많을 것이다. 그 결과들을 되새겨보면 조바심을 냈던 순간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조바심을 떨쳐 버려야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을 때 이이제이 전략처럼 조바심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과거 조바심을 냈던 부정적인 사례를 이용하여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다. 부정적 경험으로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조바심을 다스렸고 지금도 꾸준히 훈련 중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조바심으로 인해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았다. 물론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잃은 것이 얻은 것보다 더 많다.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와 고생을 했고, 고생스럽게 쓴 책들은 시기를 놓쳐 신통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으며, 출판사들과의 관계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틀어지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알게 모르게 금이 가버렸다. 모두 조바심이 가져온 결과들이다.


지금도 조바심이 날 때면 난 내가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지한다. ‘아, 지금 내가 너무 서두르고 있구나.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이 들면 조바심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해본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좋지 못했던 사례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지금 조바심을 내면 또다시 과거의 실패했던 사례들을 답습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조바심이 가라앉는다.


copy-space-3399521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과거의 실패했던 사례가 아니라 조바심을 냈던 일의 최종 결과를 떠올려 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우선 과거에 조바심을 냈던 일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다음 질문에 신중하게 답해보자. 1번부터 5번까지 답의 합이 100%가 되어야 한다.


1. 과거 조바심을 냈던 일 중 결과가 아주 심각하게 나빴던 경우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 ) %


2. 과거 조바심을 냈던 일 중 결과가 아주 심각하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리 좋지 않았던 경우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 )%


3. 과거 조바심을 냈던 일 중 결과가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았던 경우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 )%


4. 과거 조바심을 냈던 일 중 결과가 좋았던 경우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 )%


5. 과거 조바심을 냈던 일 중 생각보다 결과가 훨씬 좋았던 경우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 )%


흔히들 조바심이 나는 경우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바심을 내고 안달을 한 경우에도 그 결과가 나쁘게 나타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있겠지만 대수롭지 않게 봉합된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 한정하자면 4,5번이 50%, 3번이 40%, 1,2번이 10% 정도 될 것 같다. 나는 쉽게 조바심을 내는 편이지만 돌이켜보면 조바심 낸 일로 인해 크게 손해를 본 일도 없는 것 같다.


coffee-1276778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나의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도록 하겠다.

아침 9시부터 서울에 있는 병무연수원에서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침 일찍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따라 유난히 차가 막혔고 자칫하면 강의 시작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탈 수도 없었다. 자동차 전용도로였기 때문이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심장이 두근거리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차를 갈아타야 하는 지점인 영등포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쯤 되었다. 그 시간쯤이면 이미 강의실에 도착하여 강의 준비를 끝마치고 있을 때였다. 너무 늦은 탓에 버스를 탈 수도 없었고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하지만 아침 출근시간이다 보니 빈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빈 택시는 보이지 않고 심장은 마치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고 작용은 이미 멈추었고 어떻게 해서든 강의장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목숨 같은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겨우 15분을 남기고 택시를 잡아 타고 정신없이 달렸다. 이미 시간상으로는 10분 이상 늦을 수밖에 없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강사로써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택시 안에서도 심장이 졸아버리다 못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날 난 강의시간에 늦지 않았다.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다행히도 5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아무 문제없이 강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회사에서 새로운 조직으로 인사발령을 받게 되어 같은 부서에 발령받은 임원들과 회의를 하게 되었다. 회의장소는 서울이 아닌 부산이었고 예정시간은 오후 4시였다. 늦어도 오후 2시에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도 회의가 열렸고 그 회의가 조금 늦게 끝나는 바람에 1시가 넘어서야 순화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상으로는 충분히 시간 안에 갈 수 있었지만 그날따라 교통상황이 엄청나게 안 좋았다. 가는 곳마다 길이 막혔고 시간은 점차 흐르는데 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비행기를 놓치면 다음 비행기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사무실을 떠나 공항으로 가는 내내 가슴이 난도질당하는 것만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안달을 냈지만 교통 흐름이 생각처럼 그리 원활하지만은 않았다.

겨우겨우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비행기 출발을 겨우 15분 앞둔 시간. 주차대행에 차를 맡기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검색에 소요된 시간도 짧았고 아직도 탑승을 하는 승객들이 있었다. 심장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마음을 졸였지만 결과적으로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았고 예정된 회의시간에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난 직장을 세 번 옮겼다. 몸 담고 있던 직장에서 떠나가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직장을 옮기지 못하면 어쩌나, 이직이 진행되는 회사에서 일이 틀어지면 어쩌나 조바심을 내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직을 할 때마다 연봉과 직급의 상승이 있었고 이전 회사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복리후생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조바심 낼 필요는 없었던 듯싶다.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라는 책을 내고 YTN의 생방송 뉴스에 출연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혹시라도 생방송 도중에 말을 못 해서 방송사고를 내거나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무척 조바심이 났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방송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무거운 쇳덩이가 얹힌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고 비록 생각만큼 잘하지는 못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후 몇 차례 더 생방송 기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조바심이 나곤 했지만 모두 별 탈 없이 무사히 마쳤다.

앞서 책을 내는 과정에서 조바심 때문에 일을 망친 경우를 이야기했지만 그 원고들은 다시 출판사를 찾아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면 내가 원했던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늘 좋을 수는 없으니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된 것이 꼭 잘못된 것이라고 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몇 가지 예만 들어 보았지만 이처럼 조바심을 냈던 일들 중 상당수는 해피엔딩인 것들도 많다. 이건 비단 내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조바심으로 인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지만 지나고 나면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조바심이 나는 경우에도 지나고 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상기하며 조바심을 다스리려고 할 필요가 있다.

legs-434918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우리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거나 쓸 데 없는 것들이라는 이야기처럼 조바심도 그러할 수 있다. 진심으로 조바심을 내야 할 정도로 일이 잘못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조바심이 나는 경우에는 지나간 일의 결과를 되돌아보면서 좀 더 여유를 되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조바심을 낼 때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초조, 불안에 시달리며 심장이 양은냄비 속의 장조림처럼 타 들어 가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조바심을 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조바심을 내봐야 소용없는 것 아닐까?


[조바심을 낼 때]

극심한 스트레스

초조와 불안

짜증과 분노

[조바심 내지 않을 때]

평온한 마음

[결과] 조바심을 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음


‘과연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까?’하고 의심할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은 분명 효과가 있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조바심이 날 경우에는 잠시 시간을 내어 다음 사항을 메모지나 노트에 적어보라.


조바심을 내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 것인가, 조바심을 내면 결과가 달라질 것인가?

과거 조바심으로 인해 그르쳤던 일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가? 또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1. 조바심을 내서 얻을 수 있는 결과


2. 조바심을 내서 달라질 수 있는 결과


3. 과거 조바심을 냈던 사례와 그 결과
(부정적 결과를 냈던 일)


(긍정적 결과를 냈던 일)



글을 적는 동안 앞서 메타인지 의식 단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의식의 흐름은 변연계에서 전두엽으로 바뀌게 된다. 일단 전두엽으로 의식의 흐름이 넘어가면 감정적인 대응은 줄어들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자리 잡게 된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주도권을 잡으면 시야가 좀 더 넓어질 수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고하는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조바심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는 일도 훨씬 줄어들게 된다.


stickies-2324090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자신의 성격 자체가 늘 크고 작은 근심거리를 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훈련이 당장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게 되면 분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조바심은 단기간에 고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단기간에 습관을 고치겠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급한 생각을 가지게 되면 오히려 조바심만 더욱 키울 뿐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을 한 번 들어보자.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노나라의 ‘거보’라는 지역의 관리 자리를 맡게 되었다. 이에 공자에게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

“일을 빨리빨리 서둘러하려고 하지 말게. 작은 이익에 눈이 돌아가서도 안 되네. 지나치게 서둘러 가려고 하면 오히려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작은 이익에 사로잡히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라네.”

子夏爲筥父宰問政. 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 卽不達, 見小利, 見大事不成.

우리가 많이 쓰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의 유래가 바로 이 글이다. 초보 정치가로서 서둘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히게 되면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틀을 보지 못하게 된다. 작은 성과에만 연연하게 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큰 그림은 보지 못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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