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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Mar 17. 2019

나이 든 꼰대와 젊은 꼰대

꼰대는 나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언제나 새롭게 나타나는 세대가 있다. 오렌지 족도 있었고, Y, Y, Z 세대도 있었으며, 다른 이름으로 불린 수많은 신세대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새로운 젊은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기성세대는 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지만 지금의 신세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세대도 없을 듯싶다. 집은 없어도 고급 차를 몰고 다니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도 마음에 맞지 않으면 쉽사리 그만둔다. 퇴직금을 털어 몇 달씩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자신에게는 거침없이 투자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극도로 싫어한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지만 자유를 얻기까지 인내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물론 예외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참으로 독특하다. 이미 몇십 년 전에 젊음이 폐기된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그들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러버렸다. 


한편으론, 신세대들은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향해 꼰대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나이 든 사람들=꼰대’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듯하다. 더 나이가 든 사람들을 향해서는 '틀딱'이라는 비하 섞인 호칭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많이 있지만 아마도 가장 싫은 말 중 하나가 '꼰대'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신세대들이 나이 든 사람들을 향해 꼰대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당연함일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젊은 시절에도 나이 든 사람들을 꼰대라고 불렀고,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반복되어도 그러한 형태는 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새로 피어난 꽃과 시든 꽃이 함께 어울리는 곳이 세상이거늘...]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들을 꼰대로 보는 이유는 기성세대가 그들이 살아온 방식대로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 하거나, 과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근거로 자신들을 무시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일방적으로 시키는 것 등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가 모두 다르듯 타고난 기질과 자라난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지 못한 채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사사건건 가르치려 한다면 그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일장 훈시를 늘어놓거나,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면서 경험 없음을 타박하거나, '요즘 애들은 말이야'로 시작해서 싸잡아 비난을 늘어놓으면 그걸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달라지지 않으니 젊은 사람들이 꼰대라는 말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기성세대를 향해 꼰대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그들은 스스로 꼰대가 아니라 자신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나이 든 사람들을 꼰대라 부르는 젊은 사람들도 똑같은 행동을 자신의 후배 또는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군대에서 하듯 얼차려를 시키거나, 모꼬지에 가지 않으면 수강 인정이 안된다며 강짜를 부리거나,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등 젊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 중 상당수가 기성세대가 자신들에게 하는 행동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가고 싶지 않은 모꼬지에 억지로 가게 만드는 것과 참석하기 싫은 술자리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후배들을 붙잡아놓고 선착순을 시키거나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을 외치는 것이 부하직원들을 모아 놓고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는 직장상사와 다를 게 무엇인가? 요즘 후배들은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안다고 일장 훈시를 늘어놓는 것이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해서 혼자 싫은 소리를 쏟아내는 직장상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은 정당한 것이며 기성세대가 하는 행동은 꼰대가 하는 행동인가?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이기주의적인 발상이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누구라도 꼰대가 될 수 있다]


꼰대는 자신이 꼰대임을 모른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젊은 세대들도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못한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면서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모습만 가지고 판단할 뿐이다. 꼰대는 나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진정한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버리지 못하는 데서 온다. 자신이 가진 지위와 힘, 자신이 가진 지식, 자신이 가진 경험, 자신이 가진 사고, 자신이 가진 가치관, 그런 것들을 조건 없이 내려놓지 못하고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면 그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꼰대가 되고 만다. 꼰대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배려하는 것이 꼰대라는 허물을 벗어던지는 지름길이다. 상대방을 '틀리다'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라고 보고 자신의 것을 내려놓은 채 타인과 조화를 이루려고 해야 꼰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내면의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보라. 난 누군가에게 내 생각대로만, 내 방식대로만 행동하길 바라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에게 내 사고와 가치관에 맞추어, 내 방식에 맞추어 행동하길 원하지는 않는가?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미운 털을 박지는 않는가? 앞에서는 아무 말하지 않더라도 뒤돌아서 흉을 보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꼰대이다. 그것도 아주 피곤한 꼰대이다. 사람은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해도 남의 눈에 들어있는 작은 티끌은 놓치지 않고 보는 존재다. 자신에게는 한 없이 너그럽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엄하디 엄한 존재가 보편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행동은 그 어떤 구실로도 합리화시키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은 어떤 프레임을 씌워서든 낙인찍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다. 하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듯 나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나 역시 어느 순간 꼰대의 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손가락질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길...]


나이 든 세대나 젊은 세대나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조금 더 세상이 밝아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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