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는 정말 큰돈을 벌 수 있을까?

책 쓰기에 대한 환상

by 양은우

책을 쓰라고 권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책을 쓰면 대박을 치고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정말 벤츠를 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벤츠는 어디로 간 걸까? 우린 아직 돈 얘기는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제는 돈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항간에 990만 원짜리 책 쓰기 강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400만 원, 500만 원짜리 강의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제일 저렴한 강의가 300만 원이란다. 내가 만난 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300만 원을 내고 책 쓰기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990만 원이라니, 나 같은 ‘쫄보’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큰돈이다. 아마도 너무 놀라 혀가 쑥 빠져 바닥에 끌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강의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사람은 투자한 것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여길 때만 투자한다. 누구도 책 쓰기 강의하는 사람 잘 먹고 잘 살라고 기부하는 차원에서 거금을 들이지는 않는다. 990만 원을 들인 사람은 그 이상으로 건질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투자를 할 것이다. 즉 책 쓰기 강의를 들으면 자신도 근사한 책을 쓸 수 있고 베스트셀러에 올라 ‘까짓 거, 인생 한방이야’를 외치며 비포어(before)와 애프터(after)가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거금을 들일 수가 없다. 990만 원이면 50,000원짜리 고급 등심 스테이크를 200번 가까이 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회수할 수 없다면 누가 그 돈을 기꺼이 지불하려고 하겠는가?

일반적으로 책을 낼 때 저자가 받는 인세는 정가의 8~10% 정도이다. 무명작가의 경우 6%를 주는 출판사도 있다고 한다. 15,000원짜리 책이라면 900원에서 1,500원 사이이다. 보통 초판은 2,000부에서 3,000부 정도 인쇄를 한다. 이것이 완판 되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저자가 받을 수 있는 인세는 다음과 같다.


table1.png [인세와 판매량에 따라 작가가 얻을 수 있는 수익]

적게는 180만 원에서 많게는 450만 원까지이다. 이건 저자 증정본이나 홍보, 마케팅의 목적으로 배포되는 무료 책자를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적어진다. 10,000권이 팔린다면 수익이 얼마나 될까?

• 인세 6% 일 때: 9,000,000원

• 인세 8% 일 때: 12,000,000원

• 인세 10% 일 때: 15,000,000원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이 금액들은 세전 금액이다. 실제로는 3.3%의 세금을 제한 후 지급된다. 990만 원을 들여 6%의 인세를 받기로 하고 책을 내서 10,000부가 팔렸다면 아쉽게도 투자비를 건질 수가 없다. 인세가 10%가 되면 투자비를 건지고도 500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참 쉽지 않다는 거다. 하나의 책이 10,000권이 팔리면 요즘에는 큰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초판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저자들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 읽는 사람들 보았는가? 모두 고개 수그리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들뿐인데 어떻게 10,000권의 책을 판다는 말인가? 10,000권 정도 팔린 책이라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언급되고, 적어도 사람들 귀에 한 번쯤 오르내릴 정도의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책이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어떤 사람이 자신이 쓴 글은 최소 25만부를 팔 수 있다고 장담하기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5만부를 팔면 하루 아침에 팔자를 고칠 수 있다. 책을 써서 벤츠를 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아니, 거짓말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무슨 일을 하든 대박을 터뜨리고 큰돈을 모으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것을 일반화해서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시인 강원석에 따르면, 1년에 한 권의 시집을 내고, 그 시집을 팔아 연봉 1억을 벌려면 10만 권의 책을 팔아야 하는데 그건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100권도 팔리지 못한 채 반품되는 책들이 허다하다고 한다.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애써 쓴 책이 100권도 팔리지 못하고 창고로 가면 달랑 15만 원 받고 게임이 끝나는 셈이다.

‘그래도 강의 기회가 있지 않나요?’하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00권 팔린 책은 당연히 강의 의뢰 같은 것은 없다. 초판이 동이 나고 재쇄, 삼 쇄 정도 들어가야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하니 강의도 그 때나 되어야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당연히 책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모두 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강의로 소화할 만한 내용이 되어야 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요즘은 출간되는 책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책의 수명도 무척 짧다. 예전과 같은 스테디셀러는 줄어들고 잠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책들도 많다. 책의 수명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의 이름이 알려질 기회도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그 물이 얼마 안 가기 때문에 반짝 강의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도 그것으로 팔자 고치기는 어렵다.

혹자는 책을 쓰면 죽을 때까지 연금처럼 인세를 받을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이도 사실 기대하기 어렵다. 조정래 씨의 『태백산맥』이나 황석영 씨의 『장길산』처럼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나, 유시민 씨의 책 등 스테디셀러들은 적지 않는 인세를 연금처럼 받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생명이 짧다 보니 반짝 뜨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큰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 역시도 2013년에 출간한 『관찰의 기술』과 관련된 인세를 5년이 지난 지금도 받고 있긴 하지만 이것저것 합쳐봐야 연간 100만 원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기분 좋게 밥 한 번 먹으면 사라지는 돈이니 이것으로 연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난 지금까지 아홉 권의 책을 썼지만 인세와 이러닝, 관련된 저자 강의, 기타 부수입 등으로 해서 벌어들인 돈은 넉넉잡아 몇 천만 원 정도 수준이다. 『관찰의 기술』을 통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고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나 『주식회사 고구려』, 『워킹 브레인』 등을 통해서도 수입을 올렸다. 2020년 2월에 출간한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를 통해서도 제법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다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리 많다고도 할 수 없다. 아홉 권의 책을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고려하면 크게 재미를 본 건 아니다. 그렌저는 사겠지만 벤츠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수십만 권씩 팔린 대형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나의 경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나름 성공적인 편인데도 그 금액이 그리 크지 않으니 책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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