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와 제목 정하기(2)
연대식/순차식 책의 목차 만들기
연대 식이나 순차식은 시간의 흐름 또는 사건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 되므로 목차를 정할 때 가장 부담이 없는 형식일 수 있다. 이 원고는 나열식처럼 보이지만 실은 순차식 방식을 따르고 있다. 책을 쓰기 전에, 책을 쓰는 동안, 책을 쓰고 난 후 알아야 할 내용들이 순서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동안에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인 주제와 콘셉트를 정하고, 다음으로 목차를 구성하고, 이후에 원고를 쓰는 내용을 다룬다. 일이 흘러가는 순서대로 목차를 구성하면 되므로 가장 쉬운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대 식이나 순차식의 경우에도 내용의 구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서전을 쓴다고 할 때 출생부터 20살까지, 20살에서 40살까지, 40살에서 60살까지, 60살 이후 등으로 연대를 구분하여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내용의 편중이 일어날 수 있다. 20살까지는 그저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별로 쓸 이야기가 없는 반면 20살에서 40살까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할 얘기도 많다면 이 부분에서는 이야기가 넘쳐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연대순보다는 다른 형태, 즉 주요 사건 중심으로 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지루함을 덜기 위해 앞 뒤 순서를 뒤섞는 것도 좋다. 현재 이야기-과거 이야기-현재 이야기-과거 이야기 식으로 사건의 흐름을 섞음으로써 지루함을 덜고 독자의 추측 기제를 무너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소설책들이 사건의 흐름대로 쓰이지 않고 뒤죽박죽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 뒤섞음이 심하면 독자의 입장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논리식 책의 목차 만들기
논리식 책의 목차를 정하는 것은 제일 어렵기 때문에 다소 고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서론-본론-결론 혹은 기-승-전-결의 흐름을 많이 얘기한다. 혹은 연역이나 귀납적 추론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논리적 흐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식 책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그러한 주장이 필요한 배경이나 원인 등 본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입부가 필요하고, 저자의 주장을 전개하고 나면 마무리하는 글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큰 흐름을 먼저 정한 후 그 아래 들어가야 할 내용들을 다시 논리적 순서에 따라 배열한다.
한 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그릿』이란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제1부 그릿이란 무엇인가
제1장 그릿, 성공의 필요조건
태도, 성공한 사람들의 특별한 공통점
어떤 사람이 비스트를 통과하는가?
그릿은 어디서든지 통하는가?
‘잠재력’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의 차이
제2장 우리는 왜 재능에 현혹되는가?
성취의 근원을 찾아서
재능을 편애하는 사람들
재능 중심 경영이 불러온 파국
우리가 재능 신화를 버려야 하는 이유
제3장 재능보다 두 배는 중요한 노력
성취 = 재능 × 노력 2
워런 매켄지: 1만 개 이상의 작품을 만드는 장인
존 어빙: 난독증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까지
윌 스미스: 죽거나 혹은 끝까지 하거나
우디 앨런: 포기하지 않는 힘
제4장 당신의 그릿을 측정하라
열정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당신의 ‘최상위 목표’는 무엇인가?
‘당찬 포부’에 숨겨진 문제점
때로는 경로 변경도 필요하다
위인과 일반인을 구분 짓는 네 가지 지표
제5장 그릿의 성장
그릿과 유전, 환경의 상관관계
나이가 들수록 그릿도 성장한다
그릿을 기르는 네 가지 방법
제2부 ‘포기하지 않는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내 안에서 그릿을 기르는 법
제6장 관심사를 분명히 하라
열정을 좇는 건 정말 허황된 일일까?
열정은 좇는 것이 아닌 발견하고 키우는 것
열정은 계시처럼 오지 않는다
열정적 끈기를 만들어주는 부모의 역할
관심사를 파헤쳐라. 그리고 인내심을 가져라
제7장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라
최고가 되고 싶다면 ‘의식적인 연습’을 하라
의식적인 연습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까?
지독한 연습의 기쁨과 슬픔
의식적인 연습을 100퍼센트 활용하는 법
제8장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더 큰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그릿의 기초가 되는 동기, 이타성
생업과 직업, 그리고 천직
천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승자가 되면서 동시에 타인을 돕는 법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
목적의식을 기르는 세 가지 방법
제9장 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품어라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가로막힐 때
역경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교사
낙관적 사고방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경계하라
시련에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르치는 법
제3부 ‘내면이 강한 아이’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 아이들의 그릿을 키워주는 법
제10장 그릿을 길러주는 양육방식
부모의 이기심을 엄격함으로 착각하지 마라
당신의 아이가 그릿을 갖길 원한다면
멘토, 현명한 교사, 지지자의 필요성
제11장 그릿을 기르는 운동장
그릿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특별활동
당신의 자녀가 완성을 경험하게 하라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그릿 교육
어린 시절에 만들어야 할 마음의 근력
제12장 강력한 그릿 문화의 힘
훌륭한 팀이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
그릿을 설명해주는 문화와 정체성
그릿을 배양하는 문화를 만드는 법
JP모건 체이스: 실패란 있기 마련이고 그 대처 방식이 중요할 뿐이다
앤슨 도런스: 핵심가치를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방법
웨스트포인트: 앞에서 이끌어주는 성장문화의 힘
시호크스 팀 문화의 마력
제13장 천재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지나친 투지가 나쁠 수도 있을까?
그릿이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
목차만 무려 5쪽에 달한다. 416쪽에 이를 만큼 두꺼운 책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사례가 다소 길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목차를 구성하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학습이 될 수 있기에 조금 길다 싶지만 삽입해 보았다. 이런 상세한 목차도 요즘 출판의 트렌드 중 하나다. 오래전에 발간된 책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1부의 내용은 '그릿이란 무엇인가'이다. 그릿이라는 단어가 낯선 독자들에게 그 개념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릿, 성공의 필요조건 / 우리는 왜 재능에 현혹되는가? / 재능보다 두 배 더 중요한 노력 / 당신의 그릿을 측정하라 / 그릿의 성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다섯 개의 하위 내용들 간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논리의 흐름이 갖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의 내용은 '포기하지 않는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내 안에서 그릿을 기르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1부에서 그릿이 무엇인지 설명했으므로 이제 그릿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다루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위 내용들은 '관심사를 분명히 하라 /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라 /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 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품어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의 내용들은 논리보다는 나열식 내용이 많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3부의 내용은 '내면이 강한 아이는 어떻게 길러지는가'로 아이들에게 그릿을 길러주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사실 3부는 2부의 내용과 독립적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내용이다. 아마도 자기 자신이 아닌, 아이들의 그릿을 길러주는데 관심 있어하는 부모들을 겨냥한 내용일 것이다. 하위 내용들로는 '그릿을 길러주는 양육방식 / 그릿을 기르는 운동장 / 강력한 그릿 문화의 힘 / 천재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1, 2, 3부의 내용들은 어느 정도 논리적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정리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나열식이나 연대식/순차식 목차는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논리식 책의 목차를 정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저자가 생각하는 논리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 중 하나는,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책의 주제와 콘셉트를 정할 때도 그러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입장이 되어 순서를 생각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자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궁금해할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무엇을 궁금해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배열하는 것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지,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면 글을 풀어나가는 흐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고 해보자. 그러면 사람들은 자존감이 무엇인지, 자존감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존감이 떨어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자존감이 낮아지는 원인은 무엇인지,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알고 싶을 것이다. 물론 가장 궁금한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겠지만….
이것을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해 보면 '자존감이란 무엇인가?(자존감의 개념), 자존감이 삶에 미치는 영향, 자존감이 낮아지는 원인,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따르면 된다. 실제로 『자존감 수업』은 어떤 흐름을 따랐을까?
Prologue 문제는 자존감이다
Part1 자존감이 왜 중요한가
1 자존감의 세 가지 축
2 자존감에 대한 오해와 편견
3 왜 지금 자존감이 중요한가
Part2 사랑 패턴을 보면 자존감이 보인다
1 사랑받을 자격을 의심하는 사람들
2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
3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사랑
4 싸우면서 끊지 못하는 관계
5 이별이 무서워 떠나지 못하는 사랑
6 미움받을까 두려워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
2장을 마치며: 사랑 탓도, 내 탓도 아니다
Part3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1 나는 얼마나 인정받고 있을까
2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직업이 있다
3 나는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인가
4 결정 장애에 빠진 사람들
5 심리학 책을 아무리 읽어도 자존감이 그대로인 이유
6 나는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7 눈치 보는 사람의 심리
8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
3장을 마치며: 적당한 거리가 나를 지켜준다
Part4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들
1 왜 감정은 뜻대로 조절하기 어려울까
2 감정 조절을 위해 구별해야 할 것들
3 다루기 힘든 감정 다루기: 창피함, 공허함, 양가감정
4 뜨거운 감정 다루기: 자기혐오, 죄책감, 자기 연민, 자기애
5 차가운 감정 다루기: 실망, 무시, 냉소, 무관심
4장을 마치며: 감정이라는 에너지를 이용하라
Part5 자존감 회복을 위해 버려야 할 마음 습관
1 미리 좌절하는 습관
2 무기력
3 열등감
4 미루기와 회피하기
5 예민함
5장을 마치며: 받아들이고 원하고 지속하라
Part 6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극복할 것들
1 상처 극복하기
2 저항 극복하기
3 비난 극복하기
4 악순환 극복하기
Part 7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다섯 가지 실천
1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하기’
2 자신을 사랑하기
3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
4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5 패배주의를 뚫고 전진하기
제목이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앞서 얘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Part 1 자존감이 왜 중요한가’에서는 자존감의 개념이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Part 2 사랑 패턴을 보면 자존감이 보인다’는 자존감이 삶에 미치는 영향, ‘Part 3 자존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 ‘Part 4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들’은 왜 자존감이 낮아지는지, 자존감을 낮추는 원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고, Part 5,6,7의 내용들은 모두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 목차라는 것을 알 것이다.
아직 한 번도 책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목차를 정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힘들다고 여길 수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혹은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가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만일 그래도 목차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보라. 그들이 책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예를 들어 자존감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내용을 알고 싶은지 묻는 것이다. 그러면 자존감이 무엇이며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 왜 사람들은 자존감이 떨어지는지,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존감이 낮은 것인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의견들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그것을 그룹핑하고 포괄적인 이름으로 묶다 보면 대략 위의 내용들로 귀결될 것이다. 이것들을 가장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된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겠지만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 목차를 정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