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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돌 May 08. 2024

단점이 장점으로

물론 단점이 더 큰 것 같다.

난 어렸을 때부터 간섭받는 게 너무 싫었다. 

누가 봐도 간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내 기준에서 아니다 싶으면 마음속에 화가 일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참지 않고 그냥 내뱉어버렸다. 


예를 들어 뭐 이런 거다.

"티비 그만보고, 들어가."

"아, 5분 후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왜 잔소리를 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해. 알아서 한다고 좀."


이렇게 적고 보니 아주 후레자식 같은데... 사실 후레자식 같은 면과 그래도 부모님께 자주 전화하며 알랑방구도 끼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잘하는 막내딸 같은 면도 있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결혼 초창기에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들 중에 이해가 안 되는 게 많았다.

부모님 댁에 들리고 나서 며칠 후에 어머니께 전화가 걸려왔다. 

"ㅇㅇ아, 니네 아부지가 니네 가고 나서 뭐라 그러더라."

"왜?"

"부모를 상석에 앉혀야지. 자식들이 상석에 앉아서 밥 먹는다고."

"뭐? 우리가 먹던 그 밥상에서 상석이 어딘데?"

"몰라, 티비 맞은편이 상석인가 보지."

"아니 나는 아빠가 혼자 편히 앉을 수 있고 현관 맞은편이 상석인 줄 알았지. 그리고 넓은 쪽에 아이랑 밥 먹어야 되니깐 앉은 거고. 근데 아빠는 결혼하기 전에는 그런 거 안 따지시더구먼, 왜 결혼하고 나서 그런 걸 따지시는 거야? 저번에는 옷을 뭐 이쁘게 차려입고 오라고 뭐라고 하질 않나. 아니 원래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었으면 내가 아무 소리를 안 하겠는데, 결혼하고 나서 도대체 안 하는 것들을 왜 이렇게 따져. 스트레스받게. 다음에 상석은 내가 잘 챙겨드리겠는요. 적당히 했으면 좋겠어"



또 언제였을까. 

아내는 방에 들어가 있었고, 누나와 나, 엄마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 친구의 며느리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며느리는 맨날 시아버지한테 전화를 한다더라."

"맨날? 거의 매일? 매일 무슨 이야기를 한대?"

"응. 매일. 아버지 오늘은 이랬고요. 저랬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한대."

"대단하네... 친한가 보구먼. 근데 지금 울 ㅇㅇ이랑 비교하는 거야?"

"아니~ 그냥 이야기한 건데."


그냥이라고 하셨지만 나중에 또 엄마랑 전화를 하다가 어머니는 또 이야기를 꺼내셨다.

"ㅇㅇ아. 아빠 친구 며느리는 전화를 그렇게 자주하나 보더라. ㅇㅇ이한테도 전화를 자주 좀 하라 그래라." 

나도 참 못된 아들인 게 그냥 알았어라고 하면 되는데 그걸 굳이 따진다.

"나도 장인어른, 장모님께 전화를 안 하고, 누나도 시어머니, 시아버지한테 전화 잘 안 하는 거 알면서 그래. 그 집 며느리가 특이한 거야. 나도 안하는데 내가 뭘 뭐라고 할 수 있겠어?"

울 어머니도 할 말이 없으셨는지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내뱉는다.

"내 며느리는 달라야지~!"




내 뚜렷한 주관, 급한 성질머리, 그리고 직설적인 화법

이런 것들은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단점으로 느껴질 때가 많은데, 때로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가려서 못하고 솔직하게 말하는것도 어머니 상처를 드릴 수도 있겠지만, 엄마와도 편히 자주 이야기를 나눌 있게되는 점이기도 같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 유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랄까


아내가 말한게 기억난다.

"여보랑 사는게 쉽진 않은데, 그래도 살 수 있는게 뭔지 알아? 잘못한 걸 인정할 줄 알고, 꿍해있지 않고 바로 사과는 잘해서야. 그것도 안했으면 내가 진짜 못 살지."

여기까지만 말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한마디를 덧붙인다.


"아니 근데 자기가 욱해서 성질 부려놓고 자기만 화풀려서 사과를 하면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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