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속도'와 '속력'은 다르다는 글을 봤다. 오른쪽으로 10미터 갔다가, 왼쪽으로 10미터 가면 변위는 0. (변위: 시작점에서 끝점까지의 최단거리)
변위를 사용하는 '평균 속도'도 0.
하지만 '평균 속력'은 어느 방향이든 거리가 누적된다고 했다. 설령 그게 제자리걸음처럼 보일지라도.
바닷가 부두에 가만 묶여 있는 어선들의 속도도 0.
하지만 어선들, 온종일 일렁이는 파도에 꿈지럭꿈지럭 요동치며 먼 거리를 쌓아오고 있을 것이다.
멈춰있는 듯해도 속력이 붙어 있는, 그래서 살아있는 어선. 마치 내 모습 같다.
제자리걸음 같아도 꿈지럭꿈지럭 바지런히 요동쳐온 나.
그리하여 살아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