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뚜루 Sep 17. 2021

N캐의 원조는 '엄마'

나로 우뚝 서는 법

본캐, 부캐, N캐, N잡이 대세로 떠오른 시대. 그런데 문득 N캐의 원조'엄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장류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팬티 한 장만큼 가벼운 삶'을 살았던 '20대 여성' 내가 지금은 30대가 되어 매일 아침 팬티 다섯 장을 개키고 있다.


혼자였을 땐 팬티 1인분의 단출했던 삶이 결혼 후에는 팬티 2인분의 복잡한 삶이 되었고, 아이를 낳은 뒤로는 팬티 5인분의 혼란한 삶이 되었다.


혼자였을 땐 딸로, 친구로, 직장인으로만 불렸지만, 결혼 후 '며느리'라는 부캐가 추가됐다. 출산 후에는 '엄마'라는 부캐가 내 삶에 얹어졌다. 모두 내가 선택한 삶이고 후회는 없다.


다만, 가끔은 혼란스럽다. 나의 본캐는 무엇이고 부캐는 무엇일까? 매일 미션처럼 주어지는 N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는 점점 깨달아간다. 엄마라는 삶은 곧 N캐의 삶이라는 것을.


갑자기 궁금해졌다. 세상이 바라보는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빅데이터 검색창에 'ㅇ, ㅓ, ㅁ, ㅁ,ㅏ'를 차례로 쳤다. 긍정과 부정의 언어가 워드맵으로 훅 뜨는데 왈칵. 콧등이 시큰했다.


빅데이터 검색 툴: 썸트렌드


긍정의 단어는 우리 엄마를 가리키는 거 같았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20년간 나를 살뜰히 보살펴준 우리 엄마. 지금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채로 늙어가는 우리 엄마.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엄마를) 좋아하다
(엄마가) 좋다
(엄마를) 사랑하다
(엄마가) 귀엽다
(엄마 밥은) 맛있다
(엄마가) 고맙다
(엄마가) 보고싶다


문득 엄마가 그리워졌다.


부정의 단어는 오롯이 나의 것이었다. 엄마로서 내가 느낀 감정들이었다.


(엄마는) 힘들다
(엄마가) 울다
(엄마도) 아프다
(엄마는) 미안하다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울고, 몸이 아파서 때로는 마음이 아파서 울고. 그러면서도 그저 미안한 마음에 웅크리는 나. 언제쯤 이런 부정의 감정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까를 가늠해보지만 시점을 예측할 수가 없다. 아마도 평생이지 싶다.


그렇다면 N캐의 고단함을 잠깐씩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가, 그리고 엄마인 여러분다음의 연관어들 속에서 최소한 6가지는 지켜냈으면 좋겠다.


빅데이터 검색 툴: 썸트렌드



친구
일상
시간
생각
마음


최소한 이 여섯  단어를 움켜쥐고 있을 때 N캐의 삶은 부유하지 않고 우뚝 설 수 있다. 가끔 엄마로서의 내 뒷모습이 궁금한데, 우뚝 서기 위해 재충전의 문을 여는 모습이 꽤 근사할 것만 같다.

당신의 뒷모습은 근사하다.

당신은 근사하다.

우리는 근사하다. 그러니 부디

'나'로 우뚝 서는 추석 보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초1 딸이 갑자기 시를 써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