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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Oct 26. 2021

40년 후 나에게 벌어질 일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요새 회사에서 하는 일이 '초저출생' 기획이다 보니 관련 자료를 많이 들춰보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학 권위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의 책 '인구미래공존'은 참고하려고 귀퉁이를 잔뜩 접어놓은 탓에 너덜너덜해져 금세 헌책이 되었다. 감사원 보고서 등 PDF 파일은 노란색으로, 주황색으로 번갈아 강조 표시를 하는 바람에 화려한 네온컬러이 되었다. 


숱한 자료를 눈으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는 동안 기사에는 담을 수 없는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래서 앞으로 난 뭐 먹고 살지? 내 아이들은 뭐 하면서 살지? 그래서 지금 집을 팔아, 말아? 쪼들려도 연금을 더 들어, 말어? 따위의 현실 질문들.


일단 내 고민 먼저.

30대가 몇 년 안 남은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닐까 말까, 회사를 차릴까 말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는 중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기획 아닌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일의 중량은 딱 알맞고 나름 재미도 있다. 그런데 그 기분 알지?재밌는데 재미 없어. 안 심심한데 심심해. 30대가 끝나기 전에 삼우실 인스타툰 같은 개신박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데 시간은 자꾸 흐르고 나는 멈춰 있는 듯한 느낌.


근데 저출생 고령화 이슈를 팔로잉하다 보니 자꾸만 뉴(new) 실버 세대가 눈에 들어온다. 조만간 정년퇴직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 시장에 어마어마하게 쏟아질 텐데 그 인적 자원을 받아낼 인프라는 충분치 않은 상황. 하루라도 빨리 실버 스타트업을 창업해야 하는데, 창업해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구호만 외친 채 몸뚱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ㅋㅋㅋㅋ 왜냐하면,


애 셋도 키워야 하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싶고, 드라마 대본도 쓰고 싶고, 작당모의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몸뚱이는 겨우 하나뿐이니 타협하는 수밖에. 어쨌든 회사에서 내년부터는 내가 기획한 여러 콘텐츠를 시작해보라 확답을 받았으니 당분간은 비빌 언덕에 끈끈히 붙어 있으면서 새로운 실험들을 해나갈 계획이다. 미래에는 N잡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시대가 온다는데 어쩌면 나의 내면에 다양한 성장 욕구가 자리잡은 건 플러스 요인이지 싶다.



자, 이제 우리 아이들 얘기.

솔직히 헬조선 단어가 등장한 지가 언젠데!  그 헬조선은 궁극의 헬조선이 아니었음을, 저출생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두둥(feat.넷플 효과음), 진짜 헬조선이 오고 있다! 지금은 나처럼 일해서 세금 내는 노동자 100명당 노인 20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60년 즈음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100명당 120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우리 쌍둥이 꼬마가 지금 3살. 우리 꼬마가 마흔이 넘으면 노년부양비로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국민연금도 지금은 소득의 9프로를 원천징수 당하지만 2060년대에는 소득의 30프로까지 떼인다. 각종 소득세와 주민세,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등을 생각하면 내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얘들아, 애미가 미안하다. 너희를 무턱대고 낳았... 흑흑.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이라곤 코딱지만 한 1가구 1주택, 그것도 은행 빚 잔뜩 낀 구축 아파트 하나뿐인데 눈앞이 캄캄한 것도 모자라 그냥 암전이다, 암전. 니들은 글로벌하게 나가 살아라, 하고 패기 넘치게 플렉스하고 싶지만 돈이 없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아이들이 IT 기술자가 되거나, 작가 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업가가 되면 좋겠다만 나의 바람일 뿐. 지극히 서민인 나는 초등학교에서 수십만 원 단위였던 사교육비가 중학교 들어가면 백만 원, 고등학교 들어가면 수백만 원으로 껑충 뛰는 교육 시스템에는 낄 수가 없다. 애 하나면 가능했겠는데 애 셋은... 그렇다고 이 나라는 다자녀 혜택 따위라곤 특공이랍시고 좁아터진 소형 평수 청약자격을 주는 게 전부이니. (아, 맞다! 국립수목원 입장료 무료 혜택 등도 있지^^ 입장료 1000원... 정책 입안자야, 너나 가ㅋㅋㅋ)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입학은 점점 쉬워질 거라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질 않으니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른바 명문대와 인서울 대학의 경쟁률이 확 낮아지진 않겠지만) 난 아이들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아이들을 사교육 광풍에 몰아넣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각자의 적성을 빨리 찾고 그 방향으로 안착하게 도와둘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영어, 영어 해쌌는데 10년 후면 파파고랑 구글번역기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동시통역기 대량 보급되지 않을까? 결국엔 언어의 기능적인 면보다는 내용적인 면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조영태 교수는 자녀에게 농업학을 권했다는데 난 AI가 대체 못 할 인간만의 감성이 필요한 작가를 권하고 싶다. 가급적이면 유희를 추구하는 호모루덴스의 본능을 탑재한 상업성 높은 작가이면 좋겠고ㅋㅋ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아이들에게 책과 영화 등등 유익한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해주고 매순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끔 넛지가 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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