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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Nov 10. 2021

탈탈메이크업 굴복 사건

방송 패널로 출연합니다만

내일 회사에서 주관하는 포럼에 패널로 출연하게 됐다. 대선 주자들도 오고 서울시장도 오는, 나름 큰 행사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행사 코디네이터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메이크업 몇 시로 잡아드릴까요?"


속으로 생각했다.

'굳이...?'

나는 아주 파워당당하게 메이크업을 안 받아도 된다고 말씀드렸고, 기자는 메이크업이 아닌 날카로운 질문으로 승부해야 진짜 기자지, 라는 (어리석은 건지 어쩌자는 건지) 묘한 자족감마저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하루 뒤 선배께서 가라사대.


"출연자 다 받어.
안 받으면 너만 꺼멓게 나와."


아니, 까맣게도 아니고 꺼멓게? (어렸을 때 내 별명이 피부가 까맣다고 해서 부시맨이었음. 지금 생각하면 인종차별적 별명ㅠㅠ) 박학다식하고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남녀)도 다 분장을 받으신다고?!


나는 '즉시' 코디님께 연락했다.


"저도 분장해주세요. 제발! 제발요!!"


굳이, 라던 나의 파워당당 자신감 무엇?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면 꾸밈노동을 귀찮아 하는(그러나 잡티와 기미는 가리고 싶은) 나는 탈코를 동경하지만 감히 실천은 못하는 소심이인데 이번 탈메이크업을 탈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거듭 깨닫는다. 꾸밈노동에서 해방되신 분들 진짜 존경해ㅠㅠ


※ 꾸밈은 누군가에겐 취향이고, 누군가에겐 노동이겠는데 나에겐 '자려고 불 다 끄고 누웠는데 뒤늦게 생각난 무언가 때문에 이불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 귀차니즘'과 동급의 노동이다ㅋㅋㅋㅋ아 귀찮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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