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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Nov 16. 2021

내가 빵 터지는 순간들

피식

무방비 상태로 넋을 놓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전개에 풉, 웃음이 터지고야 마는 순간을 좋아한다. 예컨대 이런 장면들.


#1

가족 동반 여행을 갔다. 나와, 또 다른 엄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집 3호가 나를 향해 후다닥 달려왔다. 팔 벌려 와락 안으려던 찰나! 덜컥, 다른 엄마 손을 잡는 3호. 그러고는 의기양양 남의 엄마 손을 잡고 데이트하듯 리드하는 3호의 모습에 한번 팡, 터진 내 허파는 숨이 멎은듯 한동안 호흡곤란ㅋㅋㅋ

몰래 3호 뒤를 밟으며 내가 직찍

 #2

구글 알고리즘이 매드몬스터 영상을 보여주는데 사실 영상 본체보다 나를 사로잡았던 건 댓글들이었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울 형'들이라니ㅋㅋㅋ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이라고 써왔던 내 무의식을 박살낸 문장이었다. 그래, 이게 재미지!!

출처: 유튜브 비디터

#3

회사 여후배가 첫 육아휴직 후 복직을 했다. 여자 선배 A가 다가와 오랜만에 안부를 건네는데. "애 키우는 거 힘들지?"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위로는, 내가 예상한 바로는, "힘들어도 키워놓고 보면 행복할 거야"라는 훈훈한 덕담으로 마무리되는 것이었는데, 선배의 이어진 문장은 옆에서 귀동냥하던 내 허파까지 불시에 어택하고 말았다.


"애 키우는 거 힘들지?

앞으론 더 힘든 일만 있을 거야.^^"


그 리얼 백프로 생활밀착 현실고증형 덕담에 난 또 터지고야 말았다. 악, 내 배꼽!


#4

퇴근길 지하철.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에 나도, 내 앞사람도 헐레벌떡 뛰었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을 거스를 도 없이 열려 버리는 지하철 객차 문. 마침 빠져 나오던 50대 아저씨는 내 앞사람의 속도감에 깜짝 놀란 나머지 손으로 '합장'을 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여기 절인 줄?) 약 10초간 합장한 상태로 '얼음' 자세를 유지하던 아저씨는 지하철 문이 닫히고 나서야 홀연히 사라지셨다.


뭐 그런 피식거리는 장면들이 갑자기 찾아올 때면 내 기분은 종일 유쾌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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