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윗집에 산다 ③
층간소음 박살내는 드라마
씬22. 카페 (낮)
테이블에 마주 앉은 선을과 새봄. 새봄 앞엔 황토색 봉투 놓였고.
선을 (흥분) 말 했어야죠!!
새봄 말하면 달라져요?
선을 그건 아닌데.. 대기업 사장을 거시기한다는 게 아무래도 쫌 거시기하지이. 근데.. 날 왜 찾아왔어요? 복수?
새봄 아뇨.
선을 치정?
새봄 (인상 쓰며) 네?
선을 (뭔가 생각난 듯) 아, 그.. 불량 자재 썼다는 그 아파트 입주 예정자구나?
새봄 (한숨)
선을 시민단체!
새봄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선을 (보면)
새봄 내가 꼭 해야 되는 일이라서..
선을 여튼,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헛기침) 그.. 위험 수당을 좀 주셔야겠는데..
새봄 네?
선을 쫌 그렇잖아요. 영화 같은데 보면 막, 어? 건설업 하는 사람들이 막, 조폭 데려다가 막 (사시미 찌르는 시늉 하며) ...알죠?
새봄 (황당)
선을 우린 또 말로 안 하는 스타일이라.. (계약서와 펜 내밀며) 사인 좀.
새봄 (펜 낚아채 사인한다)
씬23. 새봄의 방 안 (낮)
책상에 앉은 새봄, 서랍에서 신문 기사 스크랩을 꺼내 물끄러미 본다.
<인서트 / 신문 기사>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살해한 50대男’이라고 적힌 신문 기사
새봄 (e)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서..
새봄, 스크랩을 도로 서랍 안에 넣는다.
씬24. 선을의 집 안 (낮)
책상 노트북 앞에 앉은 선을. 손목, 발목, 목 돌리며 준비운동 해주시고.
너튜브 검색창에 ‘헤븐건설 신병도’라고 친다. 주르륵 뜨는 영상들.
선을, 스크롤 내리다가 ‘헤븐건설 신병도 사장의 하루’라는 영상 클릭한다.
<인서트 / 영상>
- 병도가 교회 연단 십자가 앞에서 간증하는 영상.
병도 (e)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면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또, 더 좋은 집을 지을까. 매일 기도하고...
선을 (한껏 오바하며) 하. 하. 하. 누구 기도빨이 센가 보자.
씬25. 센트럴리버파크 2103호 앞 (밤)
들뜬 표정으로 나오는 노부부. 이민가방만 한 캐리어가 한 짐이다.
남노인 (미적미적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며) 아직 시간 많은데 뭘 벌써 가.
여노인 비행기 놓침 어쩔라구. 넉넉하게 2시간 전엔 가 있어야지.
남노인 하여간 그 놈의 걱정병.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느릿느릿 올라타는 노부부. 문 닫히고 센서등 꺼지면.
검은 그림자가 반 계단 위에서 아래로 풀썩 뛰어내린다.
센서등 켜지면서 보이는 얼굴, 선을이다. 도어락 앞에 서는 선을.
<인서트 / 플래시백. 씬14>
남노인이 비번 누르는 장면
선을, 비번 누르면 띠링 열리는 문.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씬26. 2103호 거실 (밤)
선을, 현관문 활짝 열어놓고 문 앞에 둔 박스를 하나둘 거실로 옮긴다.
순식간에 네 박스 정도가 거실에 쌓이는데.
선을,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 새벽 4시다. 한껏 비장한 표정.
씬27. 병도의 집 안방 (밤)
침대에 누워 자는 병도와 나정. 협탁 위 알람 울린다. 새벽 5시.
병도, 알람 끄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가고.
씬28. 병도의 집 거실 + 서재 (밤)
안방을 나와 서재로 걸어가는 병도. 서재 불을 켜면.
엔틱한 원목 책상과 책장, 수억원대 윌슨 오디오로 꾸며진 방.
병도, 책상에 앉아 ‘오늘의 큐티’ 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
병도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방 안 책장을 가득 채운 국토부 장관 표창과 상패, 사진 액자들 보이고.
병도 ‘(e)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감명받았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아멘.
병도, 경건하게 말씀 묵상을 마치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데.
병도 (눈 감은 채) 주님.. 누가 제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갑자기 천장에서 목탁 소리가 ‘탁 탁, 탁탁탁’ 울리더니
노승의 청명한 음색이 병도 귀에 팍 꽂히는데.
노승 (e)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그 소리에 눈을 번쩍 뜨는 병도. 사방을 둘러본다.
병도의 시선. ‘옆집인가? 아닌데. 앞집인가? 아닌데. 설마 윗집?’
천장 올려다보며 눈썹을 꿈틀하는 병도. 헛기침하고 다시 기도에 집중하는데.
병도 주님. 제가 왼편도 돌려 대는..
노승 (e) 행심반야바라밀다시...
병도 (이 꽉 물고) 주여,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노승 (e) 조경오온개공...
병도 (자리 박차며) 아이씨! 노인네들이 노망이 났나. (천장 향해 고함치며) 야이 개XXXX 씨XXXXX 쌍XXXXXX아!! (삐-처리)
씬29. 2103호 서재 (밤)
반가부좌 자세로 앉은 선을 주변으로 보복 스피커 다섯 대가
바닥을 향해 놓여 있다. 짱짱한 사운드로 흘러나오는 반야심경.
선을, 온화하게 붓다의 미소를 짓는다.
씬30. 병도의 집 주방 (낮)
정장으로 갈아입은 병도, 식탁에 앉아 있고. 나정, 분주히 아침상을 차린다.
나정 (놀라며) 난 왜 못 들었지..?
병도 (째리며) 그걸 왜 못 들어, 이 싸람아!! 쇼핑이니 뭐니 쓸데없는 데 정신 팔고 다니니까 못 듣는 거 아냐?
나정 (민망) 너무 피곤했나..
병도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내 귀에 그딴 소리 들렸다간.. 당신 책임져.
나정 아이, 알았어요.. 근데 희한하네. 두 분 다 독실한 기독굔데.. 개종했나..?
씬31. 2103호 앞 (낮)
딩동, 현관 벨을 누르는 여자의 손. 새빨간 매니큐어를 칠했다.
현관문 열리면 비로소 드러나는 여자의 정체. 줌바댄스 누님1(40대)이다.
누님1 (현관에 기댄 선을의 뺨 토닥이며) 잘 지냈어?
누님1, 안으로 들어가면 우르르 떼 지어 들어가는 줌바댄스 아줌마들.
하나같이 육중한 체구에 줌바댄스 복장을 하고 있다.
누님2 (e) 어후, 집 좋다.
누님3 (e) 어머 어머, 전망 좀 봐.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문 닫는 선을.
씬32. 병도의 집 주방 (낮)
정갈한 아침상. 병도, 국수를 한 젓갈 집는데 천장에서 콰직쿵 찧는 소리.
눈 휘둥그레진 병도. 젓가락 틈새 벌어지면서 면발이 아래로 포르르 떨어지고.
나정, 마찬가지로 놀라서 병도를 바라본다. 콰직쿵 콰직쿵 점점 커지는 소리.
두 사람 눈 마주친 채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씬33. 2103호 주방 (낮)
런닝화 신고 미친 듯이 몸을 털어대는 누님들.
싸이 챔피언에 맞춰, 두 발을 바닥에 쿵쿵 찍으며 격렬하게 줌바댄스 춘다.
선을, 제자리에서 쿵쿵 뛰며 누님들에게 물개박수.
선을 (쿵쿵 뛰며) 앵콜! 앵콜!
씬34. 병도의 집 주방 (낮)
병도, 젓가락 탁 내려놓고. 벌떡 일어서며 천장에 삿대질한다.
병도 (슬로우모션으로) 야아아아아아아아아!!! (입에서 허공을 향해 튀어나가는 면발 짜투리)
나정 (그 면발이 자기 얼굴에 달라붙은 느낌에 소스라치고) 아아아아아아악!!!
씬35. 2103호 앞 (낮)
딩동, 딩동딩동! 딩동! 나정, 미친 듯 격렬하게 벨을 누른다. 상기된 표정.
또 딩동딩동 벨을 누르면 그제야 느릿느릿 문 열고 나오는 선을.
그런데 나정, 선을을 보자마자 순간 얼음! 경직된다. 말잇못...
선을, 훌러덩 웃통 깐 몸에 용 문신, 뱀 문신, 한자 문신 등등
누가 봐도 나 조폭이오, 하는 몸통인데.
선을 (손톱 깎다 나온 듯 손톱깎이 들고, 거드름 피우며) 뭐야.
나정 (살짝 쫄았다) 집주인.. 어디 갔어요..?
선을 (더 깎을 손톱 없나 보며) 집주인? 난데? 왜.
나정 아니 여기.. 권사님이랑 장로님..
선을 아아..! 이사 갔는데.
나정 이사요?
선을 내 돈 못 갚아서.. 이 집 버리고 갔어.
나정 ‘(n) 사챌 썼어어어?’ (헛기침) 여기 처음이라 잘 모르시나 본데 여기 사는 분들.. 싸아악 다 이 동네에서 몇십 년씩 사는 분들이에요. 다리 하나 건너면 다아아 알고 지내고..
선을 (중지 손톱 깎고)
나정 (혐오스럽게 보며) 다들 교양 있어서 남한테 피해 주는 거 끄음찍히 싫어하세요.
선을 (반색) 나네.
나정 (롸??)
선을 내가 깜빵 있을 때.. 내 발로 독방 갔거든. 남들 피해 안 줄라고.
나정 (얼음)
선을 (웃음) 아, 별 건 아니고.. (손톱깎이에 내장된 칼을 퐁 뽑으며, 서늘한 눈빛) 살인미수. (칼로 손톱 때 파낸다)
나정 (시선 떨구며) 저기 그래도.. 다같이 사는 데니까 쫌.. 조심해주세요...
선을 어이, 아줌마!!!
나정 (고개 숙이고 있다)
선을 어이, 나 봐.
나정 (벌벌 떨며 보면)
선을 (인상 빡) 그렇게 예민해서 어떻게 아파트 살어? 쩌어어기 (하늘 가리키며) 조용한 데 보내줘?
나정 부.. 부탁드릴게요... (아래 계단으로 줄행랑치면)
선을 (언제 그랬냐는 듯 귀염뽀짝한 미소 짓는다)
씬36. 병도의 집 거실 (낮)
나정, 현관문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팔딱팔딱 뛰는 심장 진정시킨다.
문득 정신 차리고 ‘남편’ 병도에게 전화 걸지만 받지 않고.
나정 에이씨X XX(삐 처리) 진짜... 꼭 중요할 때 안 받어.
씬37. 2103호 거실 (낮)
선을, 현관문 닫고 들어오면. 안방에서 거실로 살금살금 걸어 나오는 누님들.
손에 신발 한 켤레씩을 들고 있다.
누님1 가?
선을 (끄덕, 웃으며) 고생했어요, 누나.
일렬로 줄지어 살금살금 거실을 가로지르는 아줌마들.
선을, 현관문 앞에 서서 아줌마들에게 봉투 하나씩을 들려준다.
누님1 (봉투 열어보고 실망) 강남인데 쫌..! 더 넣지.
선을 (단호) 강남이면 뭐. 내 집도 아닌데.
누님1 에이.. (일행에게) 야, 가자.
아줌마들 모두 빠져나가면 현관문 도로 닫는 선을. 신발장 거울 앞에 서서
눈바디를 잰다. 자기 몸에 취해 대흉근에 힘을 빡 줘보는데.
선을 (자아도취) 매끈한데?
카메라, 빠지면서 거실 소파 위에 널브러진 타투 스티커 도안들을 비춘다.
씬38. 헤븐건설 회의실 (낮)
병도, 회의 테이블을 탕 내려친다.
병도 안 닥쳐?!!
임원들 (고개 숙인)
병도 아이피, 로그인 다 뒤졌으면 뭐?! 뭐가 나와야 될 거 아냐? 그걸 지금 보고라고 해?!
임원1 면목 없습니다.
병도 오늘 퇴근 전까지 제보자, 내 앞에 갖다 앉혀놔. 알았어?!!
임원1 (곤란한 표정) 예....
임원2 저.. 사장님..
병도 (보면)
임원2 방음잰 어떡할까요?
병도 방음재 뭐!
임원2 기사 나가고... 방음재 좋은 걸로 바꿔서 다시 시공하라고.. 지금 입주 예정자들이 국민청원 넣고 난리가 나가지구요..
병도 (기가 차고) 니 대갈빡은 왜 산수를 몰라.. 시공 다 끝났는데 2천가구 싹 갈아엎는 거랑, 벌금 2천만원 내는 거랑 뭐가 더 이득이야? 어?
임원2 (알아듣고) 예. 조치하겠습니다.
병도 다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임원들 나간다. 병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나정 전화를 받는다.
병도 뭐? 이 여편네가 경비실 놔뒀다 뭐 해?! 월급 괜히 줘? (끊고) 가지가지들 한다, 진짜.
씬39. 한봉춘 의원실 안 (낮)
보좌진들 책상이 벽면을 빽빽이 채우고, 한가운데 응접 테이블 있다.
새봄, 두툼한 황토색 봉투를 들고 테이블에 앉아서 봉춘 기다리는데.
문 열리면서 봉춘과 보좌관(남, 30대) 들어온다.
봉춘 (보좌관 정강이를 걷어차며) 센터! 센터! 어? 내 자리, 센터라고 했잖아!!
새봄 (봉춘 보고 일어선다) 의원님, 안녕하세요.
봉춘 (반갑게 악수하며) 아이구, 잘 지내셨나. (보좌관에 눈짓하며 입모양으로) 누구?
보좌관 (봉춘에게 귓속말하는데)
새봄 (봉투 건네며) 만 명 채워서요..
봉춘 (봉투 열어 서류 본다)
<인서트 / 서류>
‘층간소음 부실시공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촉구’라고 적혔고.
새봄 정확힌 만 오십 명 서명하셨구요. 헤븐건설 신도시 입주 예정자 분들은 입주자 대표 통해서 전원 서명 받았습니다.
봉춘 (시큰둥) 음, 그래요.
새봄 저기, 의원님.
봉춘 어어?
새봄 층간소음 부실시공 땜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어요. 이번엔 꼭 좀.. 부탁 드립니다. (꾸벅)
봉춘 하여간 그놈의 건설사들이 문제야. 내가! 이 한봉춘이가, 국회의 명예를 걸고! 꼭 통과시킬게. 나만 믿어요. 응? (사람 좋은 웃음)
새봄 (꾸벅)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가면)
봉춘 (바닥에 서류 팽개치며) 민원인들 함부로 못 들어오게 하랬지! 국토위 위원장실이 아주 지들 사랑방이야. 쟨 뭔데 자꾸 나대?
보좌관 기자 지망생이라는데요. 층간소음에 꽂혔는지 계속 이것만..
봉춘 참나, 별..! 증인 채택 어떻게 됐어? 나온대?
보좌관 그게.. 건설사 사장들이...
<인서트 / 과거 몽타주>
- 스카이물산 (통화중) 이웃 잘못 만난 걸 왜 건설사 탓을 합니까.
- 최강건설 (통화중) 건설사도 힘들어요. 어떻게 요구사항 하나하나 다 맞춰주냐구요.
- 병도 (통화중) 누구? 보좌관? (뚝 끊어버린다) 어디 보좌관 나부랭 이가...!
봉춘 (발끈) 지들 목숨줄이 누구 땜에 붙어 있는데!!!
씬40. 추모공원 + 2103호 거실 / 교차편집 (낮)
중년 남성 사진이 놓인 납골함 앞. 새봄, 절절한 눈빛으로 사진을 바라본다.
되돌아 나오며 선을 전화를 받는데.
선을 (f, 노래하듯)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왜 조용하지) 의뢰인님?!
새봄 듣고 있어요.
선을 (소파에 누운 채) 나대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구나. 왜 전화했게요?
새봄 글쎄요. 돈 때문에..?
선을 딩동댕! 이번엔 진행비가 딸려서.. 초반에 왕창 썼거든요. 중간정산을 좀..
새봄 얼마면 돼요?
선을 오우, 소오름! 플렉스 봐. (웃음) 많을수록 좋은데.. (새봄이 뚝 끊으면) 뭐야.. 돈 얘기하는데 사람이 예의가 없어, 예의가.
새봄, 가방에서 통장 하나를 꺼낸다. 잔액 찍힌 면을 펼치면.
<인서트 / 통장>
최근 ‘출금 500만원, 잔액 9500만원’이 찍힌 통장
<인서트 / 과거>
- 그 통장을 건네받는 새봄. 잔액 1억원이다. 누가 건네는지는 안 보이고.
새봄 이 돈을 어떻게 허투루 써요. 이게 어떤 돈인데...
새봄, 통장을 도로 집어넣고 가방을 꾹 움켜잡는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