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윗집에 산다 ④
층간소음 박살내는 드라마
씬41. 고급 한정식집 (낮)
거한 상차림. 병도와 봉춘, 단둘이 마주 보고 앉았다.
봉춘 (병도 잔에 반주 따르며) 우리 보좌관이 잘못했네! 사장님 끕이 있지, 어디 지가 다이렉트로..!
병도 (봉춘 잔에 답주 따르며) 똘똘하던데요. 그런 똘똘한 직원 한 명만 있어도 제가 든든할 텐데.
병도와 봉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여러 번 술잔이 오가고.
어느새 달큰하게 취기 오른 두 사람.
봉춘 신 사자앙.
병도 예, 형니임.
봉춘 X월 XX일날 시간 비워놔.
병도 어? 형님 생신? (한잔 따르며) 일정 있어도 비워놔야죠, 형님 생신인데.
봉춘 아니이이이... 나 그날 데뷔하잖아.
병도 (게슴츠레 보면)
봉춘 국가암! 나 국토위 위원장 되고 첫 국감이잖아.. 우리 신 사장이 자릴 빛내줘야지.
병도 (술이 확 깨고)
봉춘 여의도에 바람 쐬러 온다 생각하고... 사진만 찍고 가.
병도 (냉수 들이켜며) 하아.. 이 양반 포기를 모르시네.
봉춘 빅쓰리 다 온다니까? 신 사장만 오면. (히죽)
병도 (테이블 탕 치면)
봉춘 (정신이 훅 들고)
병도 꼬박꼬박 후원금 내줘, 세컨 명의로 분양받아줘,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누굴 개망신 줄라고..
봉춘 (얼굴 일그러지며, 병도 앞에 황토색 봉투 휙 던지고)
병도 (봉투 열어보면)
<인서트 / 서류>
‘층간소음 부실시공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촉구’라고 적힌 서류.
봉춘 이거 본회의로 넘겨봐?
병도 (빡친)
씬42. 2103호 거실 (낮)
소파에 늘어진 선을. 입금 알림이 띠링 울린다.
선을, 박차고 일어나 폰 확인하면 은행앱 계좌에 500만원 입금 찍혔고.
선을 (놀라며) 허억..! 뭔 사람이 초지일관 오백이야? (미소) 중간정산 몇 번 더 했다간 집 사겠네.
딩동! 현관 벨 울리고. 선을 나가면.
문 앞에 거대한 로즈마리 화분 하나 떡 하니, 배달됐다. 선을 입꼬리 올라가고.
씬43. 센트럴리버파크 지하주차장 + 엘리베이터 앞 (낮)
차에서 내려 105동 입구 들어가는 병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20층 누른다.
씬44. 병도의 집 거실 (낮)
비번 누르고 들어오는 병도. 소파 위로 철푸덕 엎어진다.
나정 (병도 양복 벗기며) 아휴, 술 냄새.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병도 (엎어진 채 눈만 끔뻑끔뻑)
<인서트 / 플래시백. 씬41>
봉춘 이거 본회의로 넘겨봐?
병도 (허공에 삿대질하며) 누구한테 협박이야!!! 이씨...
천장에서 들려오는 ‘위위윙’ 소음. 병도와 나정, 동시에 천장 올려다보는데.
병도 (나정 쥐잡듯 고래고래) 소리 안 나게 하랬지!!!
나정 (당황) 경비실에서 말 했댔는데...
병도 (허공에 분노의 발차기) 야아아아아아아!!! (소파 아래로 툭 떨어지고, 슬로우모션으로 뛰어가 인터폰을 낚아채는데) 경비워어어어어언!!!
씬45. 2103호 거실 + 관리사무소 / 교차편집 (낮)
착착 조금씩 잘려나가는 이파리들. 그런데 심상치 않은 칼날.
풀샷으로 보면, 선을이 등에 예초기를 메고
로즈마리 이파리를 윙윙 잘라내고 있다. 선을 귀엔 무선이어폰이 콕 박혔고.
선을이 듣는 음악, 화면으로 흘러나온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클래식인데.
‘툴툴툴툴 위윙윙.’ 예초기로 난을 다듬는
선을의 세련된 동작이 음악과 딱 맞아 떨어진다. 거실 인터폰 울리고.
선을 (예초기 멈추고) 네, 선생님.
경비원 (f) 아유, 밑엣집서 컴플레인 들왔어어.
선을 (예상했다는 듯) 그쵸..? (한숨) 조심해야 되는데.. 조심할 수도 없고..
경비원 아유, 조심하덜 말어! 왜 조심혀?! 최애애애선을 다해도 될똥 말똥인디.
선을 선생님... 선생님은 제 은인이십니다.
경비원 (부끄) 아유, 뭐얼. 도움 필요하믄 주저 말고 말혀, 응? (인터폰 끊고) 인성이.. 되얐쓰.
씬46. 과거 / 관리사무소 안 (낮)
자막 – 3시간 전 -
선을, 안경 끼고 반듯한 청년 분위기. 경비원들에게 공손히 떡을 돌린다.
선을 (중앙에서 꾸벅 인사하며) 잘 부탁드립니다.
경비원 (떡 포장 뜯으며) 오매, 이 귀한 걸... 관리실서 이런 거 돌리는 사람은 또 츰보네에에. (떡 씹으며) 총각이유?
선을 어머니랑 저, 둘이요. 여기 층간소음 괜찮나요?
경비원 사람 사는 디 다 똑같지 무얼.
선을 실은.. 저희 어머니가 다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휠체얼 타시거든요.
경비원 아이고, 저러언.
선을 집에서 매일 재활운동 하시는데.. 괜찮겠죠? 선생님..?
경비원 (헤벨레) 슨상님? 큭.. (옆 동료에게 물으며) 쩌그 밑엣집이 건설회사 싸장님 사는 집이지 아마? 우린 별로 마주칠 일이 읍써갖고. 거기 싸모님이 그러시대. 인품 후울륭하시다고. 괜찮겄지, 뭘. 노불리쑤 거시긴디.
씬47. 관리사무소 안 (낮)
씬44 연결씬. 경비원, 귀에서 인터폰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린다.
병도 (e) 경비워어어어어언!!! 일 똑바로 안 해애애애?!!
경비원 싸장님, 그른 게 아니구유.
병도 (e) 이씨XXXX XXXXX XXXXXX야!!!! (삐- 처리)
경비원 그 층년은 그른 층년이 아니라유..
병도 (e) XXXXX XXXX (뚝)
경비원 (인터폰 내려놓고) 인성이... 안 되얐쓰. 노, 노불리쑤여.
씬48. 2103호 거실 (낮)
딩동! 딩동! 격렬하게 울리는 현관벨. 선을, 인터폰으로 바깥 내다보면.
씩씩거리는 병도와 나정의 얼굴.
선을, 기다렸다는 듯 조폭 몸통에 난닝구 하나 걸치고 나간다.
씬49. 2103호 앞 (낮)
병도, 선을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쭉 훑는다. 나정은 병도의 뒤에 숨었고.
병도 이사왔다고?
선을 (손 내밀며) 반갑습니다.
병도 (손 안 잡고 선을 째려보면)
선을 (병도 손 억지로 잡아 악수하며) 제 손이 갈 곳 잃은 느낌을 싫어해서요.
병도 (이 새끼가)
선을 근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병도 무슨 일로오?!! 몰라서 물어?
선을 (모르겠다는 표정)
병도 방금 뭐 했어? 뭘 했길래 그런 소리가 나?!!
선을 전 뭘 한 게 없는데.. 아..! 1903호 인테리어하던데, 그 소린가..?
병도 지금 장난해?
선을 진짜예요!! 전 그냥.. 풀멍 때리고 있었어요. 봐요! (비켜서면)
어느새 깔끔하게 정돈된 거실. 스포츠머리로 바짝 깎은 로즈마리 화분 보인다.
병도 (씩씩) 또 한 번 소리 냈담봐. 그땐 좋은 말로 안 해, 어?! (내려가고)
나정 (선을 향해 두 눈 뜨고 지켜보겠다는 손동작)
선을 (병도와 나정 시야에서 사라지면) 좋은 말로 안 함, 뭐?
씬50. 몽타주 (낮)
- 2103호 거실 / 업소용 청소기 네 대를 동시다발로 윙윙 돌리는 선을.
- 병도의 집 거실 / 병도, 천장에서 내려오는 소음에 경악하고.
- 2103호 거실 / 두더지 잡기 게임 하듯 거실 바닥을 고무망치로 땅땅 때리는 선을.
- 병도의 집 거실 / ‘으아아악!’ 절규하는 병도. 비서에게 전화로 ‘당장 튀어와!’ 소리친다.
씬51. 병도의 집 거실 (밤)
비서(남, 30대), 의자 위에 서서 천장 소음 측정하는데. 웬일로 천장이 고요하다.
비서 (민망) 10데시벨.. 나오는데요..
병도 더 바짝 대봐.
비서 (더 바짝 대며) 8데시벨....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게 밤에 잴 땐 1분간 38 이상은 나와줘야 되거든요. 근데 보시다시피..
병도 (미치고 방방 뜨겠는, 측정기 뺏으며) 야, 이리 내. (의자에 올라가 직접 측정하는데) 소리만 났담 봐. 아주 그냥... 어? 확 그냥!
씬52. 병도의 집 거실 (낮)
환해진 거실. 병도, 밤 새웠는지 다크서클 내려와 눈 퀭하다.
여전히 소음측정기를 천장에 바짝 대고 있는데.
그때 위위윙 소리 나면서 데시벨 58로 치솟는다.
병도, 의자 아래에서 잠든 비서를 깨우려다 입 틀어막고.
슬리퍼 신은 발로 비서 뒤통수를 까딱까딱 건드리는데.
비서 (비몽사몽 일어나) 예..? 사장님.
병도 (쉿! 조용히 하란 표시, 영상 찍으란 듯 비서의 폰 가리킨다)
비서 (소음 측정 화면과 천장을 동시에 찍고)
병도 ‘(n, 숫자 세며) 57, 58, 59, 60. 넌 이제 뒤졌어, 새꺄!‘ (기대하며) 찍었어? (비서에게 소음측정기 건네고 의자에서 내려오는데)
비서 (퇴근할 생각에 신나서) 1분 이상 주간 데시벨 43 이상이니까... 소.. 소음..! 소음이다아아..!!! 축하드려요, 사장님!!!
병도와 비서 저도 모르게 서로 얼싸안고 행복에 겨운데.
병도 아주 그냥 본때를 보여줘.
비서 넵. ‘(n, 전화하며) 엄마, 나 이제 퇴근해.’ 여보세요? 이웃사이센터죠? (한참을 통화하다 망연자실 끊는데)
병도 뭐야..?
비서 신청이 폭주해서 민원 처리까지 한 달.. 넘게 걸린다는데요...
병도 뭐?!!
비서 층간소음으로 인정돼도 몇만 원 과태료 내면 끝이라고..
병도 그럼 저걸 그냥 당하고 있으란 말야?!!
비서 손해배상 청구하는 방법도 있긴 한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몇 년 걸릴지..
병도 야아아아아아아아!!! 내 집에서어어!! 내 맘대로오오!! 쒸지도 못해애애?!!
비서 죄송합니다.... (결국 터진) 엄마아.....
천장에서 다시 들려오는 소음. 병도와 비서, 절망하는 표정으로 천장 보면.
<인서트 / 2103호 거실>
클래식 음악 틀어놓고 오케스트라 연주하듯,
고무망치 두드렸다가 빨래 방망이 두드렸다가 마늘 방망이 두드렸다 하는 선을.
병도 (천장을 향해 사자후) 못 참아아아아!!! (이성 잃고 뛰쳐나간다)
씬53. 병도의 집 앞 (낮)
집을 나와 계단을 오르는 병도. 눈에 살기가 가득.
병도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씬54. 2103호 앞 (낮)
병도, 다짜고짜 주먹으로 문을 쾅쾅쾅. 인기척이 없자 발차기로 쾅쾅쾅.
병도 빨리 안 나와? (주먹 쾅쾅) 문 뿌수기 전에 빨리 나와. (발로 쾅쾅)
선을 (나오면) 무슨 일이시..
병도 (멱살 잡고) 내 얘기 귓등으로 들었어? 말이 말 같지 않아?
선을 (켁켁) 이거 놓고 얘기... (CCTV 잘 찍히게 각도 잡고)
병도 얘기? 말 안 통하는 새끼랑 뭔 얘기?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어, 안 했어?
선을 (두 손 위로 번쩍 들며) 아파틀 그지같이 지은 걸 뭐 어쩌라고?! 내가 지었어? 내가 지었냐고?
병도 (눈 뒤집힌)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주먹으로 선을 얼굴을 퍽!)
선을 (코 움켜잡는다. 손 떼면 또르르 흘러내리는 쌍코피 슥 닦으며) 피.. 피이?? (CCTV 의식하며 쌍코피로 얼굴에 피칠갑을 한다) 갑을 병신 병도!
병도 (꼭지 돈) 뭐? 벼엉신?!! (슬로우모션, 선을 얼굴에 퍼억 주먹 꽂는다)
씬55. 센트럴리버파크 105동 전경 (낮)
나무 우듬지에 살포시 앉은 참새들. 짹짹거리며 포르르 날아오른다.
선을 (e, 동시에) 아아아아아악!!
병도 (e, 동시에) 야아아아아아!!
씬56. 경찰서 (낮)
형사(남, 40대) 데스크 앞에 나란히 앉은 선을과 병도.
선을, 이마엔 피멍이, 코엔 휴짓조각 쑤셔 넣은 몰골이고.
병도, 손끝 하나 다치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다.
형사, 컴퓨터로 CCTV 폭행 영상을 보는데.
선을 봤죠, 봤죠? (두 손 번쩍 들며) 나 이렇게 손들고 있는 거. (병도 째리며) 누구처럼 안 때릴라고.
병도 (흥분) 니가 병신..! (형사 눈치 보며) 이라고 했잖아.. 요...
선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몰라요? 완전 무식한 아저씨네, 이거..
병도 뭐?!
형사 자자, 됐고. 신분증 주세요.
병도 (머뭇거리면)
선을 (먼저 신분증 탁 내려놓고)
병도 (쭈뼛쭈뼛 신분증 건넨다)
형사 (둘의 신분증 보며 타이핑) 신병도 씨. 직업 뭐예요?
병도 회사.. (큼큼, 헛기침) 원이요..
선을 (기가 차고) 회사워언? 형사님, 이 아저씨 헤븐건설 사장이에요. (병도 보며) 대기업 CEO가 층간소음 땜에 주민 뚜들겨 팼다고 보도자료 쫙 뿌려봐?
형사 (긴장하며) 진짜.. 사장님이세요?
병도 (큼큼, 헛기침만)
변호사 (off) 신병도 씨 변호삽니다.
선을, 병도, 형사 동시에 올려다보면. 변호사(여, 40대), 병도에게 목례한다.
선을 어어, 이렇게 나오시겠다? 누군 변호사 없어? (폰으로 국선변호사 검색하면)
변호사 우리 대화로 해결할까요? 이.성.적으로.
선을 왜! 깽값으로 퉁치시게? 어쩌나.. 난 돈보다 명예거든?!!
씬57. 경찰서 앞 (낮)
앞서 걷는 병도와 변호사. 그 뒤를 선을이 쭈뼛쭈뼛 따른다. 병도, 차에 오르면.
변호사 (선을에게 눈인사)
선을 (굽실) 예예... 들어가십쇼..
병도의 차 떠나면. 선을, 폰 확인한다. 입금 1억원 찍혔고.
<인서트 / 과거>
변호사 큰돈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거 아시죠? 비밀 유지, 층간소음 금지! 명심하세요.
선을 (포효하며) 와씨, 대애애박!!! 실화야? (자기 뺨 때리면 욱신욱신) 졸라 아퍼. 하하하하하.
그런 선을을, 경찰서 기둥 뒤에 숨어서 지켜보는 시선.
씬58. 도로 + 병도의 차 안 (낮)
운전기사 운전하고, 조수석엔 변호사 앉았다. 뒷좌석 앉은 병도, 전화한다.
병도 사람 좀 알아봐.
<인서트 / 병도의 회상>
씬56 연결씬. ‘최선을 910308’이라 적힌 선을의 신분증을 몰래 보는 병도.
병도 이름 최선을. 91년 3월 8일생.
씬59. 버스정류장 앞 (낮)
선을, 통화하며 버스에서 내린다.
집주인 (f) 나갈 거면 세입자 구해놓고 나가야지. 근데 갑자기 왜?
선을 전세로 갈아탈까 해서요.
집주인 (f) 오백 없다 난리칠 땐 언제고.. 웬..
선을 (미소) 요새 돈 좀 벌었거든요.
씬60. 도로 + 병도의 차 안 (낮)
병도 (전화 받고) 뭐??? 야, 차 세워.
기사 (못 듣고)
병도 (운전석 발로 차며) 차 세우라고오오오!!!
기사 (길가에 후딱 세우면)
병도 이거 흥미로운 새끼네. (어딘가 전화 걸며) 간만에 애들 좀 쓰자.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