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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Jan 17. 2022

내 브런치 유입 키워드 1위는

'○○○' 자기소개서

1.

브런치 유입 키워드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삼우실 인스타툰을 운영할 때 매일 좋아요는 몇 개 눌렸는지, 댓글은 몇 개 달렸는지, 게시물은 몇 명에게 도달했는지 등등 인사이트를 챙겨봤던 습관을 내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는 탓이다. (매일같이 브런치 통계를 눌러보는 내 엄지손가락이여..!)


2.

검색창에 뭐라고 입력했기에 불특정 독자는 내 브런치에까지 와닿은 걸까. 통계를 통계내보진 않았지만 유입 키워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의 나열을 보고는 내적 탄식지를 수밖에 없었다. '와!'가 아니라 '아..!'에 가까운.. 그 키워드는 바로


아줌마 자기소개서



그냥 자기소개서도 아니고 아줌마 자기소개서라니! 아줌마들의 자기소개서라니! 아줌마 취업이라니! 나는 어느 고요한 밤, 아이를 재우다가 깜박 잠이 든 한 여성이 슬금슬금 문을 열고 걸어나와(가끔은 기어나오기도 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 취업사이트를 들척이다 한숨을 푹 쉬고는, 검색창에 아줌마 취업 자기소개서를 한 자 한 자 꾹꾹 고요히 눌러가며 타이핑치는 모습이 떠올라 퍽 서글퍼졌다. 세상이 '경력단절여성'이라 부르는 그 사람의 불안과 슬픔과 망이 아줌마 자기소개서라는 단어에 맹렬히 깃든 것만 같아서, 문득 자판을 두들겼던 그녀의 손끝을 붙잡아주고 싶었다. 부디 외롭지 않도록. 지치지 않도록.


3.

고용현장에서 밀려난 여성들의 숫자는 통계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출산·양육기(35~39세) 남녀 고용 격차는 31.2%포인트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른바 'M 커브.' 여성 고용률은 20대엔 남성과 비슷하지만 30대 출산·양육기 이후 급락하고, 40대 이후에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작년에 내가 썼던 기사의 한 문단. 그후 나는 '아줌마 자기소개서'를 검색했을 여성들이 더는 경력단절여성이 아니라 (돌봄도 하나의 경력일 수 있다는) 경력보유여성으로 불려야 마땅하며, 서울 성동구에선 서울시 최초로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기사를 보았고, 마땅히 '아줌마로 치부되어 왔던' 존재들이 이제는 당당히 일하는 여성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각이 트인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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