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일렬종대로 누운 아이들을 잠재우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안데르센 명작 동화 따윈 안중에도 없고 기필코 내가 지어낸 이야기만 들으려 하는 아이들.
"그럼 오늘은 별 이야기를 해줄까?"
드라마 작가 지망생 쪼꼬미 시절일 때 지은 단막극(장르는 무려 로맨스판타지!) 내용을 읊어주는데 어째 조용하다. 뭐야, 벌써 자? 반응이 영시원찮네. 설마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광탈한 작품인 거 눈치 챈 거야?
속으로 가슴을 따흑 부여잡고 초1 딸에게 넌지시 물었다.
"유니아카(딸 필명)야, 근데... 이게 재밌어?"
그 질문 뒤에는 딸에게 미처 말로 뱉지 못한 후렴구가 있었으니... 엄마가 열라 열심히 썼는데 열라 떨어진 이 따위 허접 대본이 재밌을 리가 열라 없잖아!!! 엉엉엉... 하고 우는 마음이었지만 울진 않았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아홉 살 딸의 답변.
"엄마!!!"
"???"
말도 마.
그러니까 그 말은 그런 말은 꺼낼 필요가 없었다는, 말도 못할 정도로 재밌다는 뜻이었고 그 말은 매번 공모전 결과 발표 시즌마다 쭈그러져 있던 나를 팽팽히 잡아당기는 말이었다. 내 마음을 쭈욱 쫘악 펴는 말. 그 말 덕분에 나는 계속 써나갈 용기를 얻었고, 적어도 별에 관한 내 드라마는 9세와 4세의 동심을 사로잡은 '말도 말 정도로' 재밌는작품이니자신감을 갖고 나아가야겠다고 (자의식 과잉자답게) 생각했다. 단, 수정고를 몇 번 더 탈고한다면 말이지.
그래서 '또' 냈다. 4세와 9세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허접한작품을 심사위원이 알아보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드라마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