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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속았수다 1회(아! 따개비나 고동이나!!!)

by 하니오웰


'그 때는 몰랐다.'


애순의 바다.

엄마를, 아빠를 , 자식을 옴팡지게도 데려간 바다.

1960년 제주도.

애순의 엄마는 숨비 한 번 불더니 점복을 따러 바다로 또 들어간다.

관식이는 그 때부터 애순이 옆에 있었다.

광례는 숨병에 걸려 몸져 누워 있는 상군 해녀 할망한테 전복을 나눠 줄 수가 없다. 애새끼 주댕이가 세 개라. 광례가 드러누우면 똑같이 해준다는 해녀의 말에

"난 안 드러누워요."


작은 아빠는 애순이한테 조구(조기)를 안 준다.

울먹이는 말하는 애순(딸)을 광례(엄마)는 타는 목마름으로 돌려보낸다.

가난이, 애순 아빠의 죽음에 이은 재혼이, 명치에 든 가시 같은 년과 함께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숨겨 놓은 담배를 찾는다.

보고 싶으면 데려오라는, 물질이라도 시키라는 남편의 말에 광례는 "죽어도 물질은 안 시켜."


생선 장수의 아들 관식이가 조구를 여섯 마리 가져온다.

애순 숙부가 묻는다.

'난 다섯 개 샀는데?'

'식구가 다섯인데 왜 맨날 다섯 개만 사시니까'

'니 엄마가 시켠?'

개코딱지 같은 관식은 답이 없다.


조구 두 드름을 양 손에 든 광례가 쳐들어 온다.

'조구 에껴 떼돈 버요? 엄니 오씨 딸이요 오씨 딸! 오씨 딸이 그 애비를 안 닮았겄소? 그러지 마소.

그러지 마. 엄니 아들, 서방님 큰 성 구천에서 피눈물 내요!'

'명도 짧은 애비 준 걸 애한테 미안해나 하소 내 딸 내가 찾아가요'

집으로 돌아오는 바닷길. 광례는 묻는다.

'넌 내가 좋으냐? 내가 뭐가 좋아?'

'엄마니까. 엄마니까 좋지. 말이라고 물어?'

'나 좋으면 빨리 커. 빨리 커서 나 맨날맨날 백환 줘'

'봤어?'



개점복 지은이 : 삼의팔 오애순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못 나오나,


똘내미 속 다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부장원 먹을 만하지?"

애순은 백일장에서 부장원을 먹었다.

"눈갈이 삔 것들. 그걸 부장원을 줘? 장원을 줘야지!"


광례는 애써 잠든 애순을 보며 뇌까린다.

'나 아부지 엄마는 빚잔치해. 첫 서방은 병수발. 새 서방은 한량에 내 팔자가 지게꾼이라 지게꾼

전부 다 내 지게 위에만 올라타는데 이 콩만한 게 자꾸 내 지게에서 내려와 자꾸 지가 내 등짐을 같이 들겠대. 그러니 웬수지. 내 속을 제일루 후벼 파니 웬수지'


"오애순이 37표고 이만기가 28표인데 왜 이만기가 급장해요?" 관식의 말에 광례는 움직인다

만기 아부지의 크림빵과 물심양면을 좀 받은 담임이 만기를 천하 장사에 올려준 것이었다.

동서 몫의 밭을 갈아주고, 깨까지 털어 주고 진주 목걸이 애써 빌려 걸고 담임한테 간다.

떡도 좀 하고 나일론 양말에 봉투까지 준비했다.

이만기는 개떡 같은 반공 시로 장원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

"근데 어차피 급장은 도로 안 준대지? 며칠 해보니 부급장이 나아. 차렷 경례만 내가 못 하지 거의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깊은 애순이 엄마를 다독인다.

"애순아 엄마가 가난하지 니가 가난한 거 아니야 쫄아붙지 마. 너는 푸지게 살아"


광례는 더 살고 싶었다. 대한민국 평균 수명이 52세이던 그 때. 담배도 끊었다.

관식이 할머니가 굿도 해줬다. 숨을 할딱거리면서도, 죽어가는 광례는 그래도 물에 들어가려 했고 애순은 물옷을 태워버렸다.

그 때도 봄날은 짧았다.


"남의 엄마 냅뒤요. 냅둬! 엄마라도 좀 냅둬요! 용왕이 왜 그래요! 엄마는 봐줘야지!"

관식이 멀찍이 서서 묻는다.

"가?"

"와!"

"너 모지랭이지? 어디 들떨어졌지?"

"울면 배꺼져"


광례는 새벽에 애순을 깨워 마당에 나왔다.

점복을 구워주며 나 죽으면 작은 아버지한테 가서 딱 붙어 살라 한다.

"엄마도 죽고 아빠도 죽고 왜 다죽어? 그럴라면 나는 왜 낳았어?"

"살면 살아져. 살다 보면 더 독한 날도 와"

이렇게 엄마 유언을 듣던 장녀 나이가 열 살이이었다.

광례는 이맆 목걸이 한 번 못 걸어보고 스물 아홉 나이로 날아갔다. 1961년 7월.


전폐하고 상주 자리 지키고 있는 애순에게 관식이 미역국을 말아온다.

"울면 배 꺼져 먹으면서 울어."

둘이 마주 보고 우는데 나도 또 울었다.

아역들 연기가 기가 맥힌다. 와중에 그 미역국 맛나게 생겼다.

애순 계부는 애순한테 작은 아버지네 가서 눈치밥 먹지 말고 순봉이 기저귀 뗄 떼까지만 순남이 국민학교 갈 때까지만 같이 살자 한다.

애순은 엄마 말이 떠오른다.

'살면 살아져. 손톱이 자라듯이 매일이 밀려드는데 안 잊을 재간이 있나?'

관식은 애순한테 계속 생선을 갖다 바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니까. 나는 국문과까지 오까네만 짝 깔아 드릴게"

애순 계부는 육지 대학으로 보내 준다고 호언하고 애순은 순남이 순봉이를 걸겠냐고 묻는다.

"아 전광례를 걸고! 내가 애순이 공을 잊었다가는 늬 엄마한테 척살 맞어"


애들이 좀 컸다. 중학생으루다가.

시장 좌판에서 관식은 양배추를 팔고 애순은 책에 얼굴을 묻고 있다.

"양배추 드려요? 달아요 얘네 양배추" 애순이 옆에는 그 때부터 무쇠가 있었다.

망조가 든 풍속에 퇴폐 사진(미니스커트)을 보고 있는 관식이 신문을 애순이가 낚아 채간다. 사랑이리라.

우리에겐 아이유가 있잖 아이유!!!

아이유와 박보검의 등장. 1967년 3월이 되었다.


"양배추 한 통에 50원, 세 통엔 150원이요"

'그런게 어디 있어?' 지나가던 아줌마가 괜히 시비를 턴다.

"한 통에 50원이면 세 통엔 백 오십원이 맞죠? 그게 정의죠!"


"옆에다 판 깔게 하지 말라고 골백번 떠들언?"

관식 조모의 으름장에 애순은 지지 않는다. 애순이가 누구 딸인데?


"아 따개비나 고동이나! 양관식이 너 노 땡큐! 아, '노 땡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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