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싸움으로 새벽에 울면서 깨느라 잠을 많이 못 잤던 딸이 오랜만에 곤히 잘 잔다.
금요일마다 '이영지의 레인보우'를 챙겨 보더니 어제는 그냥 자자니 순하게 말을 잘 듣는다.
9시 반까지 자고 일어난 삼식이를 위해 냉장고 문을 여니 햄이랑 모짜렐라 치즈가 있다.
갓김치와 깎두기를 살짝 헹궈 김치소세지볶음밥을 해주니 배추김치로 안 했다며 툴툴거리면서도 옴팡지게 한 그릇 반을 뚝닥.
초과근무를 하러 서둘러 나가야해서 바로 설거지를 시작하려고 멜론을 틀으니 재생이 안 된다. '중복 스트리밍' 익숙한 메세지가 뜬다. 숙제하랬더니 엔믹스와 슬라임 중.
유튜브에서 자주 듣는 허각 라이브를 찾아 틀었다.
'술인지 눈물인지 혼자 한잔~'
기가 막히는 목소리와 감성이다.
금연과 금주 시도 중 가장 큰 고비가 부부 싸움인데 어제 어떤 저녁을 선택할까 숱하게 고민했다.
설을 맞아 장모님께 드릴 갈비를 준비했으니 가져다 드리라는 엄마의 문자에 착한 저녁을 선택했다.
36계 줄행랑으로 끝날 뻔한 나의 금주가 그 생명줄을 이어갔다.
아침 밥상에서 생후 3,525일 된 딸이 말했다.
"아빠! 엄마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존중해 봐~"
어디서 들은 말이냐니까 그냥 생각한 말이란다.
정말 생각한 말일리가 있나?
유튜브의 폐해가 가져다 준 기특함인가?
우리네 각살이가 그래도 다시 예각을 되찾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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