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상 am 5.2
- 오랜만에 잘 잤다.
그저께 닭갈비를 먹고 싶어하던 딸의 말이 기억나 어제 닭갈비를 사줬다.(그제는 휴무일)
잘 먹다가 내가 추가 메뉴를 시키는 과정이 맘에 안 들었나 보다. 딸의 말이 이유없이 날카롭게 나온다. 몇 번을 더 말한다. 참다가. 누르다가.
"왜 자꾸 짜증을 내니?"
이틀 만에 나도 세게 말한다. 순간 정적. 그래도 2절까지 가지 않으니 확전은 되지 않았다.
계산을 하고 나오자마자 붕어빵 트럭을 발견한 딸이 말한다.
"아빠. 나 붕어빵 먹고 싶어요."
미안했는지 존대말을 쓴다. 200% 국면 전환용이다.
이틀 연속 딸래미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주었다. 감기에 걸려 욕조에 무릎 꿇고 앉아 머리만 감는 상황.
즐겁다. 작은 순간의 교감들이 행복하다. 딸바보니까.
3년여 전까지는 내가 딸 목욕을 도맡아 해줬었다. 이제는 혼자 한다. 그 시절이 그리운 1인.
2. 독서 20분.(김종원 '아이에게 들려주는 부모의 예쁜 말 필사노트')
p.53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늘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어.
다툰 이유가 뭔지 한번 생각해 보자.
바꿀 수 있는 건 바꾸자.
하지만 무리해서 친구에게 맞출 필요는 없어.
넌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니?
T : 부모를 닮아 예민하고 섬세해서 그런지 내 딸은 밖에서 친구의 말 한디에 상처를 잘 받아 돌아온다. 그런 날은 집에 와서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나는 남자 형제 출신이라 그런지 그런 상황에서의 말들이 투박하다.
"그랬어? 모든 일엔 이유가 있자나. 하니가 먼저 잘못한 건 아니었을까?"
"항상 좋을 수는 없자나. 잘 지내려 노력해봐."
"저번에 화해한 것 아니었어? 계속 그러면 걔랑 놀지마. 세상에 친구 많다."
아이는 입을 닫는다.
이 책을 지금이라도 산 건 다행이다. 깊이 반복해서 읽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