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친구 누나 글의 답글을 그대로 올린다.
누나. 걍 써요!
‘글감’ 고민.
흠...제가 좀 말해볼까요?
글감...그전에 ‘글’.
저도 글 쓴지 딱 4개월 되었지만.
글을 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솔함'과 '꾸준함'인 것 같아요.
글을 쓰려는데 내 독서가 짧은 것 같다.
글을 쓰려는데 내 글솜씨가 후진 것 같다.
그 딴거 다 개나 줘버리고.
글이 안 써질 때. 좀 눈을 감고 있다던가. 음악을 들어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거지. 공기의 흐름을 좀 느껴보는거지.
내가 어제 있었던 일을 하나씩 꺼내 보는거지.
그러면...사람은. 인간은. 다 자기안의 ‘영혼의 샘물’이 있어서.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현재의 나와 화학 반응이 일어나게 되어 있어.
내 안의 영혼의 샘물은 매우 깊고 넓어서. 꺼내고 꺼내도 마르지가 않아.
대신 근데. ‘솔직’해야지.
이게 글이라는게,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게 남들이 보는 글이 되는건데.
근데 이게 결국 내 글이거든. 나의 호흡으로 나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풀어가려고 할 때 이게 자판의 속도에, 생각의 속도에 탄력이 붙어.
‘글’이라는게 좀 그래. 글이라는 것은 참 간사해서. 주인의, 화자의 진솔함을 가장 빨리 정확하게 느껴.
주인이 솔직하면 글이 춤을 춰. 지가 막 신나해. 근데 화자가 안 솔직하고 꾸역꾸역 꾸미려고 밍기적거리잖아요? 그럼 글이 삐져. 지가 가장 빨리 숨어.
그래서 저는 글의 생명력은 '솔직함' 같아요.
‘글’은 ‘말’이랑 다르잖아요. 글은 좀 더 거슬리면, 거슬릴 것 같으면 고치게 되잖아. 퇴고하잖아. 퇴고 시간이 길어질수록(물론 절대 시간은 필요하지만) 글의 처음 색깔이 바래...글이 생명력을 잃어가. 글이라는게 나를 간추리고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글이 그 힘을 잃어가. 글이 외로워져.
일단 에세이식, 일기 식 글은 그런거 같아요. 최대한 생생할 때, 팔딱 거릴 때 발행하는거야.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솔직하게 썼잖아? 그럼 필담이 와. 사람이 다 비슷해요. 진심은 진심을 건드려.
여기 사람들이라고 뭐 현실과 달라요? 오히려 더 섬세하지, 더 따뜻하지. 글 쓰는 사람들이잖아. 마음과 마음 사이를 읽으려는 사람들이잖아. 다정해서, 혹은 외로워서, 혹은 내세워 보려고 글 쓰는 사람들이잖아.
다 약간의 다정함과 관심, 스스로를 위로하려고라도 글 쓰는 사람들이잖아.
근데 게다가 ‘공개’로 글을 쓰잖아. 용기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용기’가 뭐에요? 남들보다 더 용감하게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말 한 번 더 걸어보는게 용기 아니에요?
그래서 글은....이렇게 블로그에 쓰려면 일단 '솔직'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꾸준함'
쓰기 정말 싫은 날이 있어. 막 노트북이 괴물 같고, 블로그 계정 다 폐쇄하고 싶어.
괜시리 밖에 내리는 ‘비’ 때문인거 같아.
근데 생각해 보면 노트북이랑 블로그는, 비는 죄가 없어.
문제는 필자한테 있는거지.
근데....그런 날에도 써 보는 거지....'하이쿠' 흉내라도 내보는거지.
사람이 다 ‘컨디션’이라는게 있고, 그날의 ‘분위기’라는게 있잖아요.
근데 써요.
이 글이 과연 ‘발행’해도 되는 글인가? 이건 뭐 어둠 속에서 한석봉 엄마 옆에서 코 후비다 발로 쓴 글보다 못 한거 같은데?
그래도 누르는거야. ‘등록’하는거야. 그냥 가보는거야.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 글 근육이 붙어요. 정말 붙어.
사람이 제일 병신같은 면이 뭔지 알죠?
상대의 가장 높은 지점과 나의 가장 낮은 지점을 ‘비교’해.
그리고서는 기울어져 있다고, 뒤뚱거리게 되었다고 힘들어해요.
근데 어차피 상대 없어도 우린 다 기울어져 있어. 아침의 나와 점심의 나는 무게가 달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중량이 달라.
그니까 혹 ‘남’이랑 비교하려는 생각이 들면 세수 한 번 하고 와요. 남의 눈꼽보다 내 눈꼽이 더 드러울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꾸준함'이 '천재'를 결국 이긴다니까요? 나는 그걸 믿어요.
어리석인 노인의 힘없고 속절 없는 삽질이 모여 ‘산’을 옮긴다는거.
이거 쓰다 보니 미치게 길어졌네. 퇴고 없음.
나 이거 그냥 등록합니다?
‘글쓰기’는요.
사람을, 삶을 다 바꿔놔요.
‘읽기’랑 달라요. 읽기는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조금 바꿔놓는건데요.
‘쓰기’는요. ‘사람’을, ‘삶’을 바꿔놔요. 국면을 바꿔놔요.
‘읽기’가 ‘답’이라면 ‘쓰기’는 ‘질문’이잖아요.
읽기가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것이라면 쓰기는 국면을 뒤집게 하는거 같아요.
오케이? 일단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