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1
33주 5일 째 날이었다.
저녁 7시 반.
통증이 심해졌다.
큰 아이 때와는 다른 불쾌한 입덧을 몇 달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삼켜왔다.
남편은 이런 내 곁이 있는 집에 일주일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나았다.
기대가 없는 고요. 그게 덜 아팠다.
"혀언희야. 기분이 조타. 미역국 있으면 좀 퍼다줘라. 애기 오늘도 잘 컸제? 나 오늘도 허벌나게 취해부렸네"
그끄저께.
홍어 비린내로 내 비위를 찌르며 열흘만에 집구석으로 들어온 날.
나는 기세를 도저히 참지 못 하고 저녁에 겨우 넘겼던 조개죽을 다 토해버렸다.
오늘의 지옥이 내일의 지옥의 전날이라는 것 말고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나날이었다.
임신한지 아홉달이 채 되지 않은 뱃 속이 이렇게 소란스러우면 안되는 것이었다.
겁이 났다.
"엄마. 예정일이 한 달이 훨씬 넘게 남았는데 아이가 요동을 쳐요.
엄마. 나 벌써 왜 뭔가 많이 미안해요?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아가. 병원으로 가자. 김서방은 옆에 없나?"
"엄마. 그 사람은 없어요. 집에도 잘 안 와"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엄마가 아버지랑 흑석동집에서 왔나보다.
"현희야. 정신 차려라. 문 열어야."
"흐흠....아가. 문 좀 열자"
"누나. 누나!!!"
막내 남동생 돈우도 왔다.
눈을 뜨려는데 눈이 떠지지 않았다.
들려서 어딘가 눕혀진 느낌은 들었다.
엄마가 말한다.
"아가. 너 머릿물이 터진걸거야. 괜찮다. 별 일 없을게다."
"누나. 괜찮나? 아버지도 같이 왔다."
"현희야. 순천향 대학교 병원으로 갈거야. 너 다니던데 맞제?"
조금은 냉한 손이 내 더디게 지친 손을 부비작.
이건 아버지 손이다.
내 손을 아버지가 잡아준 기억은 없다.
아버지는 모기장 같은 사람이었다.
애써 더듬어 뻗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표현 없이.
언제나 그 정도 옆에서 꼭 머물러 계시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다.
나는 온 마음과 '있는 힘'을 다했을 것이다.
아기는 금방 나왔다.
울음 소리가 없었다.
의사가 옆으로 와서 상황을 설명해준다.
"산모님, 체중은 1.85kg 입니다.
체온 조절이 불안해서 즉시 인큐베이터로 옮겨야 합니다. 생존 가능성은 20%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눈물이 흐른다.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한거니?'
휩싸여 옮겨지는 아기의 피부가 보였다.
우렁차지 않았지만 그것은 조금 얇고 붉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의 한 켠에서 한 켠으로 나온 내 아이에게 우선일지 마지막일지 모를 사과를 했다.
'미안해... 기다릴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