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톨릭 신자라 치료할 곳이 없습니다."

by 하니오웰

나의 엄마는 참으로 기인이다.

치매도 살짝 섞이면서 그 기세가 날로 충천하고 있다.


당신은 '민생회복 지원금'을 거부하셨다.

이유가 가관이다.

이걸 받는 순간 '노예 근성이 심해진다'는 거라신다.

다행히 아들과 며느리의 수령에는 별 말씀이 없으시다.


그런 엄마가 한방 병원에 갔다.


8.1(금)


"어머니, 어디 몸 아픈데 없으세요?"

"나는 아픈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입니다."


의사가 종아리를 누른다.


"아!, 거기가 다쳤나? 치료해 주세요."

"많이 아프세요?"

"네"


의사가 허리를 누른다.

"아아악! 정말 아파요. 제대로 치료해주세요."


8.2(토)


"어르신, 오늘도 허리 치료 해드릴게요."

"오늘은 안 합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허리가 아픈 사람이라 치료로는 낫지 않는 몸입니다."


옆 병실에서 엄마 목소리가 시끄럽다고 두 번 항의를 받았다.

입으라는 환자복은 입지를 않는다.

엄마는 병원을 옮겼다.


8.3(일)


전화를 드렸다.


"야야. 나 집으로 돌아갈란다."

"아니 엄마, 또 왜 그러세요?"

"진짠 줄 알았냐? 뻥이다."


8.4(월)


"어르신, 저번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던 곳 있으세요?"

"나는 가톨릭 신자라 치료할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옮긴 병원은 전보다 훨씬 큰 병원으로 기존 환자들의 텃세가 심했다.

그런데 전언에 따르면, 엄마는 그 일진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신다고 한다.

여전히 환자복은 잘 입지 않는다.


전화를 드렸다.


"야야. 여기 음식이 참 좋다. 자전거도 있다. 나 집에 안 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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