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좋다.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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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나간지 2달째.

2013년 결혼 때 약속했던, '교회 함께 가기'를 실현하는데 12년이 걸렸다.

다른 부부에 비해.

마늘과 대화량이 적다고 여기는 나는 교회를 나가게 되면서 동시에 시작한 성경 '묵상' 덕분에,

궁금한 지점들을 물어보고 함께 공명하는 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좋다.

결혼 초반에 마늘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나를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도 안 되는거니?"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제가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일년 중 9월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째, 여름이 닫히는 달.

나는 남들보다 걷는 데 힘의 소모가 커 땀이 많다.

9월은 귀뚜라미가 매미로부터 계절의 열쇠를 건네받는 달이다.

둘째, 추석이 자주 겹쳐 있던 달.

나는 친가 쪽 친척이 더 많았다.

할아버지 댁은 전라도 광주였다.

외가보다 훨씬 먼 길이어서 좋았다.

하루라도 더 늦게 돌아올 수 있었다.

엄한 엄마 밑에서의 매일의 운동은 정말 지옥이었다.

셋째, 풍요가 채워지는 달.

하늘이 높아지고 공기가 차분해지면.

곳간의 높낮이와 상관 없이,

마음 어딘가가 채워지며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가난했던 우리집도 9월이 되면 먹을거리가 늘었다.

엄마 몰래 숨긴 어르신들의 용돈은 참을 수 없는 기쁨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9월이 제일 좋다.

매주 교회에 나가 나의 지난 9월들을 속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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