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일찍 태어났다.
일어서기 위해 오 년을 바쳤다.
학교에 들어간 첫 해, 나뭇가지를 들었다.
그 나뭇가지 때문에 엄마는 무릎을 꿇었다.
십대가 되기 전, 전학해야 했다.
십대,
나의 왼발은 옆 친구보다 조금 더 짧았다.
이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도상 위에 나를 두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가늘어졌다.
음악을 많이 들었다.
이승례, 정주영, 김홍기 선생님께 고마웠다.
이십대,
나는 조금 어지러운 액체를 만났다.
그 회오리에 휩쓸려 잃어버린 십 년을 살았다.
어미는 설악산 중턱에서 생을 되돌아봤다.
다행히, 돌아왔다.
삼십대,
닭의 몫을 비틀어도 새벽은 왔고,
그 새벽은 늘 비틀거리는 새벽이었지만,
비렁뱅이로 살줄 알았던 내가, 내 돈으로 취하니,
어미의 잔소리가 줄었다.
주말엔 외식을 하고 함께 영화를 봤다.
그러다.
나는 떠나갔다.
다른 여자 옆으로.
그리고.
다른 여자가 태어났다.
어미는 너무 많이 걸었다.
사십대,
나는 삼각형 속,
새로운 예각에 매달렸다.
사십대를 바쳤다.
180도에 수렴하던 엄마의 둔각은,
점점 사위어 간다.
그 각이 다하면,
삼각형 안에서만 살아온 나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마지막 몇 달을 남긴 지금.
대답할 수가 없다.
도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