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가, '삶'의 본질임을.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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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 16일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보통' 사람을 내세웠다.


군부 쿠데타 세력의 적자 출신으로서의 민주적 정통성 결핍과,

정치적 비전의 부재를 감추기 위한 출구 전략이자 자기 정당화의 '방탄어'였는데,

우매한 역사는 그 빈약한 단어의 허울을 선택했다.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서, 민주주의의 열망들이 두 거물 정치인의 탐욕에 삼켜져 버렸다.


여기서의 '보통'은 군부 권력의 연장, 현상 유지를 위한 정치적 수사였다.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중의 평균 심리를 비집고 들어가,

중산층과 무감한 화이트 칼라의 속살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역사적 의미를 더 떠들어 보고 싶지만, 나는 정치적 중립이므로, '보통'으로 더 들어가 보겠다.


보통(普通: 넓을 보, 통할 통)

-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우리네 삶은 어릴 때부터 혹은 젊을 때부터, 보통을 견디지 못하는 몸부림 속으로 들어선다.

특별해지고자, 높아지고자, 획득하고자, 달성하고자 하는 욕망의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다.

남들보다 뛰어나려는 마음,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 벗어나려는 갈망으로 평범을 갉아먹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보통, 그 보통의 '특별'과, 특별한 '보통'에 가닿지 못한다.

10cm 또는 몇 센티미터가 모자란데, 그것이 인간의 지지리 '숙명'이다.


'보통'을 경멸하다가

'보통'보다 못 한 삶을 채우고,

'보통'보다 더 한 죽음을 맞이한다.


몇몇만이 깨닫는다.


'중간'을 지키고, '평범'을 유지하는,

'보통'의 하루가, 곧 삶의 본질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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