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는 것은 '순응'이 아닌 '감응'이다.

by 하니오웰


내가 널 좋아하는 까닭은

눈빛이 맑아서만은 아니야


네 뱃속에는 늘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게 보이기 때문이야


흰 뱃속에서 우러나온

네 생각이 참 맑아서

네 분노가 참 순수해서

네 생활이 참 간소해서

욕심마저 참 아름다운 욕심이어서


내 속에 숨은 것들이 그만 부끄러워지는

흰한 뱃속의 늘 흰 구름인 사람아


'뱃속이 환한 사람' 박노해



어젯밤 일곱 시부터 새벽 네시까지, 꼬박 드라마를 봤다.


'은중과 상연'


마지막 회를 눈물 속에 마치고 시계를 보니, 네 시 정각이었다.

부끄러움을 안고 누워서였을까?

가위에 눌렸다.


이 십 여분을 고생하다 일어나 수면제를 삼켰다.

오 일 만의 수면제,

다섯 시쯤 겨우 잠이 들었다.


극 중 은중이는 흰 구름처럼 유유한 사람이었다.

단순한 무취의 착함이 아니라,

맑고, 순수하고, 간소한 사람.

유취찬란한 사람이었다.


역을 맡은 '김고은' 배우의 실제 성격이 은중이와 닮았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착한 사람이 좋았다.

거기에 맑음과 순수함, 분별력의 결까지 더해져 있으면,

심장이 대차게 바운스했다.


오해에 의한 착함이라도 괜찮았다.

몇 순간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해줬다면, 그걸로 족했다.

엄마나 마누라가 내게 자주 하는 말.

"사람을 너무 쉽게 좋아해. 으이구~"


나는 여전히, 쉽게 좋아하고, 쉽게 상처받는다.

그럼에도 나는 착하다고 오해하는 편에 자주 설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상은 점점 흑백의 욕심에 탁해지고,

쇄빙의 경사는 가팔라지고 있지만.


은중이 같은 사람은

바람결처럼 꾸준할 것이라 믿는다.


은중이처럼....


착하다는 것은,

상처 받으면서도 계속 마음을 내미는 용기이다.

순응이 아닌 '감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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