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백구의 밤

by 하니오웰


순종 진돗개와 잡종 똥개의 사이에서 태어난 백구는,

세상의 눈에는 결국 똥개였지만, 엄마의 눈에는 진돗개였다.


엄마가 아궁이에서 잔불을 지피며 콜록거릴 때면,

백구는 어느새 옆에 와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엄마는 뱀을 치가 떨리도록 싫어하셨다.

내가 뱀띠인 것도 왠지 못마땅해하셨다.


엄마가 아홉 살 때였다.

똥이 급해 뒷간으로 달려간 엄마는

달빛을 벗 삼아 일을 보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스쳤다.

희미한, 미끄러운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등골이 싸늘해져 아래를 내려보니,

뱀이 똬리를 틀고 치켜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아무 짓도,

순간이 얼어붙었다.


엄마의 눈과 뱀의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찰나,

백구가 미친 듯 짖기 시작했다.


그 짧고 기묘한 순간,

달빛이 멎었다.

뱀이 사라졌고,

엄마는 세차게 일어나 달렸다.


방문을 닫자,

달빛이 숨을 토했다.


밤새 잠을 설친 엄마는

다음 날,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겠다며 생떼를 부렸다.

예상외로 외할아버지는 허락하셨다.

뱀 표 결석이었다.


그날 저녁 외할아버지는 소 양지고기 한 봉지를 들고 오셨다.

놀란 딸을 위해 읍내까지 일부러 내려가 사 오신 거였다.


"소고기 뭇국 끓여줄 테니 얇게 썰어봐라, 현희야"


그 시절 소고기는 명절에도 먹기 힘든 괴기였다.

침이 잔뜩 고였다.

백구도 난리가 났다.


귀를 바짝 내리고,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낑낑거렸다.

침을 질질 흘렸다.


툇마루에서 한 점 한 점 써는 엄마 바로 앞까지 왔다.

두 걸음 정도까지 다가왔지만, 그 거리 안으로는 넘보지 않았다.

잊을 수 없이 애처로운 눈빛이었다.


'기다려'

한 마디면 되었다.


달려들어 물고 도망가면 될 백구는, 그 장고의 시간을 끝내 견뎠다.

입 안의 침이 강물처럼 차오르는 동안 우뚝 서서 지고지순하게 기다렸다.


다 썰고 한 점을 던져주며,

"백구야, 기다려!"

백구는 그 영겁을 또 기다렸다.


그날 이후, 엄마는 백구를 ‘내 새끼’라 불렀다.

밥그릇엔 따뜻한 국물 한 국자 떠줬다.


'백구, 아니었으면 그때 나 죽었지. 그게 영물이었어'

가끔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때 일을 그렇게 회상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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