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그 옷 이쁘다. 하니가 사줬니?"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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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는 큰 겁은 없고, 작은 겁은 있었다.

병원은 곧잘 다니셨다.


나의 형은 큰 겁도, 작은 겁도 많다.

병원에 있다.


나는 큰 겁은 조금 없고, 작은 겁은 많다.

병원을 좋아한다.


나의 엄마가 골치다.

큰 겁도, 작은 겁도 없다.

병원을 안 간다.


엄마의 머리가 핑핑 돌던 시절엔, 당연히 문제가 없었다.

결코 가볍지 않던 당신의 인지 장애가, 작년 1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가속을 붙였다.


치매 검사만 받자고, 두 형제는 오 년을 빌었다.

건강 검진 한 번 받지 않던 엄마가 치매 검사를 허할 리 없었다.


오랜 친구를 의심하고, 며느리를 고소하려 했다.

멀쩡한 핸드폰을 두고, 하나를 더 개통했다.

스마트폰도 아닌 폴더폰에, 가게 직원은 월 12만 원짜리 최고 요금을 붙였다.

아들을 의심해 집 비밀번호를 바꾸고 알려주지 않았다.

정작 당신은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한겨울에 삼십 분을 밖에 서 있었다.


형의 처절한 간청과, 나의 두께 있는 짜증으로 윗 문자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왔다.

문자 내용과 흐름을 보니 엄마 상태가 근래 들어 가장 양호했다.

조퇴를 했다.


"엄마, 비가 와도 너무 와요. 하늘이 노했어.

제가 볼 때, 저 죽고 나면 지구가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북극과 남극이 저렇게 녹아내리는데 지구가 어떻게 버티겠니?

기후 공격 때문에,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거다."


엄마 상태가 아주 좋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족족 맞힌다.


은평성모병원에 도착해서 입원 등록을 한다.

차량 번호까지 넣고 돌아오니 엄마가 헤벌쭉 웃고 있다.


"야, 너 그 옷 이쁘다. 하니가 사줬니?"

"엄마, 하니가 지금 몇 살이죠?"

"몰라, 6학년 아니니?"

"4학년이요. 엄마 올라가자. 7층이래요"


엄마의 쏜 살 같은 변신에는 불친절한 전조도 없다.


환자복으로 갈아 입자 간호사가 들어온다.

"환자분, 제가 상태 체크를 해야 해서 계속 질문을 드릴게요."

여기 왜 오셨어요?"

"몰라요, 얘가 오자 해서 왔어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몰라요, 근데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어머니, 몇 가지 검사하러 오신 거예요. 주사 좀 놓을게요. 바늘이 커서 아파요"

"네... 근데 주사 꼭 놔야 합니까?"

"피도 뽑아야 하고, 내일 검사할 때 약 들어가야 하거든요"


엄마는 간호사에게 초콜릿을 준다.

엄마는 언제나 저렇게 남는다.


"야, 근데 너 출근 안 하니?"

"엄마, 저 퇴근하고 왔잖아요."


카톡을 한다고, 댓글을 본다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더니,

엄마가 침대 위에 엉거주춤 서 있다.

윗 옷은 어느새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엄마, 뭐 해?"

"어, 이제 집에 가야지"

"엄마, 오늘 입원해서 하루 자고, 내일 여러 검사한다고 온 거잖아요. 다시 갈아입으세요."

"응"


엄마는 퇴원할 때까지 환복을 세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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