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은,
적당히 모르고자 하는 자의 신념의 자세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회피와 게으름의 반복 속에 지켜지는, 조금 쉬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진리나 악의를 감지할 기회가 적으니
깨달음도, 아픔도 드물다.
주로 방향보다 무력한 속도에 기울어 있다.
평화는 평화이되, 눈감기를 자처한 자의 애꿎음을 피하는 평화이다.
아직 세상의 상처가 닿지 않은,
순수 이전의 투명함이 깃들어 있다.
순수는,
알고도 치열하게 맑아내려는 투쟁의 산물이다.
세상의 더러움을 보았으나,
진리와 선의의 방향을 지키려는 몸부림의 발로이다.
몰라도 되었으나 알고자 했고,
알았으나 헤아려 숨겨내는 결기의 상태이다.
순진은 숨김과 보호, 허식의 결을 지닌 맑음의 색이지만,
순수는 피칠갑이 되더라도 부딪혀 지켜내려는 감내와 허심의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