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냥 내가 치였다 생각하고 잊어"

by 하니오웰

시월의 마지막 밤 전날.

은평구청 앞 충무 보쌈 집으로 향했다.

이 직장에서 가장 오래된 고유 멤버들과의 저녁 약속.

나는 차로, 나머지 다섯은 걸어오기로 했다.

발바닥 앞쪽, 족저구 전체가 쑤셔 비상이다.

아무래도 내가 제일 먼저 도착.

만석이었고, 대기를 걸었다.

남방 한 겹으로 문 앞 의자에서 몇 겹 외풍을 막아보려니,

시월의 끝 바람이 쇄골 아래로 깊이 스며 시렸다.

많이 기다리지 않고 운 좋게 여섯 명이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굴보쌈 대자 두 개.

나머지 다섯은 자주 모였고, 난 오랜만에 함께했다.

맛이 좋았다.

언제나 새벽별까지 함께 보던 멤버인데, 내가 좀 변했다.

송년회 때는 더 늦게까지 있기로 하고, 먼저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장모님, 이제 집에 가셔도 돼요. 15분 안에 도착합니다."

도착하니 하니는 자기 방 침대에서 플라톤 책을 읽고 있다.

"아빠, 다이소 가서 솜 좀 사 오자. 입체 솜 인형 만들려고"

학교에서 만든 인형 두 개를 들고 와 자랑을 한다.

"아빠가 발바닥이 많이 아파서 골목에 주차하고 기다리고 있을게, 솜 사 와요."

"같이 들어가면 안 돼?"

"아빠가 아까 쉬 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사흘 동안 한 번도 안 싸웠더라."

"아빠랑 자꾸 싸워서 죄송합니다."

아이가 대뜸, 나를 와락 안아준다.

솜이 없다. 그대로 돌아오는 길.

집 앞 골목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콰직' 소리가 났다.

직진하던 자전거랑 운전석 문이 부딪혔다.

내려 보니 60대 할아버지였다.

"뭐 하는 거야!, 제대로 보고 다녀야지!"

"괜찮으세요? 다친 데는 없으세요?"

넘어진 할아버지를 살피며, 몇 번 사과를 한다.

잠시 앉아 계시더니, 천천히 일어난다.

"나도 운전하는 사람이에요. 현금 좀 주고 가요"

번호를 주고받고, 돈을 이체한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댁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괜찮아. 자전거가 이상한 거 같네. 여기 다 깨지고"

유심히 봐도 깨진 곳은 없다.

"자전거 얼마에 사셨어요?"

"이십만 원"

그만큼 더 이체한다.

"몸 어디 아프면 언제든지 또 연락 주세요."

나도 본능적으로, 다리를 더 저는 척했다.

차로 돌아온다.

하니가 말한다.

"아빠 얼마 줬어?"

"합쳐서 OO만 원"

"왜 그렇 많이 줬어?"

"어르신이고, 어떻게 더 아프실지 모르잖아.

자전거 값도 드렸어. 근데 왠지 또 전화 올 것 같아"

"아빠, 근데 내가 계속 보고 있었는데, 자전거 잘 굴러가던데?"

집에 와서 아이는 남은 솜을 모아 솜 인형을 하나 더 만든다.

난 좀 멍하게 소파에 앉아 있다.

잠자리에 누워서 중얼거렸다.

"에이, 너무 많이 줬나?"

"아빠, 그냥 내가 치였다 생각하고 잊어"

으이그, 요망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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