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by 하니오웰

돌이켜 보면,

엄마는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

다만, 당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


나의 사랑의 근원인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소멸의 그늘을 띠기 시작했다.

망각의 지렁이가 엄마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가까운 시절의 기억층부터 베어 먹더니,

마음 깊은 결에 새겨져 있던 사랑의 무늬들까지 절이듯 갉아먹고 있다.


과거를 잊어가면서도, 엄마는 여전히 나를 당차고도 굳건하게 사랑한다.

사랑을 이루던 무늬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도,

사랑의 온기는 질기도록 남아있다.


그래서 또 깨닫는다.

사랑은 기억의 합이 아니라,

존재의 자리에서 스며나오는 생의 기운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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