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의 부력이 되었다.

by 하니오웰

삶이 내게 새긴 상처들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늘 나를 견디게 해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지탱해준 것은 ‘근육’이었고, 삶을 붙잡아준 것은 사람들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둥은 '글'이었다.

글은 나의 또 다른 지지대가 되었다.


내게 근육은 오래전부터 특별한 감정을 불러 오는 대상이었다.

일찍부터 나는 '단련된 근육'이 좋았다.

그 안에는 비겁하지 않은 우직함과, 남을 속이지 않는 소박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경직성 뇌성마비로 태어나, 가동 범위의 한계와 운동 능력의 열위를 안고 살아왔다.

그래서 온전히 움직이는 몸이 수행하는 정직한 움직임을 동경해 왔다.


정상의 몸을 갈망하면서, 글을 향한 마음은 한동안 삐뚤게 기울어 있었다.

그 어긋남은 뒤틀린 수치심에서 비롯되었다.


어린 시절, 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얇은 팔, 하얀 손, 종이 위의 재주.’

그들은 나약하고 소심한 존재처럼 보였다.

그것은 내 몸의 병약함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왜곡된 경멸, 경도된 수치심이 뒤섞인 오조준의 발로였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내 인생의 히메나였던 이승례 선생님은 내 일기를 칭찬해 주었다.

그 말을 나는 온전한 응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몸이 불편한 아이에게 건네는 온정, 그 속에 배어 있던 연민으로 해석했다.

불현듯 시작했던 금주를 지키려 금주 일기를 끄적이다 보니,

어느새 새벽마다 글을 쓰고 있었다.

비공개였던 블로그를 공개로 돌렸다.

반쯤 닫히고, 반쯤 열려 있는 블로그는 세상과 나를 맞춰주는 창이 되었다.

이름 모를 사람들의 댓글들이 내 마음을 밝혀주었다.


나는 글을 쓰며 달라졌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쉽게 요동치던 마음이 문장을 지나며 잦아들었다.

세상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단어로 풀어낼 때,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글쓰기는 내 삶을 떠받치는 조용한 부력이 되었다.


한참을 돌아서야 알았다.

나를 움츠리게 했던 연민의 시선과, 나를 일으켜 세운 글의 힘이 결국은 같은 뿌리에서 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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