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하니는 애니어그램 2번이다.
마음을 접고, 감정을 숙이는 데 익숙하다.
마누라의 성격을 닮아 주장과 질문에 인색하다.
아쉬운 지점이다.
입장을 숨긴 주저는 아빠 된 처지에선 신통하지 않다.
나를 닮아 잔머리 잠재력이 무궁한 데 도통 펼치는 법이 없다.
잘 다듬고 가꾸라 말하기엔 애매한 재능이지만,
그래도 사춘기인지, 습관이 된 주눅인지
헷갈리는 매사가 늘어가는 요즘,
나는 가끔 하니의 막되무스하던 시절이 그립다.
하니가 여섯 살 무렵,
하도 단것을 많이 먹길래 규칙을 정했다.
젤리는 일주일에 딱 하루, 토요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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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아빠 이번 주 젤리 사주세요"
냠냠냠.
안 하던 존댓말을 갖다 박는다.
같은 날 오후.
"아빠 다음 주 젤리 미리 사주세요. 다음 주에 안 먹을게요."
냠냠냠.
다음 주 토요일 아침.
"아빠 다음 주 젤리 미리 사주세요"
냠냠냠.
같은 날 오후.
"아빠 다다음 주 거 사주세요."
냠냠냠.
보다 못한 마누라가 나한테 말한다.
“븅신아! 언제 사람 될래?”
마누라가 하니한테 말한다.
"아가야. 아빠 그만 가지고 놀아야지?"
하니는 방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