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르시시스트[명사, 인간학 사전 2.]

by 하니오웰

질르시시스트 (Jelarcissist)

명사 | 인간학


정의


질르시시스트란, 질투와 나르시시스트의 교배어다.

질투를 최상위 정서로 삼아 타인의 성취나 입지를 인정하지 못하고 찌그러진 자기애를 지키기 위해 더 낮은 곳을 후벼파는 데 집중하는 인간 유형이다.

질투는 나의 편이다.


서식 환경


질르시시스트는 비교의 도상 위에서만 산다.

이들의 숨 쉬는 조건은 상대적 우월감과 타인에 대한 부정이다.

예리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을 경계하고, 순하며 공감에 후한 사람들을 선호한다.


정서 구조


자기 응시의 부재 속에서, 이들의 정서는 내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행복, 성취, 평온함이 스치면 즉시 발톱이 돋는다.

반응이 아니라, 위치를 재는 감각만이 남는다.

불안이 올라오고, 부정이 그 위를 덮는다.

의미를 깎고, 맥락을 비틀고, 가치를 낮춘다.

넓히려 한 것은 너의 구석이었는데, 자꾸 커지는 것은 나의 구석이다.


언어 습성 (용례 편에서 심화)


이들의 언어는 소통과 공감이 아니라, 계측과 확인을 질료로 작동한다.

평가하되 절하하며,호응하되 부정을 선행한다.

자신을 교묘히 숨긴 채 상대의 변죽을 건드려 본질을 호도한다.

조건을 달아 개인을 집단의 뒤로 숨기는 화법을 쓴다. 공감을 과잉 배치해 이성의 반응 공간을 줄인다.


관계 양식


이들의 관계 지향성은 가치 교류에 의한 상호 고양이 아니다.

보류와 유예의 반복이며, 사냥 직전의 웅크림처럼 조용한 발걸음으로 거리를 관리하는 측정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들은 완전히 다가오지도, 완전히 떠나지도 않는다.


존재 방식


나는 나로 발광하지 않으며, 너들 때문에 반사된다.

덕분에로는 올려 닿지 못 하고 때문에로 내려앉는다.


폐해


끊임없이 비교를 소환하여 관계를 유지한 채 귀책을 제거하고, 책임을 유보한 채 판단을 마비시킨다.

결국 사람들은 ‘덕분에’를 말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에 남는 건 ‘마모’이다.

아무 이유 없이 아무도 건강하지 않다.


낮과 밤



이들의 낮은 무해해 보인다.

농담처럼 비교의 낫을 꺼내 관계를 경작한다.

공감을 예의에 섞어 건네며, 갈등을 부드럽게 방조한다.

관계의 나른함에 자신을 맡긴다.

경작과 퇴거의 시간이다.



밤은 수확과 진격의 시간이다.

질르시시스트가 쉬는 동안 나약한 인간들은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깎고, 취하고, 의심한다.

낮에 흩뿌려둔 질르시의 씨앗이 제 몫을 틔우는 시간.

다음 낮이 돌아오면 푹 쉰 질르시들은 하향화되고 불안화된 타인을 반가이 맞는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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