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르시시스트의 대화법(용례)[인간학 사전]

by 하니오웰

질르시시스트 (Jelarcissist)

명사 | 인간학


재정의(심화 정의)


질르시시스트란,

질투를 최상위 정서로 삼아 타인의 성취를 자신의 불안으로 치환하는 인간 유형이다.

이들은 자기 응시 대신 비교에 의존하며, 공감의 외피로 가치를 비틀고 맥락을 해체한다.

완전히 다가오지도 떠나지도 않은 채 정서적 조율을 보류하며, ‘덕분에’가 아닌 ‘때문에’로 폄하하기 일쑤다.

대낮에는 무해한 얼굴로 관계의 씨앗을 뿌리고, 밤에는 사람 사이의 불안을 거둬들인다.

이들과 짙어질수록 끝에 남는 것은 성취가 아니라 마모다.


대화법(용례)


상희는 유정보다 일 년 늦게 입사했고, 나이는 세 살 어렸다.

상희의 얼굴이 예쁘고 친화력도 좋아서 남자 선배들은 달리 그녀를 찾았다.

평소 상희를 눈여겨보던 선배가 출근하자마자 그녀를 불렀다. 이름은 철수였다.


철수 : "오, 상희 씨 언제 왔어?. 모닝커피 어때? 어제 김 선배랑 한잔했는데 속이 쓰리네. 난 원래 커피로 해장하거든."

상희 : 어머 철수 선배님. 저 십 분 전에 왔어요. 유정 선배도 데리고 갈까요? 저보다 더 일찍 오셨던데.

상희는 권위적이고 유머라곤 없는 철수 선배와 둘이 커피를 마시기 싫었다.

역한데 자꾸 들이댄다. 상희는 철수의 스리 버튼 남색 양복을 힐끗 보고 시선을 거뒀다.


철수 : "어, 어. 그럴까? 유정 씨도 같이 갈래?

유정 : 네.


철수는 먹기 싫다는 후배들의 난색에도 굳이 루콜라 샌드위치 세 개를 시켰다.

철수 : 상희는 아침에 일어나기 안 힘들어?

상희 : 네, 아침마다 빨리 와서 중요 법령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정 선배처럼 똑부러지게 일 잘 한다는 소리 듣고 싶습니다.

철수 : 아, 유정 씨가 그런 말을 곧잘 듣지. 유정 씨는 연세대 나왔잖아?

유정 : 네. 민망합니다.

상희 : 아, 유정 선배 체육학과 나왔다고 했지? 그래도 연대는 연대니까요.

유정 : 나 체육학과 나온 건 어떻게 알았어? 누구한테 말한 적 없는데

상희 : 아, 선배 저 총무 팀이랑 좀 가깝잖아요. 저번에 팀장 회의 때 얼핏 들었어요. 기분 나쁜 건 아니죠?

유정 : 응 그럼, 내가 달리기 하나는 잘 했지~


철수 : 아, 상희 씨는 남자친구 있다고 했나? 누가 궁금해해서 대신 묻는 거야. 하하하.

상희 : 아, 삼 년 넘게 만난 친구가 있는데요. 요즘 소원해요. 연락은 계속 오는데 잘 모르겠어요. 요즘 보니까 회사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꽤 있더라고요.

철수 : 아 그래? 하하하.

철수는 괜히 표정이 바빠진다.


철수 : 유정 씨는 결혼했다고 했지?

유정 : 네 제가 대학교 때 CC랑 결혼해서 남들보다 좀 빨라요. 삼 년 됐어요.

철수 : 남편은 직업이 뭐야?

유정 : 아 변리사에요.

철수 : 우와. 무려 '사' 자야?

상희 : 어머 어머, 언니. 형부가 변리사였어요? 그건 몰랐네요. 언니라 불러도 되죠?


상희는 유정 쪽으로 컵을 밀며 거리를 반 뼘 좁힌다.

이후 대화는 상희가 주도한다.

그 뒤로 상희는 철수의 말은 잘 받지 않는다.


상희 : 언니, 형부는 회사 다니세요? 아니면 따로 일하세요?

유정 : 응. 아 이런 건 말하기 곤란한데 나중에 카톡으로 말할까?

상희 : 어머, 어때요~ 홍홍. 언니 우리 이제 더 친해져요.

철수 : 하하. 근데 유정 씨는 왜 그리 멀리서 출근해? 아직 애도 없잖아.

유정 : 아, 시어머니가 재작년에 증여해 주신 집이라, 거주 요건 채우느라 들어가 살아요.

상희 : 어머머, 언니 집도 벌써 자가에요? 언니 이따가 저랑 점심 같이 먹을래요? 그냥 언니랑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요.

유정 : 아하하, 그래 철수 선배도 같이 먹을까?

상희 : 아, 아니요. 저는 1 대 1이 좋아서요. 철수 선배랑은 나중에 같이 먹어요.


사무실로 돌아온 상희는 올리브영 쿠폰이 남아 있는지 지갑을 연다.


얼마쯤이면 언니가, 아니 젠장 선배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밥맛이 뚝 떨어진다.


'나보다 키도 작은 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하나 온다.


'안녕, 상희야. 나 소은이야. 11월 2일 국민대 법학과 15학번 졸업 동문회 기억하고 있지? 퀸카 상희 오냐고 남자 애들이 확인 전화가 많이 온다. 가능하면 시간 좀 꼭 내줘^^'


'아 재수 없는 정소은! 김앤장 들어가더니 아주 신났네, 괜히 아침부터 사람 기분만 망쳐놓고.'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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