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각형과의 서천 2일 째가 열렸다.
마늘과 딸은 사우나를 다녀온 뒤 우리는 보령에 있는 순대국밥 집으로 향했다.
나는 2시간 반 밖에 못 잤지만 21km 거리이고 배가 고팠기에 빨리 가려고 내가 운전했다.
할 만 했다.
그런데 예민했을 것이고 가는 차 안에서 세 여자에게 골고루 짜증과 화를 냈다.
식당에 도착해서도 분위기가 나 때문에 많이 냉랭했다.
딸은 발로 내 발을 차며 화해 제스처를 계속 던졌다.
보령 바닷가 카페에서 모두 마음을 잘 풀었다.
마늘과 딸은 바닷가를 거닐며 다시 마음 상태를 좋게 끌어 올렸다.
숙소에 돌아와 마늘은 잠깐 잤고 나는 못 잤다.
넷은 노래방을 다녀왔다. 다 기분이 좋았다.
서울로 향하는 출발 운전대를 마늘이 잡았다. 조수석에서 잠을 청했지만 나는 또 못 잤다.
절반쯤 온 후 졸음 쉼터에서 운전대를 바꿨다.
운전 경력이 짧은데다가 눈이 안 좋아 야간 운전에 취약한 마늘을 배려한 마음도 있었지만 합정 빕스에서 저녁을 먹자는 엄마 말씀에 마음이 쫓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빨리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저녁 7시 47분에 빕스에 도착해 식사를 잘 마쳤다.
식사 시간 내내 나는 날카로웠고 와인을 마신 마늘에게 엄마를 좀 바래다 주고 오면 안 되냐는 억설까지 던졌다.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올 때부터 나는 괜한 화를 냈다.
"아빠! 차라리 술을 다시 마셔!"
"너 그거 엄마한테 배운 말 아니야?"
"아니 오빠는 왜 나한테 그래!"
분위기는 아사리판이 되어 버렸다.
오전부터의 계속된 나의 화로 이틀 여행의 말미가 개판으로 치달았다.
전면전은 막아야 했기에 함구했고 마늘과 딸을 먼저 집에 내려 주었다.
갈현동 엄마 집으로 향하는 길.
나는 갑자기 끼어든 택시에 클락션을 세게 누르고 욕설을 뱉어 냈다.
"아들아. 너 니 처랑 딸한테 그저 감사해야 하는거 알지?
내가 널 너무 많이 혼내며 키워서 그런거 같다. 자업자득이다."
"엄마는 근데 왜 49살인 저한테 지금도 칭찬 하나 없이 혼내기만 하세요?"
끝까지 염병이었다.
집에 와 보니 마늘과 딸이 딸래미 방에서 자고 있다.
시간상 잠들었을 시간이 아니었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나도 스르르 옆으로 들어갔다.
나는 금세 잠이 들었나 보다.
일어나 보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난 뒤였는데 옆에 두 여자가 없다.
나와보니 안 방에서 자고 있었다.
자업자득이다.
오늘일 수 있을 때.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
덧 : 양치질을 방금 하면서 깨달았다.
난 요즘 '번 아웃' 상태인거 같다.
쉼을 주어야겠다.
엄니는 작년에도 우리랑 먹은 순대국을 드시며 25년 만의 순대국이라 하신다.
나이가 든다는거.
나이 든 어미의 무기력한 노화. 퇴화를 무기력하게 목도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스산하고 슬픈 일이다.
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