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조용하던 두 눈을
다시 나에게 내리면
나 그때처럼 말갛게 웃어 보일 수 있을까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그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어
스르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스르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무릎> 아이유. 2015.10.23 발매(자작곡)
“조그만 기척에도 잠을 설치고 무방비 상태를 경계하는 어른이 된 것이 문득 슬퍼지는 밤을 담았다.”
똑똑한 아이유가.
직접 말하길.
'본인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자신의 대표곡으로 남기를 바라는 곡이라고 한다.
이유는 본인은 가사를 쓸 때 어떤 상황에 자신을 이입하여 어떤 '캐릭터'를 설정하여 쓰는데 이 곡은 그런 장치가 없는 '일기장' 같은 곡이라서 이 곡을 부를 때는 '본인의 호흡이 어떻게 되든 피치가 어떻게 되든 그냥 담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읊조리듯' 부르게 된다고 한다.
이 곡을 쓸 때의 상황은 '불면증'인데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까무룩 잠들었던 때는 언제일까?'를 떠올려 봤을 때 '어릴 때 할머니께서 무릎에 눕혀서 머리를 사라락 넘겨주실 때가 가장 꿀잠을 잤던 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쓴 것이라 한다.
그래서 수도 없이 부른 노래지만 공연 때 부르다가 가장 많이 울컥하게 되는 곡이라고 한다. 이 노래를 부를 때는 항상 눈을 감고 부른다고도 한다.
'불면증 대처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는 잠이 안 올 때는 잠을 포기 해요. 잠이 왜 안 오는가에 집착하게 되면 서글퍼지기 십상이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안 자야지'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다른 일을 막 하는거에요. '아 시간이 너무 많네' 하면서요."라고 대답한다.
아이유는 똑똑하다. 그냥 아이유가 말하면 멋지다. 이쁘니까. 사랑스러우니까.
우리 딸은 아주 어릴 때는 동요를 흥얼거렸다.
그런데. 5살 무렵부터 가요를 겹쳤다. 처음엔 아이가 가요를 웅얼거리는 것이 불편했는데.
아이유의 '가을 아침'을 웅얼거리는데 그렇게 맑아 보이고 귀여울 수가 없었다.(2019년 경)
아이유라서. 딸이라서.
아이유의 'Drama' 를 부르는데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2021년 경)
아이유라서. 딸이라서.
2024.6.16. 우리 세 가족은 '악동뮤지션 콘서트'에 갔다. 대중 가수의 콘서트에 세 가족이 함께 간 것은 처음이다. 딸은 세븐틴 콘서트가 아님을 아쉬워 하면서도 신바람이 났다.
악뮤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였다.
5시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잔디밭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다. 그날은 참 더웠다. 하니는 응원봉을 사달라고 했는데 5만원이라는 돈 보다도 긴 줄을 기다리기가 싫어 사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된다. 응원봉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수현이의 청아한 보컬은 예상대로 극락이었고 찬혁이도 라이브로 들으니 목소리가 좋았다. 깨방정도 귀여웠다. 두 남매의 티격태격도.
6시 19분에 게스트로 '아이유'(전날에는 '이효리')가 나왔다.
관객들은 뛰엄뛰엄 남매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서 하지 않고 있었다.(사실 하고 싶었는데 두 여자가 하도 인상을 써서 못 찍고 있었음)
관객들은 아이유가 나오니 너나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나도. 마누라도. 딸도. 팔이 아팠다.
'너의 의미' 한 곡을 부르고 들어갔지만 잔영이...공연이 끝날 때까지 우리 세 가족은 '아이유 대박'을 몇 번 외쳤다.
공연을 마치고 나와서 딸래미는 전 날 왔으면 큰 일이라며. 이효리 할머니가 아니고 아이유 언니라서. 행복했다며 기분이 고공이었다.
하니는 매 주 금요일 나와 '더 시즌즈'를 본지 오래 되었는데 '이효리의 레드벨벳'을 보는 내내 이효리가 왜 인기가 많았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며 이전 MC( '악뮤의 오날오밤')를 그리워하곤 했다. 나는 아빠 때는 효리가 아이유 급이었다고 말했지만...
주말에 우리 가족은 새로운 드라마를 같이 보기로 했다.
딸이랑 보는 것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3년 만이다.
'폭삭 속았수다'
나는 못 참고 1회를 조금 보다가 눈물 찔끔이길래 껐다. 마마님들과 같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유를 상징할 수 있는 발언이 있다.
아이유는 2012년 다수의 대학교로부터 특례입학 제안을 받았지만, "대학은 노력한 이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대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는 입학하지 않겠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몇 살 때까지 걸어 다닐 수 있을지 자주 고민하는데 가장 관건이 되는 부분이 '무릎'이다.
나는 신도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를 지독하게 놀리던 아이의 눈을 나뭇가지로 찔렀다.
다행히 실명이 되지 않았다. 그 아이의 엄마에게 나의 엄마는 무릎을 꿇었다.
"어떠한 말로도 사죄 받지 못 할 잘못을 제 아이가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몸이 더 아프다고 해서 마음이 덜 아픈건 아니겠죠. 제 아이가 앞으로 공부는 못 해도 됩니다. 다만 마음은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두 엄마는 울었고 두 아들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