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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토요타 5W1H 사고방식 - 개선과 혁신을 낳는 궁극의 문제해결법

by 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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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5W1H 사고방식

개선과 혁신을 낳는 궁극의 문제 해결법

거대 자동차 제국의 작은 비밀 - 핵심은 5W1H 사고방식이다





CASE 2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5W1H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진짜 원인에 대한 개선을 실행하는 것인데, 만약 진짜 원인을 무시한 개선을 실시한다면, 단순한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으며 비용만 발생해 효과가 낮은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대형 병원이나 인기 있는 병원에서 당연한 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긴 대기시간 문제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문제 해결에 착수한 A병원 사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A병원 원장의 지론은 ‘의료는 서비스업이다’라는 것입니다. 과거 의료 업계는 안팎으로부터 엄격한 평가도 없이 대략 편안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다양한 규제가 풀리고 나니 많은 병원들이 적자 경영에 허덕이게 된 것이 최근의 실정입니다.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장의 생각입니다.


이 병원은 원래 서비스 향상 노력은 하고 있었습니다. ‘환자’를 ‘이용자’로 부르며 검사 결과 자택 우송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내원이 뜸한 이용자들에게 전화 연락을 하는 등, 편의성 향상 노력을 해 왔지만 최대 현안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인당 평균 90분 정도 걸리는 긴 대기시간(접수 창구에 진찰권을 제시한 후 지불완료 시점까지)이었습니다. 이것을 줄일 필요가 있었지만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원장은 200여명의 직원들에게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지 아이디어를 내라고 요청했는데, 나온 아이디어가 ‘이용자가 긴 대기시간을 어떻게 쾌적하게 보내시도록 할까’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① 마사지 의자를 몇 대 들여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다 ② 신문이나 잡지를 준비해 대기시간이 지겹지 않도록 한다 ③ 차와 커피를 준비해 자유롭게 마시게 한다, 등이었습니다. 모두 환자들로부터 호평은 받았지만 그걸로 긴 대기 시간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개선책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긴 대기 시간을 해소할 수 없는 경우라면 이런 개선도 괜찮겠지만, 정작 중요한 긴 대기 시간의 진짜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해결이 어렵다며 포기한다면 모처럼의 개선노력이 비용만 상승시키는 의미 없는 개선이 되어 버립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원장은 어느 날 병원 경영자 모임에서 개최된 토요타 방식 강연회에 참석한 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토요타 방식의 전문가인 컨설턴트에게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병원과 토요타 방식 사이에 아무 상관도 없는 듯 보이지만, 원장은 토요타 방식의 ‘낭비 제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병원의 ‘무다’(無駄; 낭비)를 덜어낼 수 있다면, 긴 대기시간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컨설턴트는 5W1H 사고방식을 사용해서 대책을 찾아냈습니다.


첫째, ‘왜 대기 시간이 이렇게 긴 것인가?’에 대한 직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환자가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분명 A병원에는 매일 많은 환자가 찾아옵니다. 환자가 많기 때문에 대기 시간도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이지만, 컨설턴트는 정말 그런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1인당 진료 시간은 평균 3분이며, 수납 등 사무 작업도 평균 10분이면 끝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본래 13분 걸리면 끝날 일이 90분 걸리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이상한 숫자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에 대해 ‘왜’를 계속 묻자 몇 가지 ‘무다’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① 접수 및 수납 사무실 정리정돈이 되지 않아 자료를 찾는 ‘무다’에 많은 시간을 쓴다 ② 의사 1명당 업무량에 편차가 있어, 바쁜 의사와 바쁘지 않은 의사가 있다 ③ 예약 환자와 비예약 환자를 한 명의 의사가 동일하게 진찰하므로 진찰 시간에 편차가 발생한다 ④ 애초 환자가 언제 접수를 했고 얼마나 기다리는 중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무다’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각각의 ‘무다’, 문제점들에 ‘왜’라고 질문하면서 개선을 해 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기록과 비품을 뒤지는 무다를 제거하기 위해, 우선 병원 내 철저한 정리[1]와 정돈[2]을 실시했습니다. 이것만으로 대단한 개혁이었습니다. 많은 선반과 적재물들로 움직이기도 힘들던 병원 내부에 공간이 생겨났고

, 필요한 것을 간단히 꺼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의사 1명당 작업량을 평준화[3](平準化)하거나 환자 의료 기록을 ‘칸반’처럼 사용해 환자 동선을 정리하니, 2개월 후에는 대기 시간을 60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또, 환자가 진찰실 앞에 설치된 시계를 통해 예상 대기 시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자에게 편안한 마사지 의자는 확실히 기분 좋은 서비스지만 병원에 오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진찰과 사무 작업이 끝나고 많이 기다림 없이 귀가하는 것입니다.


긴 대기 시간 문제는 내버려둔 채 어떻게 쾌적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할지를 생각하는 것은 개선 중에서도 이른바 ‘대처요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긴 대기시간 해소’라는 목적에 맞추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진짜 원인을 확실히 조사해서 근본적 개선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본질적 문제는 외면하고 쉬운 개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시하고 있는 일들 각각에 대해 ‘왜’를 물어보고 진짜 원인을 파악해 철저한 개선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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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사용치 않는 것들을 버리는 것

[2] 정리가 된 물품들을 정해진 자리에 위치시키는 것

[3] 업무량이 특정 시기나 과정에 집중되지 않게 균일하게 배분하는 것




[1] 장인 정신과 철학에 기반한 ‘물건 만들기(ものづくり)’라는 말이 ‘제조업’보다 널리 쓰인다




* Text based on 桑原晃弥, 「トヨタ式5W1H思考」

* 본 내용은 쿠와바라 테루야의 저서를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국내 미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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