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인내와 끈기
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유리컵을 뜯으며 뜨거운 석탄 위를 걷는 것과 비슷합니다.”
"Entrepreneurship is like eating glass and walking on hot coals at the same time."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기업가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한 스타트업 양성 기관은 성공적인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기 위한 세 가지 요인을 제시했는데 흥미롭다. 첫째, 유전적 특성, 둘째, 상황, 셋째, 인내력이다.
첫 번째 요인인 유전적 특성의 파악을 위해서 1만 명 이상의 예비 창업가를 대상으로 사회심리학적 테스트들을 실시하고 성과와 연계해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았다. 창업가의 성과를 가장 잘 예측하는 유전적인 요인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 성격 5요인The Big Five personality traits 검사들을 실행했다.
유동지능(gf) 개념은 1963년 심리학자 레이몬드 카텔 Raymond Cattell에 의해 소개되었다. 카텔의 심리측정 기반 이론에 따르면,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g)은 유동지능(gf), 그리고 결정지능crystalized intelligence(gc)의 요소로 구성된다. 일반지능은 G팩터g factor라고도 불리는데, 다양한 인지 과제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의 수준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어휘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은 독해 문제도 잘 푸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분야의 인지 능력이 좋으면,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확률이 높다. 일반지능은 통상 인간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정신적 과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근본적인 일반 정신 능력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IQ는 통상 일반지능을 대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결정 지능은 기존에 학습된 절차와 지식, 경험 등을 이용해서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이 개념을 발전시킨 학자 혼John Horn은 이것을 ‘경험에서 나오는 침전물’로 비유했다. 즉, 경험, 숙달, 문화 등의 키워드로 해석된다. 어휘 이해력이나 비평 능력 등이 여기 해당된다. 반면 유동지능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나 경험에 결정되지 않는 새롭고 추상적인 내용을 해결하는 지능이다. 즉 사전 학습 없이도 새로운 추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볼 수 있고, 이해력, 문제 해결 및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 등 여러 중요한 기술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도형 분류, 행렬 문제 해결이 여기에 해당된다.
성격 5 요인은 1980년대 이후 심리적 특성 이론에서 제시된 성격 특성에 대한 분류 방법이다. 성격 5 요인은 개인의 성격 특성이 가진 다섯 가지 요인의 이름을 따서 OCEA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 이 측정도구는 인간의 ‘성격’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기준 중에 하나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 측면에서 사람들은 ‘창의성/호기심’과 ‘일관성/신중함’ 사이를 오간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예술, 감정, 모험, 특이한 아이디어, 상상력, 호기심과 같이 다양한 경험에 대해 일반적으로 수용성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지적 호기심이 높으며 감정에 개방적이고 새로운 것을 기꺼이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단점으로는 성격의 예측 불가능성이나 집중력 부족등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강렬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창업가의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유전적 특성으로 유동지능과 개방성이 의미 있는 수준에서 성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유전적(인지능력 혹은 성격적 특성)이 있다고 해서 다 창업가로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키가 크다고 농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잘 생겼다고 연애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즉 창업가의 유전적 특징은 역시 필요조건necessary condition이지 충분조건sufficient condition은 아니다.
두 번째로 창업가의 성공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상황적 요인을 들 수 있다. 그중에 ‘타이밍’은 특히 중요하다. 시장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리고 창업의 경우에는 매우 중요하다. 때를 잘 만나거나 때를 잘 맞추는 것이 타이밍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제품과 서비스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당장에라도 메타버스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과감히 사명까지 메타Meta로 변경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성과는 내지 못했고 결국에는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내보내는 정리해고가 실시되었다. 3D TV는 당장이라도 안방을 뒤덮을 것 같지만 소리없이 사라졌고,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대한민국 최초의 사이버가수 아담도 그랬다(차라리 지금 나왔더라면!). 2020년 4월 선보였던 디즈니의 야심작이었던 숏폼 플랫폼 퀴비Quibi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회장, 드림웍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였던 제프리 카천버그Jeffrey Katzenberg, 이베이 CEO 출신인 메그 휘트먼Meg Whitman 등 거물급 인사들이 함께 창업한 초거대 서비스였다. 그러나 퀴비는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단 6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라는 초라한 결말을 맞게 되었다. 콘텐츠, 틱톡이나 유튜브 등의 기존 경쟁자들, 비즈니스모델의 전반적인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숏폼을 접하기 힘든 코로나 타이밍에 런칭한 것도 문제였던 것은 확실하다. 운이라고 말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시장 타이밍이라는 외부 요인의 존재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세 번째 요인으로 들 수 있는 창업가의 성공 요인은 끈기perseverance다. 일론머스크는 2010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 강연Founders Showcase에서 실제로 사업을 포기할 때 실패하는 것이라는 맥락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유리컵을 뜯어먹으면서 불이 붙은 석탄 위를 걷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과 집념, 그리고 극한의 인내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술기업과 혁신가, 창업가들은 늘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문제들과 함께 했고,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버텨냈기 때문에 성공했다. 열악한 열악한 운영 환경, 한정된 자본과 자원 부족, 촉박한 타임라인, 규제기관의 통제, 늘 변화하는 기술 등의 불확실성은 덤이다. 약 40여 분간의 강의를 이어갔지만, 일론 머스크는 그 모든 창업의 길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