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일론 머스크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중요시한다. 규모의 경제는 쉽게 말해서 제품을 많이 만듦으로써 소량생산을 할 경우보다 평균적인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생산량이 증가해도, 생산을 위해 이미 투자해 둔 고정비용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이 증가한다면 평균적인 고정비용은 감소하는 것이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다. 테슬라 마스터 플랜에서 밝힌 것과 같이, 전기차를 고급 시장에서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에 알린 후, 발생한 이익을 점점 합리적인 가격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투입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규모를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일전에 밝힌 대로라면 테슬라의 2030년 연간 판매 목표 대수는 2000만대다.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자동차 메이커도 단일 회사 수준에서 이 정도의 판매를 한 적이 없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토요타의 연간 판매량은 대략 1천만 대 내외다. 그리고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상용차를 포함했을 때 8000~9000만 대 내외, 승용차 시장의 경우 6000만 대 내외 수준이다.
2023년 4월 진행된 테슬라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CEO인 일론 머스크는 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본격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가장 우선 과제가 되는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동시에 가격 인하로 인해 확장되는 고객 기반을 통해서 향후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할 것임을 언론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밝혔다.
이 날 발표에서 2022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EV) 가격 인하는 회사 수익에 나쁜 영향을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주당 순이익은 2022년 1.07달러에서 23년 1분기의 경우 0.85달러로 떨어졌고, 영업 마진은 19%를 넘는 수준에서 11%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당 총수익은 지난 분기까지 1만 5,000달러 내외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1만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고의 영업이익 수준을 자랑하는 토요타의 경우 이익 수준이 8%이므로 테슬라의 이익 수준에는 상당한 기대가 있었고 향후에도 마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테슬라의 주가가 지탱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스로 테슬라가 가격 전쟁에 나서면서 마진을 낮춤으로 많은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이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해 일론 머스크가 강조한 것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가격 인하를 통한 수요 창출 및 규모의 경제 달성, 둘째,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대한 선언이다. 일론 머스크는 컨퍼런스 콜에서 "낮은 마진으로 많은 수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향후 자율주행을 완성해서 마진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상당히 전략적인 발언으로 테슬라가 의도하는 미래를 함축한다.
테슬라의 대당 수익은 여전히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의도적인 가격 할인 때문에 수익이 줄어든 것이 문제로 대두되었다.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 전기차 업체들에게 압박을 주고 모델 3의 경우 미국 내 기존 가솔린 자동차 신차 평균 가격 이하로 세팅하여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수요를 창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테슬라의 2023년 1분기 평균 판매 가격은 47,000 달러였는데 전 분기 52,000 달러보다 약 5천 달러나 낮은 금액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동시에 대당 평균 생산비용 측면에서도 진전을 이루었는데, 2022년 4분기의 39,000 달러에서 1분기의 37,000 달러까지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 장기적으로 연간 2,0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인 회사라면 추가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여력이 일을 수 있다.
수익 감소와 메이커 간 전기차 가격 경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는 더 큰 그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차량 본체에서 이익을 내는 것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는 결국 자율주행이 실현될 것이므로 이를 수익화하는 것이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제조업)에서 얻을 수 있는 한 자릿수의 이익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조업과 달리 사실 소프트웨어의 원가는 제로에 가깝다.
“낮은 마진으로 많은 수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나중에 자율주행을 완성하 따라 그 마진을 수확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실적 발표회에서 말하며, 그는 테슬라가 “기술적으로 현재 제로 수준의 수익으로 자동차를 판매한 후 자율 주행으로 미래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정의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100년 이상 하드웨어에 집중해 온 전통적인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의 전통적인 이익창출revenue stream - 즉 신차 판매와 이에 따른 서비스 제공, 부가 상품의 판매 – 문법에서 완전히 탈피하게 된다. 완전한 자율 주행이 10년 이내에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만약 실현 가능한 경우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만으로 충분히 수익 센터profit center로서의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2000년에 휴대전화에서 앱을 구매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라이트의 법칙Wright’s law이란, 간단히 말해 누적 생산에 따른 비용은 체감(줄어든다) 한다는 것을 보여는 학습곡선learning curve 프레임워크다. 이에 따르면 생산량이 누적 두 배로 증가할 때마다 비용은 일정하게 감소한다.
미국의 항공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시어도어 라이트Theodore Wright는 비행기 생산이 두 배로 증가할 때마다 필요한 노동력은 10~15%씩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0번째 비행기의 생산 비용은 1,000번째 비행기 생산 비용보다 15% 감소했고, 4,000번째 비행기 생산 비용은 2,000번째 비행기 생산 비용보다 15%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1936년 논문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했는데, 소위 라이트의 법칙이라 불리는 경험 곡선 효과 experience curve effects를 제안했다. 생산이라는 행동 과정에서 조직은 학습하고,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생산 단위별 비용은 감소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공식은 간단하다. Y=axb 로 표현되는 함수에서 Y는 단위당 누적된 평균 시간(또는 비용), X는 누적 생산 단위 수, a = 첫 번째 유닛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또는 비용), b는 함수의 기울기가 된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인텔 공동창립자였던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제창한 무어의 법칙Moore’s law가 있다. 이것은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는데, 1965년, 그는 반도체에 저장 가능한 데이터의 양(트랜지스터 수)이 18-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무어의 법칙은 오랫동안 IT업계에서 통용되어 왔는데, 이 법칙에 따른다면 컴퓨터 성능은 5년마다 거의 10배, 10년이면 100배 가까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 시간에 따라 반도체의 집적도가 체증한다고 밝혔다면, 라이트의 법칙은 생산량(축적된 경험)에 따라 비용이 체감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 다르다.
무어의 법칙은 오랜 기간 동안 일종의 법칙처럼 적용되어 왔는데, 기술 비용이 하락하는 이유를 시간이라는 요인으로 단순하게 본 것이 특징인데, 이는 기술 채택 비용의 하락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무어의 법칙은 트랜지스터의 집적도가 두 배로 증가하므로, 컴퓨팅 연산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보았고, 이런 비용 절감이 “암묵적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높인다고 보았다. 즉, 생산량 증가 = 소비자의 수요 증가로 본 측면이 있다. 만약 반도체 출하량이 늘었는데도 소비자의 수요가 늘지 않았다면 무어의 법칙은 주춤하게 된다. 수요가 늘지 않으면 기업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멈추게 되고, 그렇다면 더 이상 비용이 줄지 않을 것이다.
라이트의 법칙은 시간 함수로 비용을 예측하는 대신 ‘생산량’을 비용 감소 메커니즘의 핵심으로 보았다. 2012년 미국 산타페 리스크 연구소Santa Fe Risk Institute는 TV, 전기 오븐, 원자력 등 62개 기술 영역에 라이트의 법칙을 대입해서 기술 비용 감소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 비용 감소 예측에 있어 두 가지 문제는 첫째, 오랜 기간의 데이터 히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 기술에 대한 예상 수요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석가는 생산량이 누적적으로 두 배가 될 때마다 비용이 하락하는 '학습 속도'를 결정한 후 생산량이 누적으로 두 배가 되기까지의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어떤 기술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임계점을 넘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중 시장으로 이행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면 수요는 빠른 속도로 높아진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생산 단가가 임계치를 넘어가면서 전기 자동차의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졌다. 200마일(32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배터리는 iPhone 5,000대 분량 이므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가 전기 자동차로 전환된다면 스마트폰에 필요한 배터리 수요의 두 배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급속히 늘어난다면 배터리의 생산이 두 배로 늘어나는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이에 따라 비용 하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즉, 전기자동차의 수요 확대는 다시 전기 자동차의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가격을 빠르게 낮추므로 규모의 경제가 생각보다 빨리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성숙한 것으로 보이는 기술(예를 들어 리튬 이온 배터리) 역시 수요 증대에 따라 임계치를 넘으면 비용 하락은 다시 가속화된다. 일론 머스크가 2030년 2천만 대 전기차 생산을 선포한 것은 실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전기자동차 생태계의 하류에 존재하는 부품 제조업체들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인 스탠스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