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사 May 03. 2023

브랜드, 제품의 진정성

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브랜드는 단지 관념일 뿐이고 관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실과 일치합니다. 인식이 현실보다 앞서기도, 뒤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브랜드란 단순히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총체적인 인상입니다.”


“Brand is just a perception, and perception will match reality over time. Sometimes it will be ahead, other times it will be behind. But brand is simply a collective impression some have about a product.” 


현대 기업 경영에서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의 중요성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인상을 형성하는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분이 경영학 교수라면 기업의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브랜딩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브랜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애플이다. 애플은 소비자에게 강력한 브랜드 인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다. 아무도 애플이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미 애플 브랜드는 혁신, 품질, 프리미엄 가격과 연관되어 있다. 중국에서 폭스콘이 제조한 아이폰에서 사과 로고를 제거하면 얼마의 프리미엄이 사라질까? 실제로 중국에서는 기능적으로 완전히(혹은 거의 완전히) 동일한 부품들을 사용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앱스토어 및 애플 고유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비교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상당한 가격 프리미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초등학생 자녀들이 애플 아이폰을 사지 않으면 여러 모로 ‘인싸’가 되기 힘들다면서 부모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렇지만 애플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짧은 기간 동안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애플의 브랜드 인식은 상징적인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서 구축된 것이다. 이 캠페인은 1997년 애플이 회사와 제품을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것으로 리브랜딩rebranding(기존의 브랜드를 다시 포지셔닝하는 것)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마케팅 캠페인은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와 같은 유명한 역사적 인물의 이미지와 함께 “다르게 생각하라”는 태그 라인(광고의 핵심 소구점을 설명하는 문구)이 등장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 캠페인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통상적으로 제품의 이성적인 부분, 즉 스펙이나 사양, 외관, 특장점, 경쟁사 대비 우월한 점, 가격 등에(특히 IT제품이라면 더욱 사양에 초점을 맞추곤 했던 시대적인 배경이 있다) 집중하던 기존의 기술 광고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대신, 이 캠페인은 애플의 제품을 창의성, 개성, 그리고 사회의 기존 잣대와 가치관에 순응하지 않는 선진적인 이미지에 연관시켜 기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소수 고객층을 넘어서 더 폭넓은 잠재 고객에게 어필하려고 했다.


이 캠페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애플의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회사와 제품이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로 재포지셔닝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 애플의 급속한 성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수많은 마케팅, 광고 관련 이벤트에서 수상하면서 업계의 교과서적인 성공 사례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브랜딩에 대한 조언은 사람들에게 브랜드 자산의 개념과 이것이 기업의 재무 성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가르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브랜드 자산brand asset은 쉽게 말해서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해 주는 부가가치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적 이점이 가진 실제 가치를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브랜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브랜드는 나이키Nike다. 나이키는 전 지구적인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를 가진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나이키는 고품질의 혁신적인 운동선수를 위한 제품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면서 고객들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냥 해"Just do it라는 슬로건, 삼척동자도 알아보는 스우시Swoosh 로고(휙 하고 움직이는 동작을 뜻하는 말이다)는 모두에게 익숙하, 소비자들에게 강한 정서적 동질감을 일으킨다. 


나이키는 고품질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연구개발 활동을 하고,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나 타이거 우즈Tiger Woods와 같은 톱클래스의 유명 운동선수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타겟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에 투자하면서 시간이 흘러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를 유지해 왔다. 또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제품 라인을 확장하고 신체 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다양한 최신 디지털 기술에도 투자하여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도와 트렌드에 맞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나이키는 소비자와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뿐 아니라, 실제 고객과의 일체감을 통해 품질과 혁신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애플과 나이키 이상으로 고객들의 충성도를 형성한 브랜드로는 레드불Red Bull을 들 수 있다. 레드불 역시 브랜드가 기업의 재무적인 성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실제 레드불은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서 경쟁한다. 쉽게 말하면 카페인과 탄산과 당분이 든 음료를 제조하는 것이다. 제품은 단순하지만, 브랜드의 위력은 엄청나다. 레드불은 그 기능에 대해서는 일절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익스트림”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소통하면서 익스트림 스포츠 및 모험과 관련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레드불은 의도적으로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와 선수를 후원하면서 제품에 대한 흥분과 모험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의 전략이 레드불이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에너지 드링크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론 머스크 역시 누구보다 이러한 브랜딩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딩이 제품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최첨단 혁신 기술로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다. 그들은 초기 모델 S나 모델 X 같은 고급 모델을 소개할 때 세련된 디자인, 첨단 기능, 프리미엄 가격을 내세우며 전기 자동차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전기차=프리미엄). 이 덕분에 테슬라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제품에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는 열성적인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었다.


머스크의 말은 기업이 브랜드 인지도를 형성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통찰을 준다. 다양한 활동, 즉, 광고, 홍보, 스폰서십 등을 통해 기업은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있다. 강력한 브랜드는 기업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궁극적으로 수익성 향상을 불러온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인상을 형성하는 데 브랜딩과 소비자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발언을 다르게 해석할 필요도 존재한다. 브랜딩은 제품 성공의 필수 요소이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브랜딩은 제품에 대한 인식을 형성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제품의 품질과 가치다.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려는 노력은 제품 혁신 노력 없이 마케팅 활동에만 집중하는 기업에 대한 경쟁우위가 될 수 있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브랜드는 그저 “인식”이라는 것이다. 브랜드는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만들어진 인상이다. 실제의 제품, 디자인, 성능, 스펙, 가격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상”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제품을 앞서기도 하고, 제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시간에 따라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제품과 일치한다고 말한 것에는 큰 인사이트가 있다. 궁극적으로 제품을 뛰어넘는 브랜드는 없다는 말이다. 테슬라가 마케팅 부서와 홍보 부서를 폐지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을 수 있다. 


인식의 세계에 집중하는 광고 대행사, 마케팅 대행사들은 기업에 돈을 쓰라고 한다. 제품이 어떻게 포지셔닝되도록 할 것인지, 어떻게 ‘보이도록’ 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즉, 전문가들의 조언이란, 일단 시장에서 브랜드 인식을 바꾸거나 오래된 브랜드를 재활성화하고 싶다면 돈을 좀 쓰라는 것이다. 브랜딩 전문가인 마크 데닝Mark Denning은 마케팅 지향적 기업들에게 대행사에 의존하는 브랜딩 전략은 더 이상 투자 대비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후에도 핵심 브랜딩 지표나 고객 확보에서 거의 변화가 없거나 매우 미미한 상승을 경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기업들의 사례를 나열했지만, 실제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테슬라의 이미지를 가지고 싶다고 해서 토요타가 갑자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브랜드 인식과 제품은 장기적으로 일치한다는 조언에 기반해 진정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소 기능 제품과 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