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코로나 극복기 - 2
도시락 싸들고 드라이브......
by Thankfulness Jun 16. 2021
우리 가족은 키웨스트를 너무 좋아한다. 아니 사실 우리 부부가 좋아해서 매년 땡스기빙이 되면 아이들 데리고 어김없이 키웨스트를 다녀왔기에 아이들도 그곳에서의 추억이 많아졌다. 요번 고등학교 졸업하고 시카고로 대학을 가게 된 딸이 사실은 한국 여행을 계획했으나 지금 코로나로 인해 그것도 안 되고, 미국 일주도 계획 중의 하나였는데 그것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우리 딸이 선택한 것이 키웨스트이다. 왜냐고 물으니 그곳에서의 추억이 너무 많다며....
키웨스트는 이곳 올랜도에서 8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키웨스트 가면 뭐해? 가도 가도 바다, 운전 속도도 못 내고, 무슨 재미냐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가도 가도 양 옆으로 바다인 것도 너무 좋고....
할 것 없는 것도 좋고....
가면 물 좋아하는 아들 수상 스포츠 즐기고...
저녁엔 호텔 수영장에서 내내 물놀이하고...
남편은 그토록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을 사진 속에 담고.... 그래도 그땐 눈이 이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진행이 되어 버렸네....ㅠ.ㅠ...
언제나 피곤한 나는 파라솔 밑에서 잠들기 일수였다.
호텔 앞 Private beach에서 카약도 타고 낚시도 하고....
우리에게 키웨스트는 아이들 어린 시절의 추억과 또 대학 다닐 때 마이애미로 어학연수 와서 외국 친구들과 가 보았던 양 옆으로 돌고래가 뛰고, 따가운 햇살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닷속 노인처럼 노인들이 배를 띄우고 있는 모습을 본듯한 환상과 어딘가 우리가 보지 못한 장소에서 헤밍웨이가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며 둘러본 헤밍웨이 생가..... Glass bottom boat 타고 내내 멀미 때문에 그 아름다운 바닷속 보다 바다 위의 광경을 구경해야 했던 너무나 소중한 추억의 장소이다.
팬데믹으로 올랜도에는 Stay Home Order까지 떨어져서 그냥 집안에만 있어야 했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일에 어리둥절했고, 곧 우리는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고, 이내 손발이 묶여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우리를 덮쳤다. 그리고는 그 뒤로도 State Order가 풀리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밥을 사 먹지 못하니 도시락을 싸들고 우리는 키웨스트로 향했다. 오랜만의 외출에 모두 들떠있었고.... 그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 헸다. 우리가 좋아하는 키웨스트이지만 그토록 가는 길이 좋았던 것은 처음인 듯하다. 그렇게 행복하게 5시간 남짓을 운전해서 마침내 키 입구에 다달했던 우리는 이상하게 차가 정체가 되어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왔나 하며 기다리던 우리는 키로 들어가는 골목에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길한 예감이.... 역시나 예감대로 키가 닫혀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만 들어가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차를 돌리며 주유를 하고 Averglades Park를 지나 서쪽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렇게 루트가 잡혔다. Averglades Park 쪽으로 가려면 기름을 일단 풀로 채우고 가야 한다. 서쪽으로 거의 다가가기 전까지 주유소가 없다. 주유하는 동안 차 앞유리를 닦지 않고는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벌레들의 사체가 차 앞유리에 낭자했다. 영화 곡성을 연상시킬 정도로 Love Bug이 잔뜩 붙어 있었다. 플로리다엔 Love Bug이라는 연구실에서 모기 퇴치용으로 만들어진 벌레가 있으나 제 기능은 하지 못하고 이렇게 차만 더럽히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단다.
그렇게 우린 Everglades Park를 자나며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간단하게 집에 있는 반찬들로 챙겨 온 도시락을 트렁크를 열고 앉아 먹는 그 기분이 묘한 행복감을 주었다. 아늑하기도 하고 서로들 어깨를 맞대고 기대어 먹는 그 기분이 우리를 너무 포근하게 했다. 먹는 동안 여디에서 나타났는지 악어도 출연해 주어서 심심하지 않은 풍경을 연출해 주었고... 사실 악어는 플로리다 어디에든 볼 수 있다. 작은 연못만 있어도 악어는 곧잘 나타나곤 하니까. 하지만 Everglades Park의 악어는 어딘지 다른 그들만의 포스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쪽으로 끝까지 가서 위로 올라가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내려 식당에서 밥도 먹고, 사진도 찍고 그랬으면 돌아오는 길에 해 질 녘을 딱 맞추어 템파 쪽의 스카이 브리지로 넘어오며 눈 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보았을 텐데 요번엔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겨우 재미없는 하이웨이의 차 안에서 한컷.....
그렇게 우리 가족은 집안에 갇혀있던 답답함을 해소하며 행복하고 따뜻한 하루를 보냈다.
아마도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일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어 만끽하는 행복한 기억으로 우리 가족 추억의 서랍에 한 장의 사진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