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써!!

어느 목사님의 일화

by Thankfulness


지난 주일 설교는 외부의 초빙 목사님의 설교였다.

말씀 잔치라고 하여 일 년에 한두 번씩 외부의 다른 교회의 목사님을 초빙하여 금토일 말씀을 듣는 행사이다. 나는 겨우 주일설교를 듣게 되었는데, 서론이 조금 긴 듯... 좀 지루한 시작을 들으며... 외부 목사님이 오셔서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없던 내 경험을 떠올리며 역시.... 하고 있던 내게 목사님의 "가면 써!"라는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아직 젊으신 분이라서 그런지 자주 싸우셨단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일 아침 교회를 가는 중에 두 분의 말싸움이 시작이 되었는데 교회는 다가오고.... 평신도라면 차를 돌려 집으로 가면 그만이겠지만 목사인 나는 돌아갈 수도 없고 이대로 가서 신도들에게 기분을 들킬 수도 없고.... 그래서 교회에 다가올 때쯤 목사님이 사모님에게 그렇게 말했단다. "가면 써!" 그리고는 밝은 표정으로 서로 신도들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하하하...." 하며 가면을 쓰고 인사를 나누고 복도에서 마주친 두 분은 가면을 쓴 채로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목사님은 설교대로.... 사모님은 사모님 자리로.... 그렇게 하루를 잘 보내고, 싸움은 잊어버렸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설교를 이어가셨다.


가면.....

아는 지인이 주일에 교회만 갔다 오면 "아이고... 교회만 갔다 오면 너무 힘들어... 거룩한 척하느라고..." 농담인 듯 던지던 그 말이 너무 진한 고백이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일날 교회는 마치 가면 무도회장 같다. 모두 제 각각 가장 멋지고 값비싼 가면을 쓰고 나와 가식적으로 좋은 아침입니다.... 하하하.... 호호... 기도하겠습니다.... 를 연발하며... 그러나 그 속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본인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체 그렇게 거룩한 척을 이어 가고 있을 교회에서 주일날에 종종 가면을 쓴다는 어느 목사님의 고백은 참으로 신선하게 들린다.


내가 본 주일의 풍경이 그렇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거짓된 모습으로 거룩한 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을 파고드는 설교가 있고.... 눈물 나는 향기로운 찬양이 있어 나는 또 그저 나 나름대로의 믿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 모두 각자 같은 내용의 성경을 읽고도 모두 다른 해석과 적용을 하고 있으니... 사실 누가 옳은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내가 따라가기에 거부감이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용하며 그렇게 실낱같은 가느다란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모두가 언제나 민낯으로 나와 싸우고 화내고... 그런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살벌하겠는가.... 가면이라도 쓰고 화난 감정도 좀 숨겨두고.... 집안의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조금 접어두고 남의 집 경사에 축하도 해 주고..... 자신의 단점을 조금 가리고 남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가면이라면 종종 써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종종 써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어느 목사님의 설교는 나를 또 설득시킨다. 가면 쓴 교인들의 모습이 거짓된 것이 아니라 모두를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한 배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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