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는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다. 그리고 날씨는 주로 덥고, 겨울이라고 해도 추운 날은 며칠 되지 않는 곳이 이곳이다. 지난 2월 중부. 동부는 한파로 인해 화씨로 영하로 치닫고, 그로 인해 곳곳에 사고가 나고 난리인데 이곳은 더웠다. 반팔에 에어컨을 켜야 했고, 다음날엔 조금 시원해져서 에어컨 안 켜고 그냥 딱 좋게 선선한 날씨에 Patio에서 저녁을 먹었다. 살랑살랑 볼이며 어깨를 간질이는 바람 덕분에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한편으로 미안해지기도 하는 참 좋은 날씨.... 이곳이 플로리다 올랜도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 갇히게 된 우리 가족은 처음에 각자 이런 일 저런 일들을 하다가 무료해지고, 우리는 뭔가 살아있는 것이 집안에 필요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지와 털 알러지가 있는 아들과 나 때문에 동물을 키우는 건 불가능하고...... 그래서 생각한 게 식물이었다. 그렇지만 항상 우리 집에만 오며 죽어버리던 식물들 때문에 망설여지긴 했으나 다 같이 힘을 모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지인으로부터 너무 잘 번진다며 분양해 준 몇 개의 다육이가 집에 왔다. 물을 절대 많이 주지 말라는 지인의 말을 따라 밖에 비 올 때만 비를 맞혀 주었고, 햇볕도 적당히 들어오는 곳에 두었더니 정말 얼마 되지 않아 너무 커지고 옆에 자그마한 것이 마구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번지고 자라던 다육이는 이렇게 꽃까지 피게 되었다. 지인도 아직 못 본 꽃이라며 신기해했다. 그때가 중부는 한파로 난리인 그때였다. 여기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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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의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집안의 작은 것들은 재료를 사다가 고치고, 만들고.... 그러다 보니 홈디포에 자주 가게 되었고, 어느 날은 홈디포에 갔다가 가든 코너에 들렸는데 너무 예뻐서 도저히 그냥 올 수가 없었다. 남편은 좋아하는 해바라기가 없어 대신 비슷한 루드베키아, 그리고 나는 사실 지금도 이름이 잘 기억하기 어려운 핑크색 꽃을 데리고 왔다. 아일랜드에 올려놓고 아침마다 남편과 커피 한잔 마시며, 파릇한 잎과 예쁜 꽃을 바라보는 일이 나를 너무 행복하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고, 남편은 커피를 갈고, 나는 모카포트 준비하며 커피잔을 데우고.... 커피 한잔 마시며 꽃을 감상하고.... 2주마다 갓 로스팅한 다양한 커피를 배달받아 마시며 맛을 논하고.... 팬데믹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여유이다. 하지만 이미 다 예쁘게 펴버린 꽃을 데리고 왔으니 며칠을 만끽했을까... 이내 지는 모습만 봐야 했다는.....
집안에는 민트와 상추를 심어 보았다. 일명 수경재배? 물과 Plant Food라고 주는 갈색 액체를 2주 정도에 한번 정도 주게 되어있어 버튼이 깜빡깜빡하면 주면 된다. 물이 부족한 타임도 알려준다. 처음에 조그만 떡잎이 나올 때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매일매일 자라는 걸 관찰하게 되었다. 그중에 딜은 너무 키만 삐죽하게 커서는 자꾸 옆으로 쓰러져서 세워주고... 그러다 아들이 안 되겠는지 어디서 찾아보고는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그 가지를 자르는 우리 아들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자기 팔이 잘려나가는 듯하다나..... 우리 아들은 그런 아이이다. 작은 벌레 하나도 잘 죽이지 못하고, 집안에서 발견되면 밖에 놓아주는 그런 아이... 어느 날은 벌을 잡아가지고는 집에 있는 꿀을 먹여주고 놓아주는 걸 보았다. 말벌도 아니고 꿀벌인데 어떻게 죽여요 하는 울 아들..... 저렇게 마음 약하고 착해서 무서운 세상에 던져져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항상 걱정이었는데, 사실 지금은 그런 아들이 너무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누구든 아님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준 것이 너무 감사하다. 그렇게... 아프지만 가지도 쳐주고 크는 걸 보고 있자니, 어느새 우리 가족이 된 민트와 상추를 잘라서 먹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키우다 키우다 이젠 더 이상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왔을 때 잘라서, 파스타도 해 먹고... 카프레세 샐러드도 해 먹고.... 예쁘게 키운 아이들을 먹다니.... 그런데 이렇게 싱그럽고 맛날 수가... 인간이란.....
곧 민트는 너무 많이 자라서 더 이상 우리가 다 소비하지 못하고 커버려서 각자 한 개씩 유리병에 담아 밖에 놓고, 꽃까지 핀 타이베이즐과 민트는 정말 오래도록 함께 했다. 그렇게 식물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얼떨결에 얀센 백신 맞고 지금껏 마음 졸이다가 이제 편해졌고, 아이들은 화이자 백신 첫 번째 맞고 다음 주와 그다음 주에 2번째 백신을 맞는다. 만에 하나, 그 부작용이 사실 두렵기도 하지만 집단면역 형성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열망에 눈 질끈 감고 도전하는 것이다.
어서 집단면역 형성하고 모두 일상으로의 복귀와 주말에 차를 몰고 바닷가에 갔다가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먹고 오는 우리의 주말 라이프가 가능한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