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by Thankfulness

2018년인가 소확행 이란 단어가 생기고 유행하던 게.....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와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했다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돈이 된 속옷이 있는 것 등등....


사회적인 풍조로 대확행이나 중확행을 이룰 수 없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찾게 되어 나온 말이라는 평가를 하는 비평가들도 있었다.



소확행...


그저 사소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 범사에 감사하며 믿음 생활하는 신앙생활과도 같은 그런 의미이지만 20-30 친구들에게 단어가 크게 어필이 되는구나 싶었고,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 하나가 이토록 사회를 크게 흔들어 트렌드를 바꿔 버리는 그 능력에 사실 크게 놀라고 있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신앙의 가르침이나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고 즐기라는 그 어떤 말로도 결코 어필되지 않았던 그 삶의 방식이 소확행이라는 단어 하나로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 버렸으니 말이다.



현실에 대한 집중...

언제나 나는 그렇게 살고자 하나, 매 순간 자주 잊어버리고 사는 그런 삶의 태도로 그저 페북에 잠깐 짤 글 하나씩 올리며, 소확행을 누리고 있는 듯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중에 우리는 코로나를 만났다. 그런데 이번 팬데믹으로 대학 기숙사에 들어갔던 첫째가 돌아왔다. 나는 마치 아이들 어린 시절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 어린 그 시절보다 훨씬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처음엔 갑자기 달라진 세상에 어리둥절하고 그저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답답했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시간임을 인식했고, 본능적으로 살며 매 순간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다 간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린 시절- 매사에 나의 손길이 필요했던 그때, 일하고 아이들 돌보느라 사실 매 순간에 집중할 수 없었다. 왜냐면 매번 그다음 순간에 또 해야 할 일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그 순간을 제대로 집중하고 즐길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울어대고 와이프가 바가지를 긁는 곳에서는 산투르조차 제대로 켤 수 없었다는 조르바가 너무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요즘 2-30대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멈춰 버려 오롯이 우리는 가족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와 가족 밥상에 집중하게 되었다.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했고, 또 같이 모여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했고, 이것 저것 찾아서 차리게 되는 맛있는 밥상은 또한 우리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 아들은 처음엔 PC 부품을 이것저것 사 모으기 시작하더니 이내 조립에 열중했고, 그다음엔 모니터까지 2개를 놓고서는 이내 게임에 빠져들었고... 주니어인 울 딸은 점점 미대로 진로를 굳히고, Fabric Art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이내 실로 만들어내는 모든 작품을 만드는 데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에 미국에서 구할 수 없었던 마스크를 천으로 만들어 교회 사람들과 나누는 일을 필두로 집안에 안 입는 옷들을 정리하고 그 옷을 오리고 붙여서 앞치마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바지를 치마로 만드는 일과 우리 아이들에게 시간이 없어 해주지 못했던 요리에 빠져 들었고.... 남편은 시력이 안 좋아서 듣기 시작한 오디오북에 더욱 빠져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자신의 시간에 집중했고 또 우리 가족에게 다시 주어진 시간에 가족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때론 모여서 다 같이 처음으로 김치 만두를 빚어 보았다. 생각보다 맛도 좋았고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아 할 수 있는 일과 시간이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 앉아 킹덤을 보는 일 또한 우리 가족 모두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 또한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을 제공해 주었다. 도시락 싸고 아이들과 드라이브 코스를 잡아 Everglades Park 중에 한적한 곳을 찾아 차를 세우고 도시락 먹고, 서쪽으로 멋진 해질녘을 감상하며 돌아온 드라이브는 아직도 우리에게 너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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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중하지 못하고 마구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고,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내 시간을 집중해서 보낼 수 있어서 미안함도 조금 덜어 본다. 또한 시간의 여유는 우리가 대화할 때도 더욱 여유 있고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친구처럼 그렇게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이번 팬데믹 상황으로 경제적으로는 많은 손실이 있었지만 나에게 덤으로 주어진 듯한 1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내 가족과 일상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펜데믹으로 우린 모두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이렇게 만족스럽게 보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젠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까지 연습 잘해 놓았으니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도 이젠 하루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을 텐데...ㅠ.ㅠ.... 우리모두 다함께 노력해서 빨리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도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집중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 순간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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