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그냥 정성이다.
맛을 논하기 전에 그냥 정성이고 삶이다.
4일 전 자주 식사를 나누던 지인으로부터 밥 먹자는 연락이 왔다.
많이 참았을 것이다. 코로나로 이곳 미국은 3월 중순부터 시작이었으니 3개월을 훨씬 넘겼다.
식사한 지 5개월 정도는 지난 것 같다.
요번은 우리 집에서 해야 하는 차례이기에 집으로 오라고 초대를 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한국 마켓으로 가서 배추와 도토리 묵가루와 호박, 부추, 파, 배, 파프리카 등등 식자재를 사 와 일단 배추를 절였다. 그리고 2차 절임 후 채 썬 갖가지 야채를 안에 넣고 말아서 다정 선생님의 파프리카 백김치를 담갔다. 그리고는 실온에서 하루를 익히고, 다음날엔 국물을 부어 한나절을 익힌 후 냉장고로 직행한다.
그리고 도토리 묵을 번트 틀을 이용해 모양을 내 보았다. 그리고는 지난번 초대 때에 충분히 맛을 내지 못했던 묵 해물전과 부추전을 다시 한번 해서 먹어본다. 프라이팬에 기름 넉넉히 두르고 조금 바짝 구운 묵전이 그 맛을 더함을 발견하고 재료 준비한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로 한 당일날 아침부터 묵가루를 물에 담가 윗물은 버리고 묵전 반죽을 만들고 얹을 소를 만들고, 부추는 곱게 갈아 예쁜 초록색의 전 반죽을 만들어 놓고, 해물찜에 넣을 콩나물 미리 삶아 얼음물에 담가 더욱 통통하게 준비하고, 해물들 손질하고 준비한다.
손님들이 오시기 전 1시간 전부터 전을 부치기 시작한다.
한 두장 정도는 오시면 바로 구워 따끈따끈 맛있는 전을 맛보게 한다. 해물찜은 손님이 오시면 시작해서 따끈따끈하게 낸다. 겉절이는 항아리 뚜껑에 담아내어 본다.
나의 밥상을 마주한 지인은 나의 정성에 먹기가 미안할 정도라며 너스레를 떨며 맛있게 먹어 주었다.
예의 바른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별 것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간단한 상차림이었다. 고작 전 몇 가지와 백김치, 도토리 묵과 해물찜 정도의 메뉴이니 말이다. 해물찜은 사진 찍는 걸 잊고 먹느라 바빠서 사진이 없네....
하지만 이 상차림을 위해 이토록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니.... 항상 바쁜 가운데 겨우겨우 대충대충 하던 식사 준비여서 힘들기만 했던 기억이지만, 코로나로 너무 많은 시간이 나에게 보너스로 주어지는 바람에 여유 있게 그리고 아주 즐겁게 준비하는 시간을 만끽했다. 지인은 음식과 정성에 감동받았다며 고마워했지만 실은 내가 더 고마웠고 행복했다.
한식은 할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굉장히 풍부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이토록 많은 조리법과 식자재, 다양한 맛, 건강까지도 생각한 음식 궁합까지.... 또 그 응용은 어떠한가..... 유명한 광고 카피가 떠 오른다. "한식은 음식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또한 유구한 역사를 말해준다. 참 신비한 세계다. 앞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고 싶은 분야이다.
같이 모이긴 했지만 예전처럼 허그도 삼가고 서로의 접촉을 피하고 거리를 두고 그렇게 음식을 나누었다. 이렇게라도 잠깐 모일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하지만 예전처럼 맛난 것 해서 같이 모여 하하호호 맘껏 웃고 떠들고 나누고, 너무 웃어 배 아프고, 웃을 때 옆사람 때리며 웃는 친구 때문에 팔뚝 아프고..... 이러한 행복을 다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올까? 이곳 미국은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면 도시를 아예 닫아야 할 정도로 일주일 사이에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정부 차원이든 주, 시, 카운티도 모두 손들고 있는 느낌이다. 겨우 무료 진단만 해내고 있다. 그저 우리 스스로 다시 Stay Home Order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이런 정성이 담긴 음식들을 좋은 사람들과 여유 있게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시간과 여유가 우리에게 허락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