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은 다시 보기가 아닌 새로운 창조의 작업이다.
"우리의 과거 기억은 현재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꺼내 주는 마술 보따리와 같다." " 과거의 회상은 다시 보기가 아닌 새로운 창조의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최인철"프레임"
작가는 우리의 이런 과거 회상, 과거 기억을 경계하라고 한다.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지나치게 아름다운 장밋빛 미래를 또한 경계하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한다. 물론 그 속뜻은 과거든 미래든 지나친 확신을 경계하라는 말인 줄은 알지만 이 얼마나 다행이며 행운인가...... 내가 했던 후회스러운 기억도 예쁘게 포장해서 내 뇌에 담아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또 그다지 밝지 않은 미래도 장밋빛 희망을 갖는 것은 현재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사람이란 것이... 호모 사이엔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이렇게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언어와 험담,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능력- 종교와 같은- 그런 능력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종교는 가장 상위에 있는 인간의 능력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다. 보지도 못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믿는 능력이 인간에게 무한한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을 맘껏 누리고 사는 나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의 세세한 것들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이런저런 문제도 있고, 앞으로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기고 하고, 새로이 시작한 일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젊을 때만큼 머리가 잘 안 돌아가니 새로운 일 배우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화나고, 이 정도의 시시한 일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내가 원망도 되고.... 게다가 이젠 체력도 안되어 집중력도 기억력도 한 번에 처리하는 업무량도 현져히 떨어지고......
그런데 그런 나의 모습을 저 멀리서 바라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바깥 일과 집안일, 아이들과 시간 보내며 추억도 쌓고 행복한 시간 보내는 것도 잊지 않고, 종교도 하나 가지고 있어서 만져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분과 대화하며 의지하며, 이렇게 틈틈이 글도 쓰고, 재능은 없지만 그림도 그려보고, 켈리도 써보고, 재봉틀로 가방도 만들어 보고, 건반도 두드리고, 좋아하던 클래식 음악 들으며 내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꺼내고, 베이킹과 요리는 우리 가족 모두를 즐겁게 하는 나의 취미이다.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다 사용하고 사는데도 나는 여전히 지식에 굶주려 있다. 또다시 배울 거리를 기웃거리고 있는 나의 모습. 나는 그런 내가 좋다.
젊은 시절엔 실수도 많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리 잘해 놓지 못했고, 더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 것도 후회되고...... 그런데 최인철 교수님의 과거의 기억은 마술 보따리라는 말이 나에게 참 많은 위로가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것 - 많은 다른 사람들이 더 잘난 것 같고, 뭐든 잘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 기억 속 마술 보따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좋은 것만 기억하자.... 그렇게 하다 보니 나의 과거가 그야말로 장밋빛 좋은 추억의 장이 되어버렸다. 좋았던 것과 잘한 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그저 내 머릿속 추억인데 설사 왜곡되었다 한들 어떠하리... 그저 내가 기분 좋게 살아가는데 쓰일 도구일 뿐일 것을......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이는 내 미래를 직시하는 것은 너무 불행할 것 같다.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없다면 살아가야 할 의미를 잃게 될 것이고 불행해질 것이다. 이러한 기억의 왜곡이 가능한 우리의 뇌 기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젠 "내가 왕년엔 말이지.... "하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어르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의 무용담을 기꺼이 듣고 함께 빠져들 자신이 생겼다. 그것이 인간만이 가진 귀한 능력이며, 나도 그럴 거니까.... 하지만 그땐 누가 내 무용담을 들어줄까.........
그래도 난 또다시 지금보다도 더 공감과 이해가 가득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