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를 위한 정성

커피잔을 데운다. 나를 위해

by Thankfulness

나는 한동안 에스프레소에 반해 그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것저것 맛보며 그 향과 맛과 크리마에 빠져들어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4-5잔을 마시며 카페인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빈을 갈고 내리는 일이 단 1분 안에 이루어지는 머신과 또 카페를 흉내 내며, 빈을 갈고 템핑 하고 다시 브류하는 기계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을 무렵이 1월쯤이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교회는 2월에 3주간 다니엘 금식이라는 것을 매년 한다.


다니엘 금식은 우리가 가장 많이 먹고 좋아하는 탄수화물과 고기, 단백질을 안 먹고, 소금과 설탕 등 조미료 없이 3주를 살며, 성경책 신약을 모두 읽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금하고 다른 교재로 공부하며 3주를 살아보는 것이다. 나는 워낙에 육식보단 채식을 즐기는 편이라서 음식에서 탄수화물과 고기, 단백질을 뺀 채식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시작했는데, 3주간의 채식, 특히 간을 하지 않는 음식 섭취와 그리고 내가 가장 끊기 힘든 것은 끊고 3주를 살아보는 것은 내게 큰 도전이 되었다.


그래서 요번엔 커피를 3주간 안 마시기로 결단하고 시작했다.

시작한 지 몇 시간 만에 찾아온 두통은 나를 큰 유혹에 빠지게 했다. 항상 아침에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시던 내 습관은 그 시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두통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첫해에는 바로 포기했었다. 이 고통을 넘길 수 없어라고 단정했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커피 정도는 마시고 살아야지 하며 쉽게 포기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내게 그 습관, 그 중독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 내가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며 커피를 찾아 헤매야 하나? 마치 마약 중독자들처럼 말이다. 영화 속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갑자기 소름이 확 끼쳤다. 그래서 올해는 견뎌보기로 결심했고 난 해 냈다. 시작하고 3일 동안은 정말 힘들 정도로 머리가 깨지게 아파 왔지만, 4일 5일이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들며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나니 머리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난 3주를 아주 잘 이겨냈고 드디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왔다. 하지만 난 곧바로 마실 수 없었고 그 후로 며칠을 더 견디다가 한잔을 마셨는데,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페인이 몸으로 퍼져나가는 길이 느껴졌다. 더 무서운 경험이었다.


난 집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 처분하기 시작했다. 캡슐 커피 머신 한 개와 핸드드립 하는 드립퍼만 남겨 놓고 말이다. 캡슐 커피머신은 여름에 아이스커피 마시고 싶을 때 쓰려고 남겼고, 핸드 드립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핸드드립 하는 과정이 나에게 이렇게 행복감을 줄 줄이야.......


특히 난 한잔 정도 그냥 내 커피잔에 바로 드립 해서 뜨거운 물 잔뜩 희석해서 아주 연하게 마시기 시작했는데 드립퍼에 종이 필터 끼우고, 끓는 물로 종이필터 적시며 종이 냄새 없애고, 아래 있는 내 커피잔을 뜨거운 물로 데우는 이 과정이 너무 좋다. 나를 대접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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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를 적시고, 커피잔을 데우며.......

그리고 커피를 갈아 넣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다시 뜨거운 물로 연하게 희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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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나를 위한 정성, 나를 위한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This Moment" 난 이 문구가 너무 좋다. 지인이 만들어준 부케에 넣어 준 이 글귀는 언제나 내가 행복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게 해 준다.


이렇게 난 하루에 한잔 정도만 마시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카페인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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