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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를 위한 비만대사수술

위절제술과 위우회술, 무엇을 선택할까?


안녕하세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외과 박영석 교수입니다.


오늘은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때 과연 어떤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2020년에 JAMA surgery에 출판된 논문을 리뷰해보면서 이야기해볼까 해요.


우선 제가 예전에 비슷한 글을 포스팅한 것이 있습니다. 그 때에는 체중 감량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시행받을 때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에 대한 글이었지요.


https://blog.naver.com/bariatricsnubh/222216963931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영양소 흡수 장애, 덤핑증후군, 내탈장과 같은 합병증을 감수하고 위우회술을 하지 말고 위소매절제술을 하는 것이 좋다라는 이야기였어요. 물론 저런 합병증이 위우회술 후 흔히 생기는 합병증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위우회술을 받게 되면 나에게 안 생긴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지요. 더구나 위우회술은 이것 외에 또 하나 큰 단점이 있지요. 다들 아시듯이 남는 위의 내시경 검사가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것입니다. 위암 호발국인 우리나라에서 큰 단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위를 남기지 않고 수술할 때 절제해서 제거하는 절제형 위우회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우회술보다는 절제형 위우회술이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고 의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절제형 위우회술은 위암에 대한 걱정을 없앨 수 있다라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 후 심한 영양 결핍 또는 심한 덤핑증후군이 있을 때 복원수술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를 없애버렸으니 당연히 이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죠. (위우회술은 위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수술 전 형태로 돌아가는 복원 수술이 가능합니다.)


체중 감량 목적의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경우라면, 위우회술이냐 절제형 위우회술이냐 무엇이 더 안전하고 좋냐를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가장 안전하고 간단한 위소매절제술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라는 것이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체중 감량이 주목적이 아니라 당뇨병 조절이 주목적일 때에도 비만대사수술을 선택할 때 가장 안전하고 간단한 위소매절제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라는 질문이 오늘 포스팅의 주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확실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위소매절제술보다는 위우회술이 더 나아보인다. 그러나 위우회술을 하면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위암이 두렵다. 그래서 위소매절제술에 십이지장우회술이나 소장우회술을 추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입니다.


우선 서두에 말씀드린 논문 하나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의 34개 센터에서 비만대사수술을 시행받은 당뇨병 환자들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논문입니다.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 두 가지 수술법의 장기적인 당뇨병 호전 결과를 비교해보았지요.


총 9700여명의 환자를 분석하였으니 상당히 대규모의 후향적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체중 감량은 위우회술에서 더 컸습니다. 수술 후 1년째에 약 6% 정도, 수술 후 5년째에는 약 8% 정도 위우회술에서 더 많이 감량되었네요.


제2형 당뇨병의 관해(완치와 비슷한 개념이죠, 당뇨약을 끊고 혈당이 정상인처럼 잘 조절되는 상태를 말합니다)도 위우회술군에서 약 10% 정도 위소매절제술군보다 더 높게 일어났습니다.

당뇨병 관해를 보인 환자를 누적하여 통계를 내보면, 수술 후 1년째 위우회술군에서는 약 59%, 위소매절제술군에서는 약 56%가 관해를 보였어요. 수술 후 5년째에는 위우회술군에서 약 86%, 위소매절제술군에서는 약 83.5%가 관해를 보였다고 합니다.


비만대사수술 후에 당뇨병 관해를 보였다고 해도 다시 재발되는 경우도 당연히 있겠지요? 수술 후 다시 단 것을 많이 먹고 운동도 안 하고 식습관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 어떤 비만대사수술을 하더라도 혈당은 다시 올라갑니다. 비만대사수술은 자신이 혈당 조절을 위해 노력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도와주는' 수술이지, 환자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단 것을 마음대로 먹어도) 혈당을 잘 유지시켜주는 마법이 아닙니다.

비만대사수술 후 당뇨병 재발율을 보면, 수술 1년째 위우회술군에서는 8.4%, 위소매절제술군에서는 11%를 나타냈고, 수술 후 5년째에는 위우회술에서 33%, 위소매절제술에서 42%를 보였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결론적으로, 위우회술을 시행받은 환자들이 위소매절제술을 시행받은 환자들보다 체중 감량이 더 일어났고, 당뇨병 관해율은 약간 더 높았으며, 당뇨병 재발도 적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혈당 조절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 질문 형식으로 정리를 해볼까요?


1. 위우회술이 체중 감량이 더 잘된다는데, 난 위암 걱정은 필요없고 체중 감량이 훨씬 더 중요하니 체중 감량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받아도 위소매절제술보다 위우회술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요?


: 저의 결론은 No.


이 논문은 수만가지 논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 연구보다 더 좋은 연구로 평가받는 다른 연구들에서 위우회술과 위소매절제술의 체중 감량 효과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위암, 영양 결핍, 덤핑, 내탈장 등의 위험을 괜히 떠 안으면서 굳이 위우회술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소매절제술을 할 수 있는 경우라면 가장 안전한 위소매절제술을 하세요. 저런 합병증이 당신에게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2.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수술할 때면 그럼 무조건 위우회술을 받아야겠네요?


: 저의 결론은 다시 한번 No.


당뇨병도 중증도가 있습니다. 즉, 오래되고 인슐린까지 쓰고 환자분의 나이도 많고 이런 경우라면 심한 당뇨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만대사수술을 받으려고 검사하는 중 당뇨병이 우연히 발견되었고, 환자의 나이도 어린 경우라면 경한(심하지 않은) 당뇨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경한 당뇨병의 경우는 위소매절제술만 받아도 관해(완치)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즉, 이 때에도 굳이 위우회술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심한 당뇨병의 경우는 위우회술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위암을 항상 염두해두어야 하기 때문에 위우회술보다는 위소매절제술+십이지장우회술 (또는 소장우회술)을 받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어떤 비만대사수술을 선택하느냐는 쉬울 수도 있지만 복잡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혼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비만대사수술 전문의를 찾아 직접 자신의 현재 상태와 자신의 생각(목표)를 말하고 상담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외과 박영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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