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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정현 Nov 08. 2020

Magic shop

'나다움'을 발견하는 공간

지금의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상태에 이르렀든, 본질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오래전 지금보다 단순했던 어느 시간의 꼬마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다. 이 사실은 아주 어렵지만 가장 필수적인 교훈으로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한다.

로버트 아이거 저, <디즈니만이 하는 것 The ride of a lifetime>


 11월 20일, 월드와이드 스타 방탄소년단의 새 정규앨범이 발매된다. 이미 전 세계에서 예약판매가 시작된 이 시점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매일 앨범의 컨셉포토가 멤버별로 하나씩 올라온다. 일주일 전 뷔(V)를 시작으로 지민, RM, 정국, 진, 슈가, 제이홉... 의 순서로 사진이 올라오고 있는데, 새로 업데이트되는 이들의 사진을 하나씩 살펴보는 게 지난 일주일의 소소한 재미였다.


사진출처 : Instagram @bts.bighitofficial

 

 이번 정규앨범의 제목은 <BE>. 그래서일까. 이번 앨범에서 멤버들은 '나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공간에 앉아있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최대한으로 담아내기 위해 꾸며놓은 공간. 이곳에서 멤버들은 "안녕하세요. ㅁㅁ의 방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이 방의 큐레이터 ㅁㅁ입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하며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품이 무엇인지, 자신이 입은 옷은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는지, 이 방의 색깔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색깔, 다른 멤버, 다른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이 방에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좌우에 대칭적으로 보이는 두 개의 문이다. 어느 쪽이 입구이고 어느 쪽이 출구 인지도 불명확한 문. 그러나 완벽하게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문이 모든 멤버들의 방에 존재한다. 일반적인 방이라면 문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굳이 두 개. 들어왔던 방향과 나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문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 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사실을 말하자면, 모른다. 어찌 알겠는가. 나는 프로듀싱 관계자도 아니고, 업계 사람도 아니고, 아직 앨범에 어떤 곡이 수록될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저 일개 아미(... 어감이 이상하지만)에 불과한 걸. 그런데 컨셉포토를 보다가 문득 저렇게 생긴 심리상담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실에 들어오기 이전의 나, 내가 마주한 현실, 내가 살아갔던 세상과 연결된 문이 아니라 다른 방향의, 다른 세상으로 향한, 다른 문(그러나 사실은 완벽하게 똑같이 생긴, 즉 사실상 이전의 문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을 열고 다시 세상을 마주한다는 것. 상담실 문을 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는 내담자가 느끼길 바라는 바라는 '사실상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스스로 느끼기엔 어딘가 조금 달라진 것 같은 나 자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 내가 탐색하고 추구하는 가치는 '오롯한 나다움'이라니. 이건 내가 상담실에서 내담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물리적인 시각적 상징으로 그대로 드러난 공간이었다.


 너무나 세계적인 팬덤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 20대 후반의 동생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는 그들의 무대를 보며 감탄과 경이와 그리고 아슬아슬한 마음을 느낀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처럼, 너무 소중해서 느껴지는 한 켠의 불안한 마음이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과 관심을, 재능에 대한 경탄과 질시를, 그리고 대중음악이라는 대규모 자본의 홍수를 과연 어떠한 마음으로 견뎌내고 있을까. 무섭지 않을까. 도망치고 싶지 않을까. 괴물 같은 무대를 보여주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펼쳐 보인다고 해서 그들이 남들과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아도 아무렇지 않은 그런 이들이 아닌데. 사실은 너무나 평범한 20대 청년들인데. 그래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향한 광풍적인 인기가 늘 반갑지만은 않다. 그들을 규정하려는 수천만 가지의 목소리에 묻혀 혹시라도 그들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까 봐. 그래서 나는 때때로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그들의 무대를, 노래를, 그리고 울음을 듣는다.


나도 모든 게 다 두려웠다면 믿어줄래



 그러나 한편으로 안심이 되는 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내는 목소리가, 메시지가 바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Love Myself 캠페인을 비롯해서 방탄소년단은 끊임없이 '진짜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노래한다. 그것이 프로듀서의 아이디어였든, 멤버들 자신의 의지였든, 곁에서 끊임없이 이와 같은 메시지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그렇게 반복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그 질문은 나 자신을 향해가기 마련이다. 흔히들 방탄소년단을 '멘탈 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실 이런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들려주기에 앞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반복해서 물어봤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온전한 나 자신을 드러내는 방(... 탄 소년단)의 사진을 보면서 지난 앨범의 노래 <Magic Shop>을 들어본다. 컨셉포토가 보여주는 마법적인 이미지와 노래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2주 후에 발표될 새 앨범을 기다리며, 이번에는 또 어떤 노랫말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해본다. 뭐가 되었든, 가장 그들 다운, 그들만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되는 <BE> 앨범을 기다리며.... 오늘도 우리 집 오디오의 플레이리스트는 남편이 지겹지 않냐고 물어보는 B! T! S!(yay!) 컴백을 기다리는 아미의 마음은 심덕 심덕하다.




<Magic Shop>

망설인다는 걸 알아요 진심을 말해도

결국 다 흉터들로 돌아오니까

힘을 내란 뻔한 말은 하지 않을 거야

난 내 얘길 들려줄게


내가 뭐랬어 이길 거랬잖아

디 못했어 정말 이길 수 있을까

이 기적 아닌 기적을 우리가 만든 걸까

No 난 여기 있었고 네가 내게 다가와준 거야

I do believe your galaxy

듣고 싶어 너의 멜로디

너의 은하수의 별들은 너의 하늘을 과연 어떻게 수놓을지

나의 절망 끝에 결국 내가 널 찾았음을 잊지 마

난 절벽 끝에 서 있던 내 마지막 이유야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 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 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저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넌 괜찮을 거야 Oh 여긴 Magic Shop

So show me, I'll show you

(...)

필 땐 장미꽃처럼

흩날릴 땐 벚꽃처럼

질 땐 나팔꽃처럼

아름다운 그 순간처럼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

그래서 조급했고 늘 초조했어

남들과 비교는 일상이 돼버렸고

무기였던 내 욕심은 되려 날 옥죄고 또 목줄이 됐어

그런데 말야 돌이켜보니 사실은 말야 나

최고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닌 것만 같아

위로와 감동이 되고 싶었었던 나

그대의 슬픔, 아픔 거둬가고 싶어


나도 모든 게 다 두려웠다면 믿어줄래

모든 진심들이 남은 시간들이

너의 모든 해답은 네가 찾아낸 이 곳에

너의 은하수의 너의 마음속에

You gave me the best of me

So you'll five you the best of you

날 찾아냈잖아 날 알아줬잖아

넌 찾아낼 거야 네 안에 있는 gala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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