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주체 없이 흩날리는 팔랑귀의 역사
세상 만물을 조금씩 낯설게 보는 일은, 조금 당황스럽긴 해도 꽤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다. 아이가 크는 그 시간의 길을 따라 또 얼마나 다양한 세상의 물건들을 다르게 보게 될 것인지, 나는 사실 조금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넓어지는 시선,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내 삶도 알록달록 해지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이지민 저,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133쪽.
사실, 얼마나 예쁜가.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길과 손길로 나를 바라보고 어루만지는가. 내가 아이를 안고, 아이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는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얼굴, 사랑이 담긴 그 작고 반짝이는 눈빛을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다. 아이들은 자라나서 곧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도 못 뜬 찐빵 같은 얼굴로 엄마를 찾느라 온 집 안을 헤매고 다니는 일도 곧 없어질 것이고, 내가 샤워하는 욕실 앞에서 두 녀석이 진을 치고 기다리는 일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같은 책, 153쪽
휴대폰 스크린 안의 세계가 자꾸 나를 잡아끌기는 하지만, 제대로 폰을 놓고 눈을 들어 내 삶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느라 내 삶을 허비하게 된다. 그들은 그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며, 내가 내 삶을 충만히 살고 하루하루 좋은 것들을 쌓아 다시 만나야 그 만남이 더욱 견고하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같은 책, 146쪽
어쩌면 지금 여기를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제대로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금 여기에 깨어 있다고 믿지만, 사실 그는 다른 곳에 있고 그곳에서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에 깨어 있길 원하지만, 그래서 어느 먼 곳으로 떠나려 하지만, 그 먼 곳에서도 그가 여전히 만나야 하는 것은 지금 여기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영원히 악마의 포로가 되어 끊임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계속하여, '이곳'을 탈출하고자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잊으며, 지금 여기를 잊으며, 계속해서 도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지우 저,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 쓰는 사람 정지우가 가득 채운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