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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정현 Dec 12. 2020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오른 배우들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 중학교 연극부에서 <Little Mermaid. Jr>라는 타이틀로 뮤지컬극을 무대에 올렸다. 작년 겨울부터 학교 연극부에서 상영을 준비하던 작품인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국 휴교령이 내렸던 봄학기에는 아이들이 온라인 화상채팅 Zoom으로 모여 연습을 하고 Zoom으로 무대를 올렸다. 이번 가을학기에는 제한적으로 학교 대강당에서 배우들과 스텝들만 모여 극을 올렸다. 



 학부모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연극을 감상했다. 원래 연말이면 초등학생들의 Assembly부터 시작해서 연말 공연으로 북적거렸을 대강당. 올해는 관중석에 빈 의자만 가득하다.



 연극이 시작되자,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어떻게 보면 생소한 풍경들이 연출되었다. 출연하는 모든 배우의 얼굴에 하나도 빠짐없이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과 스텝들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고, 연극 무대에서도 예외란 없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그래도 무대에 오른 아이들의 얼굴에 씌워진 마스크를 보니 그렇게 생경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무대 위만큼은 마스크 불가침 구역으로 여겨졌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배우들, 무대 위의 피아니스트, 그 외의 모든 토크쇼와 방송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입과 코는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한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며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드라마 속 맨얼굴 캐릭터에게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0/10/24/4HI4GFW6YZC4VBEGSCZMZ2EJGA/

 

 사실 내 경우에는 이질감보다는 아찔함... 이 더 가까운 감정일 것 같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피해 가는 건 아닐 텐데, 혹시라도 저렇게 맨얼굴을 드러내고 현장에서 연기하는 배우들 중에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드라마 촬영 시작하기 전에 모든 스텝들이 코로나 음성 확인 절차를 거치고서 촬영하는 것도 아닐 텐데. 이런 걱정에 불안해져서 드라마에 집중을 못 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그래도 해도 되는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방역과 우리의 방역이 무관한 것이 아니므로. 



 얼굴의 마스크가 많이 갑갑할 텐데도 열성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쩔 수 없다'며 무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성인 연기자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예술적 성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비본질적인 것들을 과감하게 무시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연극이 하고 싶고, 인생에서 '중학교 연극부'의 시기란 단 몇 년 밖에 되지 않으며, 함께 모여 춤추고 노래할 수 있으면 얼굴의 마스크 따위야 상관없다는 아이들. 



 그래도 부디 이 생소한 풍경이 올해의 풍경으로만 그치기를. 아이들의 추억 앨범 속에 고이 남을 이 사진들을 보면서 "그땐 저랬지."라고 모두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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